뮤지컬과 ABBA와 영화.

영화 <맘마미아! 2> 시사회 후기

by 차돌


· 브런치 무비패스 시사회를 통해 감상했습니다.

·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1. ABBA의 LP


ABBA 노래 참 좋지~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LP 레코드들 중에 단연 애착이 가는 음반이 있으니, 바로 ABBA의 앨범이다. 물론 어린 시절의 내게 아무리 좋은 노래라며 부모님이 '아바' 혹은 '사이먼 앤 가펑클'의 음반을 추천해 줘도 그들 이름의 글자 수 차이 빼고는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였던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동 시기에 집 안에 종종 울려 퍼졌던 '해바라기'의 <사랑으로>가 어린 내가 듣기에도 좋았다한들 앞서 언급한 두 외국 그룹의 음악들과는 어딘지 모르게 그 결이 확연히 다르게 느껴졌던 것 또한 분명한 추억이다.


그러던 내가 결국에는 새로 구입한 소형 턴테이블로 아바의 앨범을 듣게 된 건 시간이 꽤나 흐른 뒤였다. 뮤지컬 <맘마미아!>를 보고 난 뒤에도 계속 귓가에 맴돌던 '맘마미아', '댄싱퀸'의 멜로디 덕분에 집에 있는 ABBA의 LP를 찾아 꺼내지 않을 수 없던 것이다.


요즘에야 <맘마미아!> 뿐만 아니라 <라라랜드> 등의 뮤지컬 영화가 워낙 유명하지만, 대학생이던 당시만 하더라도 내게 뮤지컬은 뮤지컬이요 영화는 영화였다. 그런 나라도 간혹 접하던 음악 영화들을 보며 유명한 뮤지컬을 커다란 스크린에 옮기는 건 어떨까 라는 생각 정도는 해 봤던 기억이다. 한 달 아르바이트비의 상당액을 털어 뮤지컬을 본다고 해봤자 2~3층의 S석 혹은 A석도 감지덕지였던 터라 <맘마미아> 또한 멀찍이서 보느라 눈을 부릅떠야만 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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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소피와 (젊은 시절의) 도나


평소의 리뷰보다 서두가 다소 길었던 듯하다. 워낙 유명한 원작과 배경을 지닌 뮤지컬 <맘마미아!>의 후속작을 보고 나서 후기를 쓰려니 뻔한 작품 이야기보다는 개인적 감상부터 시작하고자 욕심을 부린 것 같다.


1편이 나온 지 10년 만에 나온 <맘마미아! 2>는 스토리상으로는 전작으로부터 5년이 흐른 뒤의 이야기를 다뤘다. 전편에서 아바의 명곡들을 최대한 많이 집어넣었다 보니 이번에는 다른 방식과 주제를 통해 '뻔한 속편'의 공식을 깨려고 제작자들이 고심했다는 이야기를 미디어에서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었다.


과연 영화 내에서 엄마(도나)의 과거와 딸(소피)의 현재가 교차하는 구조로 각 인물들의 숨은 이야기가 펼쳐진 서사 구조는 탄탄했다.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아만다 사이프리드를 좋아함에도 <맘마미아! 2>에서는 그보다 매력적이고 눈에 띄는 주연이 있었으니, 그녀는 바로 도나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릴리 제임스다!


mammamia_8.jpg 수고했어, 아만다(소피)
mammamia_5.jpg 이번 영화는 아무래도 릴리(젊은 도나)야


시나리오도 시나리오겠지만, '영화 같은' 영화의 배경인 아름다운 그리스 섬(세금 문제 등으로 인해 실제 촬영지는 크로아티아였다고 한다)과 굉장히 잘 어울리는 그녀의 에너지가 영화 내내 빛났다. 정작 뮤지컬 말고 영화로는 맘마미아 1편을 보지 않고 바로 2편을 본 나로서는 원래의 도나를 연기한 메릴 스트립이 10년 전에 어떠했는지는 확실히 모르겠다만, 굳이 비교할 필요도 없이 2편은 2편 자체로 훌륭했다는 생각이다.




#3. 마침내,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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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서 세 명의 아빠를 얻고, 사랑하는 남자와 세계 여행을 떠났던 소피는 그로부터 5년 뒤, 엄마 도나가 세상을 떠난 1년 후에 그녀를 기리는 마음으로 호텔 '벨라 도나'의 재오픈을 준비한다. 하지만 단순히 휴양지 호텔을 여는 이야기로는 ABBA의 명곡들을 다시 사용할 수 없었을 터, 연인 스카이(도미닉 쿠퍼)와의 관계에 문제가 생기고, 기대했던 호텔 축하 파티에 차질까지 빚어지며 영화는 위기-절정-결말의 서사를 풀어낸다.


이 과정에서 소피(아만다 사이프리드 역)가 겪는 현재(시퀄)의 문제들은 그녀의 엄마 도나의 젊은 시절(릴리 제임스 역), 즉 과거(프리퀄)를 통해 해소되어 간다. 1편에 이어 나이를 지긋이 먹고 등장한 소피 주변 인물들의 젊은 시절이, 역시 젊었던 도나의 생기 넘쳤던 과거와 어울려 교차해서 펼쳐지는 것이다.


위의 포스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주요 인물들이 결코 적은 편이 아니나 그렇다고 해서 영화의 이야기가 복잡하거나 헷갈리지는 않는다.(솔직히 잠깐씩은 '누가 누구였지'라는 생각을 한 적은 있으나, 이는 간혹 쓸데없이 꼼꼼한 내 탓이지 영화의 이해를 방해하는 수준은 아니다)




#4. 서양,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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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인파가 배를 타고 섬으로 몰려오는 장면에서 '댄싱퀸'이 울려 퍼진 장면은 누가 봐도 작정하고 터트린 연출이었다. 스토리의 개연성이나 당위 등을 중요하게 여기는 편인 나이지만 흥겨운 음악과 화려한 영상에 신이 나서 다른 걸 따질 겨를은 없었다.


물론 부정하지 않을 한 가지가 있기는 하다. 익숙한 배경, 친근한 언어가 쓰인 한국 영화에 대해서는 때로는 가혹하리만치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도, 이국적인 배경과 유창한 영어가 쏟아지는 서양 영화에는 대놓고 감탄부터 할 때가 있다고 느낄 때가 있는 것이다.


문화적인 배경이 뿌리부터 다르고, 상업적 규모나 기술의 차이도 크니까. 더는 차이니 뭐니 하는 건 생각하지 않고 ABBA의 노래나 크게 틀어 놓는다. 이번에는 턴테이블이 아닌, 휴대폰 스트리밍을 통해서다. 수십 년이 지나서도 대중 앞에 더욱 생생하게 되살아난 ABBA의 음악과, 이를 근간으로 한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 시리즈. 전편을 보지 않고도 속편이 좋았다고 단언하는 몇 안 되는 영화들 중의 최신작으로 주저 없이 꼽으며 리뷰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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