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싸이코> 최초 시사회 리뷰

그 아줌마를 믿지 마오

by 차돌


* <마담 싸이코> (원제 '그레타') 6월 26일 개봉 예정

* 6.12 인플런서 최초 시사회(용산 CGV) 관람 후기


친절도 신중해야 하는 참 뭐같은 세상


타인을 점점 믿기 힘든 세상이다. 세상 곳곳의 소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미디어를 통해 우리는 때때로 인간 본성의 문제와 시대의 혼란함 사이에서 좌절감을 느낀다. 이런 얘기를 너무 일반론으로 꺼내는 게 아닌가 잠깐 돌아본 지금 이 순간에도 인터넷은 온통 전 남편을 살해한 미친 싸이코의 소식으로 떠들썩하다. '그럼에도 세상은 따뜻한 곳'이란 위로 따위는 끔찍한 현실을 예전만큼 덮지 못하는 것이다.


이 땐 진짜 차에 치었으면 했다.


<마담 싸이코>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미친 아줌마가 나오는 영화다. '미저리'로 대표되는 싸이코 스릴러의 분위기를 기대하고 영화관에 들어설 수밖에 없다. 주인공의 이름 '그레타'가 원제인 미국은 비슷한 장르의 호러, 스릴러가 차고 넘치는 반면, 국내에는 이런 류의 해외작을 직관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일 거라 추측해 본다. '그레타', 가만히 중얼거려 보니 그라탕이 생각난다. 언어를 통한 이미지가 이렇게나 중요하다.


각설하고, 처음에 언급한 타인을 믿지 못하는 세상이라는 설정에서 이 영화는 출발한다. 지하철에서 발견한 분실물을 찾아준 젊은 여성의 호의가, 그걸 미끼로 본색을 드러내는 중년 여성의 집착에 의해 짓밟히는 과정이 이 영화의 뼈대와 흐름인 것이다. 최초 시사회 이후에 쏟아져 나오고 있는 평들 대부분은 이러한 소재의 참신함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있으며, 나 역시 그랬다.



뉴욕에 살고 있는 젊은 여성 ‘프랜시스’는 지하철에서 주인 없는 핸드백을 줍는다.
가방의 주인은 혼자 살고 있는 중년의 여인 ‘그레타’.

엄마를 잃은 상실감에 빠져있던 프랜시스는 핸드백을 찾아주면서 그레타와 빠르게 가까워진다.저녁식사에 초대받은 프랜시스는 우연히 그레타가 핸드백을 미끼로젊은 여성들과 친해진다는 소름끼치는 사실을 알게된다.

그레타는 프랜시스를 집요하게 쫓아다니며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하는데…

- Daum 영화 소개 페이지 中


초반엔 짐짓 따뜻한 엄마의 이미지를 풍기다가 싸이코로 돌변하는 이자벨 위페르(그레타)의 연기 또한 이 영화의 장점이다. 클로이 모레츠(프랜시스)의 매력적인 외모와 겁에 질린 연기도 기대를 져버리지 않은 건 물론이다. 아무튼 프랜시스가 찾아 준 가방을 계기로 영화 초반에 둘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친구가 되며, 이는 영화의 공식 소개를 통해서도 익히 알 수 있다. 줄거리를 모두 본 사람이라면 어떤 '우연한' 계기로 프랜시스가 그레타의 비밀을 알게 되나 싶을 것이다.


이 지점이었다. 아슬아슬할 뻔하다가 맥이 살짝 풀려서 아쉬운 장면. 그레타의 집에서 요리를 만들며 따뜻한 시간을 보내던 두 사람. 이들의 관계가 언제 깨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프랜시스가 기겁한 순간 관객의 긴장감도 고조될 수밖에 없다. 연출적으로도 거기까지는 아슬아슬했다. 그런데 곧이어 당황하는 프랜시스 만큼이나 나도 살짝 당황했다. 갑자기 시체가 나오길 바란 건 아니지만, 그게 그렇게 방치돼 있을 줄은...(나름의 스포 방지다) 그레타가 치밀하고 악랄한 싸이코로 각인된 대신 그야말로 정신 나간 돌아이라고 여겨진 출발점이기도 했다. (이후의 몇 가지 미장센과 클리셰를 통해 계산된 싸이코로서 그레타의 패악이 드러나긴 한다)



그럼에도 <마담 싸이코>는 묵묵히, 그리고 일관되게 변태스러운 그레타의 집착을 드러낸다. 이를 통해 조여오는 공포로 혼란스러워하는 프랜시스 또한 일관되게 답답한 게 또 하나의 문제라면 문제일 수는 있다. 어쩌면 이 영화는 극적인 상상력을 통해 실제로 일어날 법한 드라마를 그려냈는지도 모르겠다. 흔치는 않겠지만 주위에 있을 법한 광(狂)녀 그레타의 전투력과, 이에 대처하는 프랜시스의 방어력 간의 밸런스는 꽤나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레타가 더 악랄했다거나 프랜시스가 더 용감했다면 설정의 안정감이 떨어졌으리라 생각한다.


이 다음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마담 싸이코께서 드디어 폭주하는 영화의 후반부에는 헛웃음이 다 날 지경이었다. 그레타의 행태를 표현할 수 있는 용어는 '싸이코' 아니면 '또라이' 밖에 없는데, 영화 제목을 <마담 또라이>로는 도저히 할 수 없었을 테다. 이 싸이코의 광기를 더 돋보이게 한 건 바로 프랜시스의 처신이다. 이것도 스릴러 장르의 특성이라면 특성일까, 고구마 몇 개는 삼킨듯한 기분으로 그녀의 위기를 지켜봐야 했던 것이다. '내가 한 번 보고 올게' 라며 위험한 곳에 혼자 갔다가 반드시 봉변을 당하는 조연들에게서 느껴지는 것과는 확실히 다른 답답함이었다.


현실 공포를 지향한 이 영화에는 그리하여 음산한 음악 대신 쇼팽의 피아노곡이 흘러나온다. 게다가 그레타는 피아노를 아주 잘 친다. 피아노의 뒤로는...(영화를 통해 확인하시길)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영화 밖의 현실을 본다. 얼핏 봐서는 알 수 없는 무슈 싸이코, 마담 싸이코들과 뒤섞여 사는 세상은 웬만한 공포, 스릴러 저리 가라다. '함부로 친절하지 말 것'이라는 영화의 메시지가 스크린 밖에서도 유효한 이유다. '올 여름을 강타할 오싹한 공포' 와 같은 홍보 문구가 더는 자극적이지 않은 세상, 영화 만드는 분들도 참 어렵겠다 싶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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