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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돌 Oct 14. 2016

한국, 축구

#한국축구 #슈틸리케 #언론 #여론

온갖 말들로 들끓는다.

한때는 '갓'틸리케로 불렸던 축구대표팀 감독이,

이제는 언론의 집중포화 보다도 심한 여론의 질타 속에

자기 변명에 급급한 모습마저 보이고 말았다.


그래, 문제는 맞다.

전술보다는 핑계를, 전략보다는 선수탓을 함으로써

슈틸리케는 자신을 옹호해 줄 수도 있던 사람들까지도

등을 돌릴만한 구실을 제공해 버렸다.


그의 리더십, 말실수, 책임자로서의 무책임을 비판하는 건

그래서 온당하다.

"갓틸리케라고 빨아제끼던  녀석들은 다 어디갔냐?" 는

비판에 대한 비판조차도 이 상황에서는 일견 타당하다.


과잉기대는 우려 또한 키울 수 있던 상황이었고,

지나친 추앙은 대상의 추락만을 기다리는 

시기와 질투 세력을 형성하는게 대중 여론의 또 한가지 속성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명백한 결과로 드러나는 축구경기의 승패에 있어서,

확실한 책임 공방이 오가는 것이야말로 건강한 여론의 

역할과 기능이라고도 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나는 좀 무섭다.


지난 외국인 감독들의 사례는 온데간데 없이,

단기 결과를 놓고 새로운 감독을 신격화하던 사람들과


지난 그의 노력과 업적은 또 온데간데 없이,

당장의 현상을 두고 온갖 비난을 하는 사람들이

모두 한통속 같아서다.


무엇보다도 견디기 힘든 것은,

한 사람의 땀과 열정을 결과로만 왈가왈부 하는 것이

얼마나 냉혈하고 모진지에 대해 소리 높여 성토하는

소위 '헬조선' 을 살아간다는 많은 이들이 내뱉는(타이핑하는) 말(댓글)들이다.   


극도의 압박감과 기대 속에 숨이 턱에 닿을만큼 뛴

국가대표 축구 선수들에 대해,

어떻게 그런 원색적인 비난과 정죄의 말들을

물대포처럼 그리도 쏟아낼 수 있는걸까.


누군가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퍼포먼스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하면 어떠세요' 를 넘어

' X신아 그것밖에 못하냐' 라고 하면 알겠다고 수긍하고

더 잘 해낼만한 위인이 몇이나 될런지.


나는 축구를 무척이나 좋아하고 잘 아는 편이다.

해서 때로는 선수탓도 해봤고 감독탓도 해봤고

더 나아가 축구협회며 축알못들 탓도 해 봤으나,

결국 깨달은 건 이 모든게 쓸데없는 탓을 하는 내 탓이었더랬다.


일부 언론이 문제인 건 어떻게든 바로잡을 수 있어 보이는데,

다수 대중이 문제인 건 도대체 어디서부터 해결해야 하는 일인지-


선동하는 소수의 의견이 다수의 견해처럼 여겨지는

불완전하고 기형적인 온라인 매체 시대의 불편한 단상 쯤으로 정리하면

조금은 더 희망적인 마무리가 될런지도 모르겠다.


이제,

한국축구에서 축구보다는 한국이 더 많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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