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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돌 Apr 14. 2016

상대성 이론과 쇼트트랙

#상대성 #실패 #열등감

학창시절의 열등생, 스위스 특허국의 평범한 직원이 어느날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논문 발표를 통해 천재

과학자로 등극했다. 그의 이름은 아인슈타인.


뛰어난 업적을 이룬 인물들도 알고보면 큰 실패 경험이 많다는 사례들을 다룬 '실패의 힘'이라는 책의 내용이다. 도서관을 둘러보다 제목에 혹 해서 빼든 책인데 아직 앞부분만 뒤적이다 만 상태라 전반적인 내용은 모르겠으나, 일단은 아인슈타인의 얘기가 눈길을 끈다. 특별해서가 아니라, '실패'와 '상대성 이론'이라는 단어의 나열이 어쩐지 요새의 내 상대적 상태를 묘하게 자극했기 때문인 듯하다.


상대적 '박탈' 이론이랄까.

과연 스스로의 절대적 만족의 비중을 타인과의 상대적 비교 보다도 우위에 둘 수 있는 멘탈을 지닌 이가 얼마나 될까. 온갖 자기 계발서나 에세이집의 저자들은 하나같이 충고한다. 너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다른 사람과 비교할 수 없는 자신만의 온전한 가치를 존중하라고. 맞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게 참 말처럼 쉽지가 않으니 그토록 많은 이들이 훈계하고, 또 더 많은 이들이 때론 고개를 끄덕이거나 때론 뻔한 얘기라며 손사레를 치는 게 아닐까.


쇼트트랙, 그래 얼마전 TV에서 쇼트트랙 중계를 보다가 생각난 게 있다. 흔히들 인생은 마라톤이라 하는데, 역시 마라톤은 아무나 완주하는 게 아닌만큼 그런 얘기는 어쩐지 이상론의 주입 같기도 하다. 실은 다들 저 쇼트트랙처럼 숨가쁘게 살고 있기에 삶은 마라톤, 삶은 마라톤 하면서 서로에게 남은 구간이 길다는 위로들을 건네는 게 아닐까.


아슬아슬하기 그지없다. 코너를 빙빙 돌며 상대 선수를 견제하고, 피니쉬 라인에서는 너나할 것 없이 다리를 쭉 내밀고. 또 예선 결선 통틀어서 꼭 몇 명씩은 넘어져 탈락하는 자들이 속출하고. 한 번 넘어지면 쫓아가는 건 언감생심 꿈도 못 꾸는 레이스고.

엉켜 넘어져서 빙글빙글 앉아 돌며 절망의 표정을 짓는 선수의 모습이 왜 나처럼 느껴지는 건지, 이젠 스포츠의 영역에서까지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며 찌질한 한탄을 내뱉고 있는 건 아닌지. 사실 이마저도 고민스럽다. 당장 생각을 멈추고 긍정적이며 활기찬 사고를 해야 상황이 바뀔지, 아니면 그냥 흘러가는대로 의식을 내버려 두면 언젠가는 정리가 될런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특수, 일반론 두 개가 있다는데 알아보니 하나는 20대 중반, 하나는 30대 중반 쯤 발표했단다.

이런, 내가 지금 두서없이 지껄이는 상대성 박탈 이론은 얼마나 위대하시길래 두 시절 중반쯤에 껴서 이렇게 튀어나오고 있는걸까. 이걸 진지하게 정리해서 논문 발표라도 하면 박탈학, 푸념학 분야에서는 인정 좀 받을 수 있으려나.


단언컨대 난 남의 성공에 배 아파할만큼 졸렬한 사람은 아니다. 젊으니까 더 분발하라느니 눈높이를 조정하라느니 하는 진부한 교훈들만으로는 더이상 위로가 되지않는 청춘이 나 말고도 많으리라 생각한다. 그 정도 인식과 눈치는 있기 때문에 여기저기 들려오는 소식과 그에 비한 내 상황에 몸서리치게 안타깝고 고민되는 연약한 청춘일 따름이라고 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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