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게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브런치 알람이 울렸다. 좋아요? 구독? 누군가의 새 글? 이번엔 모두 아니었다. 내가 글을 쓴 지 한 달이 넘었다며(실은 더 된 것 같은데), 작가님의 소식이 궁금하다는 거였다. 브런치를 시작한 이래 꾸준하다고 하기엔 부끄럽지만 그렇다고 소홀한 적은 없었기에 낯선 알람이었다.
한 해도 어느덧 반년이 갔다. 4월 무렵 "이러다 한 해 또 금방 가겠다"며 분기가 넘어감에 새삼스러워했는데, 벌써 해의 절반인 6월을 넘긴 것이다. '날마다 날이 간다' 던 김훈 작가의 에세이가 다시금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시간이 속절없다며 하소연하는 어른들이 조금씩 더 이해되는 걸 보면 나이를 먹어가긴 하나보다.
지난번 '에세이에 관한 에세이(https://brunch.co.kr/@hyuksnote/250 )'를 끄적이며 에세이 쓰기의 어려움과,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가고자 함에 대해 간략히 쓴 적이 있다. 그로부터 또 반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나의 에세이는, 나의 생활은 어떻게 흘렀나 돌아보는 건 역시 브런치 알람 덕분이다.
요즘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오은영 박사의 '벼락치기하는 사람의 심리'에 관한 방송 콘텐츠 기사-
를 최근 읽었다. 내용인즉슨 벼락치기하는 이들은 게으르다는 보편적 인식과 다른 관점의 심리 분석을 제시하는 위로 섞인 이야기였다. 완벽주의,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오히려 일의 시작을 미루게 한다고.
위안도 받았고 공감하는 지점이 있어, 글을 꾸준히 업로드하지 못한 스스로를 조금은 더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아무리 힘을 빼고 쓰려해도 어떤 이유에서든 욕심이 섞이면 스스로 만족할 만한 글은 나오기 힘들었다. '작가의 서랍'에 쌓인 많은 글의 주제 의식 자체는 좋은데 풀어낼 힘과 동력이 모자라 번번이 발행하지 못했다. 발행하지 못한 글이 쌓였는데 새 글이 쓰일 리 없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흘렀다.
하지만 이내 찾아오고야 마는 현실 인식.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내가 뭐 그리 완벽주의를 갖고 있나. 게으르기에 꾸준하기 어렵고 쉽게 질려 하기에 중도 포기하는 일들이 많지 않았나. 글 역시 일상 밖 영역에서 꾸준함을 갖기 힘든 게 당연했다. 오은영 박사님의 위로를 부정하려는 게 아니다. 심리적 압박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격려라고 본다. 단지 나의 경우엔 게으름부터 인정해야 맞다고 생각할 뿐이다. 아직 완벽주의를 논할 단계가 아니기에 난 게을러서 못 쓴 게 맞다.
최근에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다. 그 가운데 깨닫고 또 깨닫는 게 '꾸준함'의 중요성이기에 더는 미루지 않고 짧게라도 브런치에 응하고 싶어 끄적인다. 모쪼록 나처럼 브런치 알람을 받은 분들은 뭐가 됐든 글 하나를 써서 올리고 또 기운 내서 한 걸음 더 나아가시길. 완벽주의 때문이든, 게으름 때문이든 무조건 쓰는 게 안 쓰는 것보단 여러모로 나으니까.
마지막 고백.
이 글도 실은 '그래도 퇴고는 해야지...'라며 발행 전 작가의 서랍에 저장만 했다가 1주가 지나서야 올린다.
역시, 시계 알람이 울리면 껐다 켰다 반복하다 기어이 마지막 알람에서야 눈 뜨는 습관 어디 안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