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야기를 해라
밤하늘의 별뿐만 아니라 유명인, 인기인을 상징하는 의미에서 또한 그렇다. 사람들이 스타에 열광하는 건 그만큼 그들이 빛나고 반짝이는 존재여서다.
여기 금발에 덥수룩한 수염이 몹시 잘 어울리는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잭슨 메인(브래들리 쿠퍼 역). 술집이나 마트에서 우연히 그를 마주친 사람들은 누구나 놀라운 표정으로 사진이나 사인을 요청한다. 꽤나 인기 있고 유명한 락스타를 눈 앞에 두고도 덤덤하기란 쉽지 않을 테니까.
피곤한 표정으로 일을 마친 뒤 또 다른 일터로 향하는 여자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앨리(레이디 가가 역). 낮에는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밤에는 바에서 노래하는 그녀에게 '재능만이 다가 아니야' 라며 짐짓 일깨우려는 아버지의 자조는 짜증나는 현실일 뿐이다.
마주칠 지점이 전혀 없을 듯하던 스타와 일반인, 잭슨과 앨리는 그러나 기막힌 우연으로 만난다. 어느 날 공연을 마친 잭슨이 충동적으로 들른 술집에서 마침 앨리의 밤무대가 펼쳐지는 지극히 영화적인 우연, 남녀의 반짝이는 만남. 이때 잭슨이 앨리에게서 발견한 놀라운 음악성과 호감으로 <스타 이즈 본>은 뻔해 보일지도 모를 이야기를 초반부터 빠르게 풀어낸다.
영화는 결코 단조롭지는 않다. 브래들리 쿠퍼의 멋과 레이디 가가의 매력, 여기에 더해 두 배우가 직접 열창한 노래들이 관객의 눈과 귀를 호강시켜 주는 덕분이다. 신데렐라 이야기로 평탄하게 이어질 듯하던 영화의 흐름도 잭슨이 가진 상처와 고통이 드러나면서부터는 소용돌이치기 시작한다. 가수로 데뷔해 금세 스타가 된 앨리의 삶 또한 사랑하는 남자이자 자신을 발견해낸 잭슨의 슬픔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솔직히 나는 영화의 초반이 후반에 비해 좋았다. 매력적인 두 배우가 노래 한 곡을 온전히 공연하는 모습이 처음에는 음악 영화만의 매력으로 다가와서 좋았으나, 남녀의 사연이 얽히며 갈등이 고조된 후반에는 스토리의 개연성과 인물 행동의 당위성 따위에 대한 생각들로 감상에 방해를 받았기 때문이다. 여전히 앨리와 잭슨의 노래는 훌륭했으나, 콘서트장이 아니 영화관이었으니 그렇게 음악에 대한 감흥을 서서히 잃은 것도 무리는 아닐 듯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스타 이즈 본> 은 이미 세 번이나 리메이크된 영화 <스타 탄생>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었다. 주인공의 직업이 배우냐 가수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기본적으로는 비슷한 서사를 통해 유명인, 스타로 살아가는 남녀의 모습을 담아낸 영화인 것이다. 이는 특히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화려하게 발달한 미국 사회의 특징과 깊은 연관이 있을 것이다.
전작들과의 차별점이 크다고는 한다. <스타 탄생> 이 저물어 가는 스타가 떠오르는 스타를 질투하는 심리를 주로 다뤘던 데 반해 <스타 이즈 본>은 내가 보기로도 그게 주가 아니었다. 이는 극본, 연출, 감독을 전부 해 낸 브래들리 쿠퍼가 자신이 직접 연기한 잭슨을 재창조한 결과이기에 그러하리라. 술과 삶에 찌든 잭슨의 초췌한 모습에서 <리미트리스>의 브래들리 쿠퍼를 떠올리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었다.
파격적 의상과 퍼포먼스로 유명한, 그래서 오히려 그녀 안의 예술성이 덜 부각된 레이디 가가의 민낯과 보이스에 심취할 수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스타 이즈 본>의 매력일 수 있다고도 본다. 샹송을 부르든 팝을 부르든 그녀만이 뿜어낼 수 있는 매력을 선보이며 라이징 스타 앨리의 삶을 연기한 레이디 가가. 감독인 브래들리 쿠퍼가 왜 직접 그녀를 선택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영화이다.
<원스>나 <비긴 어게인> 못지않게 좋은 노래를 부르며 사랑을 속삭이는 남자와 여자, 스타들의 이야기. <스타 이즈 본>은 어쨌거나 이 가을날 내 가슴에 찌르르하고 모처럼의 울림을 준 그런 영화였다.
· 브런치 무비패스로 감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