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들서가에서_1
사람도 인연이고, 공간도 인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브런치×노들서가 제휴 프로젝트를 통해 다시 한 번 느꼈네요. 카페를 전전하며 글을 쓰는 일은 그 나름의 매력도 있지만 불편함도 많아 고민하던 요즘이었는데요. 얼마 전 운 좋게도 브런치를 통해 노들서가 집필실 한 자리를 얻게 되어 처음으로 방문했습니다.
내달리던 한 주가 비로 멈칫한 지난 수요일. 저를 비롯해 집필실 작가로 선정된 분들은 노들섬 노들서가에 처음으로 초대를 받았습니다.
널찍한 부지에는 그리 높지 않되 넓게 펼쳐진 회백색 건물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요. 노들섬 버스 정류장에서 계단을 조금 내려가면 나오는 반지층 형태의 공간이 1층, 그 위가 2층인 구조입니다. 방문한 첫날엔 오픈하지 않은 상점들이며 다양한 공간이 낯설어 얼른 건물 안으로 들어가 노들서가만 찾았는데요. 현재 두 번째 방문만에 쉽게 구조를 이해했을 정도로 비교적 단순한 쇼핑몰형 공간이기도 합니다.
2층 중앙의 앞마당 너머로는 한강변 빌딩들도 훤히 보입니다. 날씨 좋은 오늘은 아이들과, 가족과 함께 나들이 나온 방문객들로 노들섬은 슬슬 북적입니다.
1층 안쪽에서 노들서가 입구 발견! 개장한 지 얼마 안 된 노들섬에서 아마 가장 밝고 환한 공간이 아닐까 합니다. 조명뿐 아니라 수많은 책들 덕분에 이미 빛나는 거겠지요.
노들서가 1층은 다양한 출판사와 독립서점, 작가와 시민들의 공간입니다. 꽤 많은 책들이 특색 있게 진열돼 있어서 둘러보기 좋아요.
안에서 한 층 올라가니 넓은 오픈형 독서실 형태로 브런치 작가 집필실과 서재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방문객들도 이용할 수 있는 동일한 형태의 책상과 의자도 놓여 있고요, 뒤편 2층 입구와 창가 쪽에는 카페도 있습니다.
하나 둘 모인 다른 작가분들과 함께 노들서가 직원, 매니저님들로부터 간단한 안내를 받았습니다. 각자가 가져와 개인 서재 코너에 기부할 도서 5권도 비치했구요. 방에서 좋아하는 책을 골라 오는 건 크게 어렵지 않았네요. 하루키의 에세이 하나, 알랭 드 보통의 에세이 하나, 장강명의 르포 하나, 스티븐 킹의 글쓰기 계발서 하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 나름 아끼는 책들이지만 집필실을 얻는 대가로 아낌없이 기증해 놓으니 벌써 애착이 갑니다.
처음이 다 그렇듯, 이제 막 모습을 드러낸 노들섬과 노들서가는 모두에게 아직 낯선 공간입니다. 서가 외에도 공연 시설, 가든 시설 등을 갖춘 노들섬이 애초의 기획대로 복합 문화공간으로서 번창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래야 더욱 많은 시민들이 이곳을 찾을 테고, 그렇게 된다면 틈틈이, 아니 자주 집필실에 들러 정을 붙이고자 하는 저 같은 비전업 작가도 좋은 에너지를 듬뿍 받을 수 있겠지요. 언젠가는 아래층 잘 보이는 곳에 부끄럽지 않은 책 한 권을 올려놓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죠.
아, 그리고 이제 오며 가며 마주칠 다른 브런치 작가님과 노들서가 매니저님들께도 반갑다는 인사를 하고 싶네요. 공간도 인연이고, 사람도 인연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