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과 SNS와 영화, 서치.

모바일과 PC를 넘나드는 스크린의 새로운 지평

by 차돌


· 브런치 무비패스로 감상했습니다.

· 스포는 일절 없습니다.

· 참고에 도움이 된 기사 링크 세 개를 곳곳에 첨부했으나, 이탈 후에는 꼭 돌아와 주시길:)


클릭.


너무나 익숙한 소리가 낭랑하게 울린다.

전화를 받아야 할 것만 같지만 주머니 속 아이폰은 잠잠하다. 그렇다. 지금은 영화 감상 중, 기기를 사용하는 건 화면 속 주인공 데이빗(한국계 배우 존 조)이다.


서치_1.jpg


이윽고 연결된 face time을 통해 스크린에는 발신자인 마고(역시 한국계 배우 미셸 라)와 그녀의 아빠 데이빗의 영상 통화 모습이 나타난다. 마치 그들의 통화 화면을 해킹하는 제 3자가 된 것마냥 관객들은 숨을 죽이며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표정을 엿본다.


social-network-76532_1280.png 영화 화면과는 상관 없습니다.


통화가 끝난 후, 스크린은 그러나 보통의 영화처럼 인물 혹은 배경 중심의 앵글로 돌아가지 않는다. 이번에는 PC 화면이다. 페이스북에 접속하는 마우스 커서를 따라 관객의 시선은 자연스레 이동한다. 그(데이빗)가 화면을 바라보고 마우스를 움직이는 (영화 속) 현재가 (영화 밖) 객석을 완벽히 지배한다.


iPhone_SMS_spam (1).jpg 역시 영화와는 상관 없는 유사 이미지입니다.


이번에는 타이핑 커서다. 긴 내용의 텍스트가 쓰였다 지워진 화면에서는 마침내 데이빗의 심리마저 고스란히 읽힌다. 시종일관 진지하거나 심각한 것도 아니다. 딸에게 보냈거나, 혹은 못 보낸 아빠의 메시지가 때로는 너무나 코믹해서 관객들은 심지어 웃음을 터트리기도 한다.




서치_6.jpg


영화 서치는 심각하게 참신하고 놀랍도록 재밌었다.

실종된 딸을 찾기 위해 그녀의 노트북에서 각종 SNS채널을 뒤지는 아빠의 추적 스토리. 자칫 뻔할 수 있는 이러한 스릴러 영화를 그 어떤 작품보다 흡인력 있게 연출한 신예 감독의 작품은 그야말로 대단했다는 감상평 말고는 표현할 방법이 없다.


이미 각종 기사를 통해 감독의 필모와, 존 조 중심의 주연 인물 모두가 한국계 배우라는 특이점 등은 널리 알려진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영화 문법'에서 탈피한 참신한 연출이라는 평(https://goo.gl/Fnzc5q)과, 스타일과 서사 모두를 잡았다는 칭찬(https://goo.gl/tvSr3q)까지.

영화 <서치>를 인터넷에서 서치해 보면 개봉 전부터 호평이 줄을 잇고 있다.




서치_5.jpg


영화에서 데이빗이 딸의 흔적을 찾기 위해 파헤치는 각종 SNS는 미국 10대들의 문화 코드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윽고 딸 마고가 자신 몰래 인터넷 방송으로 고독을 달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의 충격과 상실감은 별도의 묘사나 극적인 연출 없이도 관객들에게 충분히 전해진다.


개인 방송의 BJ들이 '크리에이터'로 활약하고, 평범한 사람들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타인과 교류하는 한국의 현실이 미국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리라. 이렇듯 만국 공통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SNS는 그 매개가 PC냐 모바일이냐에 따라 크기만 다른 모습으로 영화 <서치>의 화면을 가득 채운다.


서치_4.jpg


영화 <서치>가 더욱 놀라운 건 연출과 스토리 뿐만 아니라 온라인 세상을 돌아보게 하는 사회적 시선까지도 담아냈기 때문이다. 딸을 찾는 아빠 데이빗의 심정에 관객 누구나가 공감할 수 있듯, 그를 두고 각종 의혹과 악플을 쏟아내는 영화 속 현실이 실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공감이 이루어 지는 건 각본의 완결성마저 돋보이게 한다.


서치_7.jpg


배우와 합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화면과 연기하느라 고생했다는 주연 배우 존 조의 후일담은 그의 뛰어난 연기를 곱씹게 하는 일종의 보너스다. 때문에 처음에 시나리오를 받고 출연을 고사했다는 이야기와, 그럼에도 끈질기게 배우를 설득해 성공적인 연출을 이뤄낸 감독의 열정과 천재성에는 절로 감탄이 나온다.




소위 더 '빨고' 싶지만 이 영화는 서치하는 게 아니라 꼭 봐야한다고 추천하기에 더 이상의 언급은 필요치 않을 것 같다. 심지어 <서치>에는 반전도 있다! 그것도 단 한 번에 꺾느라 황급한 반전이 아니라, 비틀고 비틂으로써(복잡하지는 않다) 교묘하게 관객의 심리를 조이는 그런 반전 말이다!


혹자는 이러한 참신한 영화의 탄생을 놓고 감독이 후속작으로 이를 뛰어넘을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며 '원 히트'의 한계를 우려했다(https://goo.gl/Ee1Jx7). 그만큼 이 영화가 대단하다는 긍정을 남다르게 표현하고 싶던 걸까.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이 한 편만으로도 감독 아니시 샤간티에게 충분히 고맙다.


마지막으로,

맥북을 켜서 face time 을 연결해 괜히 설레고 싶은 그런 애플애플한 기분은 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뮤지컬과 ABBA와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