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데이 뷰티 인사이드?
· 브런치 무비패스로 감상했습니다.
· 스포는 일절 없습니다.
곧 개봉할 영화 <에브리데이>와 2015년 개봉한 <뷰티 인사이드>를 말이다. 최근에 방영을 시작한 JTBC드라마 '뷰티 인사이드'까지 더해지고 보니, 영화 <에브리데이> 측에서 굳이 자신들의 영화를 <뷰티 인사이드>의 틴버전이라고 소개하기를 왜 주저하지 않는지 이해가 가기도 한다.
뚜렷한 공통점 하나는 얼굴과 신체가 바뀌는 주인공이 등장한다는 설정이다. 각각 소설과 소셜 필름을 원작으로 한 영화 <에브리데이>와 <뷰티 인사이드>는 주인공의 외적 변화와 사랑을 다룬 이야기라는 확실한 공통 분모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비슷한 점을 하나 더 들자면 두 영화 속 주인공의 내면은 모두 남성의 경향을 보이며 여주인공과 로맨스에 빠진다는 사실.
먼저 개봉한 영화인 <뷰티 인사이드>에서 주인공 '우진'은 자기의 육신을 지닌 상태로 자고 일어나면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 변화를 겪는다. 반면 <에브리데이>의 주인공 'A'는 비슷한 지역, 동일한 연령대의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마치 '빙의'하듯 번갈아 머무른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A 역시 남녀 성별을 가리지 않고 변화하지만 어쨌든 그(그녀)에게 확실한 이름이 없다는 사실은 온전한 개체(육체)로서 존재하지 못하는 고뇌를 상징한다고도 볼 수 있겠다.
이러한 비교를 통한 감상은 한 작품에 집중할 때보다 재미를 줄 수도 있고 어느 쪽이 더 낫다는 비교 우위를 안길 수도 있을 것이다. 각각의 원작이 달라 동일한 시각으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어쨌든 사람의 얼굴과 몸이 변화한다는 초현실적인 상상에서 출발한 작품들이 세부 설정의 차이에 따라 전혀 다른 영화로 만들어졌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영화 <에브리데이>에 집중해서 얘기하는 게 옳을 듯하다. <뷰티 인사이드>는 10분짜리 줄거리 요약과 리뷰 영상만을 보았지만 이것만으로도 나는 두 영화의 모티브는 이미 멀어졌고 분위기와 재미는 전혀 다른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화 공식 소개 내용 중의 한 줄이다. 잘 압축해서 표현했다고 여겨진다. '24시간 리셋 로맨스', 딱 그 정도로 영화 <에브리데이>는 설정의 무거움을 하이틴 로맨스물의 재기발랄함으로 각색해 연출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A가 아닌 리아넌(앵거리 라이스 역)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이는 원작에 의해서든 연출을 위해서든 스토리 진행에 불가피한 선택으로 여겨진다. 뚜렷한 실체가 없이 여러 사람의 얼굴과 몸으로 살아가는 주인공의 내면에 집중하려고 했다면 영화는 초반부터 어수선하면서도 무거운 분위기로 흐르지 않았을까?
대신에 <에브리데이>는 A가 우연히 사랑에 빠져 근처를 배회하는 인물인 리아넌의 삶으로부터 출발한다. 10대 소녀 리아넌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저스틴(저스티스 스미스 역)과 연애중이지만 그에게서 진정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은 없다. A가 우연히 저스틴의 몸으로 하루를 살게 되어 데이트 할 때 비로소 그녀가 자신의 결핍(가정사)을 털어놓는 영화 초반에 나는 10대 청소년이 성장기에 겪을 수 있는 성숙과 존중에 대한 갈망을 엿보았다.
이후 영화는 헐리웃의 라이징 스타들(홍보 내용을 빌자면)이 A 역할을 번갈아 소화하며 리아넌과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을 그린다. 때로는 코믹하게, 때로는 갈등과 고민을 가미하되 부담스럽지는 않도록 <에브리데이>는 판타지적인 상상을 일상의 드라마로 눌러담아낸 하이틴 로맨스물인 것이다.
여기서 불가피하게 다시 비교해 본다. 대놓고 핵심 메시지를 제목으로 내세웠던 <뷰티 인사이드> 는 과연 의도대로 만들어진 작품인가에 대해 많은 비판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짧은 요약 영상에서 접한 잘생긴 남자 배우들의 연이은 등장만으로도 과연 이 스토리에서 내면에 대한 고찰과 깨달음이 가능할까 라는 의구심이 들었던 게 사실이므로 세간의 평에는 충분히 공감이 간다.
<에브리데이> 역시 홍보를 위해서든 뭐든지간에 남자 배우들의 외모를 놓고 누가 잘생긴 역할이느니 하는 내용으로 포스터가 도배돼 있다. 그렇다면 이 영화 역시 감상에 있어 '뷰티 아웃사이드' 가 본래의 내용을 방해했을까? 오히려 난 그렇지 않게 느꼈다. 이유는 아마도 외적으로 완성이 덜 된 청춘 배우들의 모습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며, 한국 배우에 비해 이국적이고 낯설 수밖에 없는 헐리웃 배우들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게다가 내가 보기에 <에브리데이>에서는 A의 외모 변화 자체보다 근본적인 '실체의 존재 여부'가 중요했다. 성인보다 외모에 훨씬 민감할 수 있는 10대들의 사랑이지만, 리아넌과 A는 오히려 서로에 대한 존중과 끌림에 의해 교류하고 소통한다. 물론 A가 여성일 때라든지 뚱뚱한 사내일 때조차 그럴듯한 멜로의 분위기가 연출된다거나 내적인 교류가 표현됐을 정도로 영화가 진지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실제로 그러했을 때의 상대적으로 코믹한 상황이나 이를 본 관객들의 반응은 외모지상주의의 여전한 한계를 잘 드러냈다)
두 남녀의 사랑 앞에 놓인 장애물과 그에 따른 선택에 있어서도 <에브리데이>는 <뷰티 인사이드>와 큰 차이를 보인다. 결혼이라는 선택이 '비정상적인' 남녀의 사랑을 가로막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은 성인 남녀에게 큰 장애물이겠지만 10대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게 당연하다. 이에 리아넌과 A는 타인의 시선이나 연애의 결과에 구애받지 않고 풋풋한 사랑을 이어나갈 수 있지만, 이들에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는 것이다.
무수한 타인의 삶을 경험하며 성장한 A는 또래에 비해 진중하고 성숙한 내면을 지녔다. 그런 그에게 있어 자신의 욕망(사랑)을 충족하기 위해 육체의 본래 주인인 사람의 삶을 방해하는 건 도저히 내키지 않는 일이다. 이를 서서히 이해해 가는 리아넌은 그러나 나름의 소신으로 A가 그 자신을 위해서도 행동할 수 있기를 조언하는데,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들이 어떤 '선택'에 다다르며 영화는 결말을 맞이한다.
매일 마주하는 타인의 삶에서 한 소녀를 만나 드디어 스스로를 드러내는 A의 이야기. <에브리데이>는 그 독특한 설정만으로도 <뷰티 인사이드>와 꼭 비교하지 않아도 좋을 영화였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뷰티 인사이드>와 <에브리데이>를 모두 본 내 여자 친구는 <에브리데이>만 본 내게 이렇게 말했다.
뷰티 인사이드는 꼭 안 봐도 돼. 근데 만약에 오빠가 내일 얼굴이 변한다면,
정해인은 어떨 것 같애?
영화를 통해 내면과 실존에 대해 생각하던 내가 비루한 현실로 돌아온 건 그토록 순식간의 일이었다. 요는, 다 떠나서 이 영화는 무겁게 볼 필요가 없고 그냥 즐기기에 무난했다는 그런 결론입니다만.
1. 에브리데이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화제가 되었던 데이비드 리바이던의 원작 소설은 2012년 작품. 국내에는 2015년 출간되어 마침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던 영화 <뷰티 인사이드>와 비슷한 설정으로 더욱 조명받음. 원작 소설과 같은 이름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2018년 2월 미국에서 개봉, 국내에는 10월 개봉 예정.
2. 뷰티 인사이드
2012년 공개된 소셜 필름 *'더 뷰티 인사이드(THE BEAUTY INSIDE)'를 원작으로 2015년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 동명의 드라마가 최근 JTBC에서 방영, 주인공의 얼굴이 바뀌는 시기와 성별 등의 설정에는 차이가 있음.
* 인텔&도시바의 합작 광고로 만들어진 40분 분량의 소셜 필름. 주인공 알렉스가 매일 얼굴이 바뀌는 자신의 상황을 기록하기 위해 해당 기업 노트북을 사용해 매일 얼굴을 녹화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파격적인 소재와 감각적인 영상미로 칸 국제광고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출처 : tv daily 기사 http://tvdaily.asiae.co.kr/read.php3?aid=15383708231399260017
그밖에 참고한 영화 관련 기사는 아래와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