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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돌 Jan 16. 2017

설리, 인적조건

#설리 #허드슨강 #재난 #인적조건

믿고 보는 톰 행크스, 그리고 실화.

지인의 추천이라는 요소까지 더해져 망설임 없이 택한 영화,

그리고 기대이상의 몰입과 공감.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세월호 사건과,

우리나라의 현실 앞에


픽션이 가해진 영화임을 아무리 감안한다 해도

그들의 시스템과 제도, 그리고 사건 당사자들의

훌륭한 대처 자세와 마인드는 부럽기만 했다.


시나리오.

비단 재난 상황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라,

어떤 일이든 처음 접한 사람들도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기 위해서는

'매뉴얼' 에 따른 가상 상황에 대한 준비가 필요함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 어떤 문서나 대비 교육도 '실제' 상황 앞에서는

하나의 '가설' 혹은 '가능성' 이상이 될 수 없음 또한 분명하다.


한 사람이 십수년 혹은 수십년에 걸쳐 받은 교육과,

그 사람의 성장과정을 둘러싼 환경이 만들어낸 인품과 태도야말로

급박한 순간, 중대한 결정의 기로에서 빛을 발할 것임이 명백하다.


그래서 더욱 아쉽고 부럽다.

영화 설리에서 내가 본 것은,

합리적 사고방식을 자랑하는 서구 문화가 이룩한

훌륭한 매뉴얼과 시나리오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들에도 불구하고, 아니 오히려 그것들로 인해

언론에서 추앙하는 국민적 영웅조차 냉철한 객관성의 잣대 앞에

혹시나 자신이 잘못한 것이 아닌지 불안해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서,

결국 확연히 드러난 것은 한 사람의 고유한 선택이

위기의 상황에서 더없이 훌륭했음이 드러났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선택을 둘러싼 초유의 비상 사태에 대처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조명되고 결국 이것이 다시 국가 시스템을 공고히 하는

과정이 우리의 그것과는 너무나 극명히 대조되는 모습에서,

나는 그럼에도 이 영화가 현실을 겹겹이 에워싼 픽션이라는 사실로

미디어를 곧이곧대로 인식하지 않겠다고까지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서글퍼졌던 것이다.


'청문회'

드러나는 정황들만으로도 충분히 사람들 앞에서 고개 숙이고

부끄러워해야할 인간들이,

오히려 당당하(려고 애쓰)거나, 불성실한 답변으로 일관하는 오늘날의 한국사회.


더는 떠올리거나 쓰기도 싫을만큼 열통터지는 현실을 살아가며,

재난 영화 한 편과 견주어 너무나 슬프고 화나는 현실을 발견하는 가운데

내가 이러려고 본 영화가 아닌데, 라는 자괴감에 휩싸인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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