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돌 Oct 30. 2019

가을 하루가 여기 다 있네요, 노들섬.

포토 에세이 - 노들서가에서_2




  늘 요즘 같은 날씨면 좋겠다 싶을 만큼 선선하고 청명한 가을날입니다. 같은 공간을 반복해서 드나들다 보면 작은 변화도 쉬이 눈치채며 정이 드는데요. 노들서가 집필실로 출퇴근하고 있는 요즈음 그래서 어떤 곳보다 노들섬에서 완연한 가을을 느끼고 있습니다.


* 10월 초의 노들섬 일지


  10월 초의 첫 방문 때만 해도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반팔 티셔츠가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불과 2~3주가 지나니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해서 외투 없이는 썰렁하네요. 대신 요 무렵만큼이나 다양한 코디가 가능한 때도 없는 것 같습니다. 억새가 바람을 맞는 모습이 제법 운치 있는 노들섬의 하루도 그만큼 다채로운 모습으로 방문객과 작가들을 반겨줍니다.




낮의 노들섬


  햇살이 아침 냉기를 몰아내다가 마침내 사람들의 외투마저 벗게 하는 따사로운 한낮. 노들섬에서 주위 풍경을 둘러보면 이곳이 바로 가을의 중심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마음 같아선 집에 있는 강아지를 데려와 산책도 하고(노들섬에는 반려견 출입이 가능합니다) 풀밭에 드러눕고도 싶지만, 바람이나 실컷 쐬다가 다시 노들서가 실내로 들어가 일을 합니다. 그래도 다가올 겨울이 무서운 줄은 잘 아는 베짱이거든요.



해질 무렵의 노들섬


  해가 머무는 시간이 짧아진 가을은 그만큼 겨울이 금방 다가올 듯해 살짝 초조한 계절이기도 한데요. 편안한 노들 서가에 머물러 있다가 잠시 또 밖으로 나와보면 어느새 저 멀리 노을이 내려앉고 있습니다. 열차가 지나가는 한강철교 너머로 63빌딩과 친구들이 늘어선 풍경에 저도 모르게 한참을 또 서 있곤 합니다.

  



저녁의 노들섬


  저녁 하늘을 검정 아닌 보랏빛으로 칠해 놓고 나도 이제 컸노라며 뿌듯해 한 열 몇 살 무렵의 미술 시간이 떠오릅니다. 슬슬 주위가 어둑해져서 조명등이 빛날 무렵이면 저도 슬슬 짐을 챙겨 나서는데요. 아까 바라봤던 여의도 방면에는 주황빛 노을이 은은하게 남아 있어 다시 한번 우두커니 바라보곤 합니다. 불그스름한 동시에 푸르스름하기도 한 하늘에 매혹되어 그렇게 서 있다 보면 한낮과 달리 쌀쌀한 바람에 '조금 더 따뜻하게 입을걸 그랬나' 싶었던 적도 몇 번 있네요.



  어둠이 내려앉을수록 먼 곳 노을빛은 노들섬 앞뜰 가까운 조명으로 수렴합니다.   



밤의 노들섬


  그냥 떠나기 아쉬워 조금만 더 머물다 보니 주위가 캄캄합니다. 하늘 아래 'Nodeul Island' 조명이 환하고, 하늘 위로 달빛이 환한 밤의 정취가 또 한 번 옷깃을 붙잡네요. 넓은 노천 객석에는 커플이 마주 앉아 이야기 나누는 모습도 보입니다. 추울수록 온기가 그립듯 쓸쓸할수록 사람이 그리운 가을밤에는 역시 혼자보다는 둘이 좋겠죠. 그러고 보니 밤의 노들섬은 데이트 명소인 선유도 공원과 많이 닮았습니다.

     




  버스를 타고 동작(남→북)이나 용산(북→남)을 가로질러 한강대교 중간에서 머물다 가는 곳, 노들섬. 바람에 날리는 억새가 한창인 이곳 노들섬에서 가을날을 보내고 있노라면 언제까지고 가을이 머물 듯한 기분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러나 벌써 가을비가 두어 차례 내렸고, 그때마다 차가워지는 바람에 곧 겨울이 올 것을 실감하기도 하는 요즘인데요.


  노들섬에 들러 가을 하루도 느끼고 노들 서가에서 책도 읽다 가시기를 저는 우선 주변 사람들에게 권하고 있답니다. 아직 한 철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짐작컨대 노들서가의 노을이 가장 아름다운 무렵도 요즘이 아닐까 하네요. 꽤나 짧기에 더욱 소중한 계절인 가을, 노들섬에서의 하루 어떠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강이슬 작가와의 만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