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국립 민속박물관-북촌 한옥마을 삼청동 일대 출사 코스
모처럼 동지(?)들과 야외 출사를 나갈 기회가 있었다. 부족한 여행기를 조금이라도 발전시키고 싶어서 여행잡지 트래비 아카데미를 수강하고 있는 덕분이다. 업계에서 유명한 김경우 여행작가님의 인솔을 받아 삼청동 일대 최적의 코스를 짧고 굵게 훑었다.
대략 위와 같은 동선으로 걸었다. 크게 광화문(경복궁) - 국립민속박물관(야외)- 북촌 한옥마을 일대를 기점으로 하는 두 시간 도보 출사 코스다. 모두 낯설지 않은 곳들이지만 모처럼 카메라의 시선으로만 둘러보니 새롭고도 편안했다. 결과물(사진)도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데다 함께한 이들과의 동행도 즐거웠다. 사진 초심자에게든 그 이상에게든 서울에서 즐기기 딱 좋은 코스란 생각에 그날의 과제물을 각색하여 공유한다.
일행의 집결지는 경복궁역 5번 출구. 밖으로 나오자마자 경복궁과 광화문의 안뜰로 이어지는 터라 바로 카메라를 꺼내지 않을 수 없었다. 휴일 오후의 궁궐 풍경 딱 그대로라 익숙하면서도 다시 한번 감탄스러웠다.
예전에 비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부쩍 늘었다는 느낌을 몇 년째 받는다.
작가님의 안내를 받은 뒤 각자 흩어졌다. 본격적으로 촬영을 시작한 곳은 광화문 바로 옆의 안뜰이었다. 너무 뻔한 사진을 찍자니 부끄러울 것 같고, 그렇다고 특별한 사진을 찍자니 욕심이 분명했다. 카메라를 내려놓고 수업 동료들의 모습을 바라봤다. 그들의 시선은 어느새 동지 의식으로 묶여 있는 듯 나란했다. 그때부터 나는 스무 명 남짓 우리 일행의 일사불란한 시선이 몹시 궁금하기 시작했다.
리더가 있는 출사의 좋은 점은 모범을 배우며 기준과 나를 비교할 수 있다는 거다. 집회로 시끌벅적한 광화문 안팎에서 초반 열정을 불태우며 셔터를 마음껏 눌렀더니 아직 형편없기도 했고 제법 그럴듯하기도 했다. 여전히 사진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바삐 돌아다니던 중에도 작가님의 가르침을 놓치긴 싫었다. 그날 유독 인상적이던 그의 갈색 코트와 빨간 가방을 수시로 체크하며 무리에서 이탈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궁 밖을 나선 뒤 해태 상 앞에서 가르침을 주고받던 스승과 제자들의 모습이 눈부셨다. 측광을 활용해 찍는 비스듬한 해태 상과 광화문의 구도던가. 이론적 가르침은 벌써 가물가물하지만 그때의 모습만은 생생하다. 출사든 여행이든, 기록이 기억에 앞선단 사실이 새삼스럽다.
경복궁 사거리에서 동십자각을 보고 왼편으로 돌아 걸었다. 건춘문을 지나 맞은편 서울 현대미술관에 이르기까지 사진만 찍으며 천천히 이동했다. 삼청동 맛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했을 때는 미처 안 보이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삼청동으로 건너기 전에 국립민속박물관의 외부 전시공간을 둘러봤다. 이런 곳이 있는 줄 미처 몰랐단 게 신기했다. 근대 상점들을 세트장처럼 모아 놓은 추억의 거리가 있어서 마치 테마파크를 찾은 듯한 기분도 들었다. 김 작가님이 다시 자유 시간을 주고 마음껏 촬영을 해 보라셨는데, 슬슬 주제를 좀 잡아야지 싶은 생각이 그때 들었다. 이것저것 눈에 들어오는 걸 카메라에 모두 담으려니 글감도 어수선하게 흩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분들은 뭘 열심히 찍나 궁금했으나 당시엔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광화문에서 민속박물관까지 1킬로미터가 채 되지 않는 거리를 지나는 동안 어느덧 한 시간이나 흘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