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르 재밌던데요?

다들 별로라길래 관람평에 덧붙이는 몇 마디

by 차돌


악평 일색이었다. 예고편이 나오고 들끓던 기대 여론은 시사회 이후 차갑다 못해 싸늘하게 식었다. CGV의 영화 평점 시스템인 에그 지수만 놓고 보면 개봉 하루 만에 MCU 영화 최저 수준을 기록했을 정도. 최근 개봉한 <토르: 러브앤썬더>의 이야기다.


기대를 완전히 내려놓았다. <스파이더맨: 노웨이홈>, <닥터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에 잇따라 실망한 나로서는 마블 영화라고 더는 무조건 기대하지 않았고, 주위에서 먼저 본 몇몇이 노잼이라고 평가한 상황. '설마...'라는 생각보다 '마블도 결국...'이란 심정이 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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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니 재밌었다. 내려놓은 기대치 덕분이라고 하기에는 그것도 무척이나. 보는 동안 자주 웃음이 터졌으며, 거슬릴 정도의 무리한 설정이나 개연성 오류도 발견하지 못했다. 처참한 세간의 평에 비해 당황스러울 정도로 괜찮게 감상했던 것이다. 이유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1. <토르: 라그나로크>로 시리즈를 부활시킨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의 경쾌하고 유머러스한 분위기가 이번에도 잘 이어졌다.
2. 큰 비중은 아니나 '가오갤' 멤버들의 반가운 등장과 케미가 MCU의 향수(?)를 모처럼 불러일으켰다.
3. 마이티 토르(제인 포스터)의 등장과 퇴장(?), 비중이 걱정만큼 어색하거나 무리가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4. 메인 빌런 고르를 맡은 크리스찬 베일의 역할과 연기가 도구적으로 소비되는데 그치지 않고 비교적 스토리에 잘 녹아들었다.
5. 예고편을 통해 모두를 기대시킨 씬들의 흐름과 영상미가 썩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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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열광하던 마블 무비들이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내리막길인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로 보인다. 그간의 성공으로 대중의 기대치는 오를 대로 오른 반면 예전만 한 흥행성을 갖춘 캐릭터나 웅장한 스토리를 더는 뽑아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 경우에는 <스파이더맨: 노웨이홈>과 <닥터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모두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반면 주위 친구들 중에는 여전히 재밌었다고 한 경우도 많았다. 하나마나한 이야기겠지만 거의 모두가 열광하는 영화보다 누구는 좋아도 누구는 별로인 영화가 많은 게 당연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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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분명히 취향을 탄다. 그런데 다양한 사람들이 한 마디 두 마디 보태어 형성된 여론을 가만히 들여다볼 때면 지나치게 단정적인 경우가 많다. 평론가들이야 직업적 의무감 때문에라도 진심과 다른 이야기나 자극적인 말들을 종종 쏟아낸다 치자. 이들 평론가의 의견이 여론에 영향을 미쳐 다들 매서운 건지, 여론을 적당히 반영해 평론가들이 최종 판정을 내리는지 헷갈릴 정도로 대중의 평점과 리뷰들은 날카롭다. 서로 다른 의견을 포용할 여유 같은 건 전혀 없어 보이는 감상평들. 스마트폰을 볼 때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내 의견을 바로 세워야겠다는 경각심이 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평론가들의 호평 일색이던 <헤어질 결심>이 초라한 흥행 성적표에 시름하는 현상과 더불어 <토르: 러브앤썬더>에 대한 세간의 평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몇 마디 보태봤다. 여론의 박한 평가를 접하고 감상을 망설이고 있는 모습을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난 두 작품 모두 참 괜찮았는데.


마음껏 비평, 비판할 자유와 마찬가지로 내가 좋은 건 누가 뭐래도 좋다고 할 자유도 당연히 통용되었으면 한다. 또한 미디어 노출이 잦은 이슈일수록 이미 커진 집단 견해로 인해 직접 겪고 판단할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유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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