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를 통해 돌아보는 현실, 로맨스.

스포 없는 <카페 벨에포크> 리뷰

by 차돌


시사회를 통해 5/20 개봉 예정인 <카페 벨에포크>를 미리 감상했다. 2019 칸 영화제뿐만 아니라 토론토, 취리히 등 세계 유수의 국제 영화제에 초청받아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답게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수작이었다. 국내에도 꽤 익숙한 프랑스 배우 기욤 까네의 열연에 더해 다니엘 오떼유, 도리아 틸리에 등 주연들의 매력이 특히 돋보였다. 만약 과거의 어느 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떤 이를 만날지, 어떤 사랑을 할지에 대해서 잔잔하게 떠올려 준 그런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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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내가 생각했던 설정은 <미드나잇 인 파리>와 같은 타임 슬립이었다. 하지만 완전히 달랐다. <카페 벨에포크>는 시간의 회귀를 다룬 영화이지만 결코 판타지가 아니다. 로맨스, 코미디, 드라마가 적절히 혼합된 장르다. 주인공 빅토르(다니엘 오떼유 역)가 시간 여행 서비스(?) 사업가인 앙투안(기욤 까네 역)을 통해 겪어 나가는 삶과 사랑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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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은 영화 안에서 또 하나의 거대한 연출을 감상할 수 있다. 허구 속의 허구를 보는 셈이다. 그런 면에서 많은 이들이 <트루먼 쇼>를 떠올릴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한 젊은이의 인생 전체를 거대한 허구로 설정한 트루먼 쇼와 달리 <카페 벨에포크>의 허구는 특정 시점만을 한정한단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요컨대 <트루먼 쇼>가 '허구'에 방점이 찍힌 영화라면, <카페 벨에포크>는 그보다 '현재', 혹은 '현실'에 집중한 영화란 말이다.




사람들은 각종 영화, 드라마가 허구임을 알고도 빠져든다. 때로는 현실 세계보다 오히려 허구의 세계를 통해 자신이 처한 현실을 철저하게 돌아보기까지 한다. 오랜 옛날부터 소설과 희곡 등의 문학이 우회적이면서도 풍자적으로, 때론 신랄하게 현실을 반영해 온 사실을 생각해 보면 새삼스러울 게 없는 일이다.


<카페 벨에포크>의 설정은 그래서 더욱 흥미롭다. 이 작품의 영화적 허용은 SF 장르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현재로서 가능한 연출로 누군가에게 시간 여행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게 아무리 허구의 설정이라 할지라도 관객들은 그 덕분에 현실에서는 미처 생각지 못한 현실을 돌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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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스토리를 스포 없이 짧게 요약하자면 이렇다. 주인공 빅토르가 과거를 통해 현재의 사랑과 결혼, 일 모두에 변화를 겪게 되는 이야기. 그리고 그 안에는 빅토르의 아내 마리안(화니 아르당 역)의 현재와 과거가 수시로 교차하며, 앙투안과 마르고(도리아 틸리에 역)의 또 다른 로맨스도 튀지 않게 녹아있다.




ps01.jpg 빅토르가 그린 아름다운 삽화를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이 영화의 매력이다.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너무나 어리석단 사실을 알면서도 많은 이들이 떠올리는 생각이다. 하지만 인간이 어리석지 않다면 지난 시간에 대한 아쉬움과 현재의 깨달음이 이토록 소중할 리도 없다. 누구나 후회를 하고 실수도 저지르기에 때론 지난 시간이 더 아름답고 현재와 미래를 바꾸어 갈 수 있는 게 아닐까.


빅토르는 결국 과거를 통해 현재를 살아낸다. 완벽히 열려 있다거나 닫힌 결말이라고 볼 수 없겠기에 관객들은 그 적당한 여백 안에서 영화를 음미하며 각자의 사랑을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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