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리시 스릴러, <부탁 하나만 들어줘> 리뷰

난 별로 안 스타일리시한가 싶기도 했던.

by 차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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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 하나만 들어줘>는 세련된 두 여주인공을 내세운 '스타일리시 스릴러'다.

일단 포스터를 보면 주연 배우인 블레이크 라이블리와 안나 켄드릭의 도도하면서도 서로 다른 매력이 눈길을 끈다. 그 아래 제목은 흔히 쓰이는 구어체라 친근한 동시에 영화 타이틀로는 특색 있게 느껴지기도 한다. 원제는 <A Simple Favor>. 직역하면 '간단한 부탁' 정도가 될 텐데, 영화를 보고 나니 원래의 의미를 잘 담으면서도 센스 있게 번역했다고 여겨졌다.


미드 <가십걸>의 세레나 역할로 인기를 끈 배우이자 라이언 레이놀즈의 아내로도 유명한 블레이크 라이블리와 <트와일라잇> 시리즈, <인 디 에어> 등에서 주목받은 안나 켄드릭은 내게 아주 익숙한 배우들은 아니었다. 그녀들의 대표작을 제대로 본 적은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조지 클루니 주연의 <인 디 에어>는 재밌게 본 기억이지만 거기에 비중 있게 출연한 신인 배우가 안나 켄드릭이었단 사실은 그녀의 필모를 검색하고 나서야 알았다.


그래서일까, 포스터 속 두 여배우에게서 느껴지는 낯선 이미지만으로도 이 영화는 처음부터 내게 신선했다. 분명 스릴러 장르인데 공포스럽거나 섬뜩한 느낌은커녕 차도녀 두 명이 정면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새하얗다 못해 창백한 두 여인의 피부라든지 날카로운 콧날 따위로 '부탁 하나만 들어줘'가 과연 어떤 무서운 의미일지는 전혀 짐작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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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부탁 하나만 들어줘>는 스릴러가 맞나 싶을 정도로 초반부터 발랄한 분위기다.

심지어 개그코드도 많다. 싱글맘인 스테파니가 개인 방송을 진행하며 수다를 떠는 모습이라든지 아이의 학부형 노릇을 하며 좌충우돌하는 장면 등이 쉴 새 없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마치 한 편의 로코 영화를 연상시키듯 깨발랄한 그녀의 모습은 곳곳에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감독은 이를 통해 극 중후반 이후의 스토리 반전뿐 아니라 분위기의 반전까지 노렸던 것으로 보인다. 아주 심플하거나 아주 진지하다면 모를까 이래저래 복잡한 영화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는 역시 기호의 문제 같다. 극장을 나서면서 나와는 달리 "아주 재미있게 봤다"는 이들의 수군거림을 꽤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불쑥 총평부터 말한 것 같은데, 난 이 영화가 '심각해지기 전' 까지만 좋았다. 다시 말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취향이나 선호의 문제지 영화가 복잡하다거나 내용이 난해하다고까지 볼 수는 없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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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큰 줄거리는 이렇다.

육아에 최선을 다하며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스테파니가 아이 친구의 엄마인 에밀리와 친해지면서부터 벌어지는 기묘한 이야기. 부산스러우면서도 자기 절제에 익숙한 스테파니와 달리 에밀리는 쿨하기 이를 데 없는 신비한 여성이라는 설정에서 모든 미스터리가 발생한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평상시에 난 인간관계에서 에밀리처럼 명확히 선을 긋고 거리를 두는 스타일보다는 오히려 스테파니처럼 순진하게 침범(?)해 오는 경우가 불편할 때가 있는데,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면서도 마찬가지였다. "어휴, 저 여자 참 희한하네 왜 일을 크게 만들지" 싶던 순간이 몇 차례 있던 것이다. 결국, 그 덕분에 꼬일 대로 꼬였던 섬뜩한 의문이 술술 풀려가긴 했지만.


내가 보기에 <부탁 하나만 들어줘>는 현실과 영화의 경계에 신경을 쓰는 대신 철저하게 영화 속 상황을 꼬고 풀어가는 스릴과 재미에 중점을 둔 '소설형' 영화다.(실제로 동명의 소설 원작이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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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줘>, <써치>와 비교하는 공식 홍보 내용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미국식 일상 스릴러물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나를 찾아줘>는 썩 나쁘지 않은 선택일 거라 생각한다. 참,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으로 국내 팬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말레이시아계 배우 헨리 골딩도 주연급으로 활약한다. 그가 두 여인 사이에서 묘한 매력과 허당끼를 번갈아 발산하는 모습도 미리 알고 보면 좋은 포인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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