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보와 털보와 진보(2023봄) - 첫날, 밤
여성 일행 두 명이 늘었다. 저녁 겸 소주 안주로 돌문어볶음과 옥돔구이를 함께 먹었다. 오해는 마시길, 아재들이 헌팅 같은 걸 한 게 아니다. 털보 진보와 친한 동생들과 급만남을 한 거였다. 한 명은 제주에서 포토 스튜디오(https://in.naver.com/jeju)를 하는 친구고, 한 명은 그녀를 보러 제주에 와서 여행 중인 친구였다. 나도 알고있던 애들이라 몹시 반가웠다.
다들 술을 좋아해서 식당에서 각 1병씩을 마신 뒤(운전자 제외) 인근 가맥집으로 장소를 옮겼다. 첫째 날 이른 저녁부터 술기운이 올라 신이 났다.
레트로풍(?)의 가맥집은 제주에서 기대치 않던 컨셉이라 재밌었다. 한라산 소주와 함께 과자, 쥐포, 라면 등을 잔뜩 골라 야외에 자리를 잡았다.
종종 만나오던 넷은 속 깊은 얘기들을 나누느라 바빴다. 전현직 마케터 둘의 마케팅 담론, 포토그래퍼 둘의 비즈니스 논의. 관찰자이자 술친구로서 그들의 이야기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재밌었다. 제주에서 갖는 술자리가 즐겁지 않을 이유가 없잖은가. 타닥타닥 운치 있게 타들어가는 장작 옆에서 술이 술술 들어갔다.
3차는 털보가 가자던 bar로 향했다. 술, 술, 술 코스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나름대로 제주 맛집 - 낭만 - 무드 코스였기에 글 끝에 링크를 덧붙이겠다.
털보가 가자는 덴 이유가 있었다. 작년에 한 번 들렀을 뿐이라는 데도 사장님이 굉장히 반겨줬다. 둘은 맹세코 혈연이 아니다. 민머리에 수염을 길렀다 해서 다 비슷한 건 아닐 텐데 둘은 굉장히 닮아서 재밌었다. 멋쟁이 털보 사장님과 아내분의 밝은 기운이 매력적인 바(bar)였다. 위스키가 또 술술 들어갔다. 제주도는 아무튼 술을 안 먹기 힘든 곳이다.
4차는 내가 정했다. 제주에 몇 없는 클럽 중 하나를 봐뒀는데, 사람 없을 걸 뻔히 알았지만 가고 싶었다. 원래 놀 줄 모르는 애들이 이럴 때 괜히 더 놀자고 하는 법이다.
데낄라 한 잔씩을 마시고 코로나 마스크 해제 기념으로 코로나 맥주도 한 병씩. 분명히 데낄라는 샷으로 마셨으니 저 사진은 다른 술이었을 텐데 솔직히 기억이 안 난다.
비수기라 그런 건지, 제주 청년들은 딴 데서 노는 건지. 덕분에 스테이지를 돌아다니며 엄청 신나고 추하게 흔들어 재끼며 놀았다.
털보는 클럽에서도 짙은 오클리 선글라스를 고집했다. 눈부신 게 싫다나. 하여간 일관성 있는 녀석이다.
저녁 일찍부터 움직인 덕분에 실컷 놀고도 새벽 한 시 반이었다. 시내에서 성산까지 택시로 어떻게 돌아왔는지 셋 다 제대로 기억도 못하지만 아무튼 멀쩡히 귀가했다.
돌아보니 첫날은 스쿠터보다도 술 여행이었지 싶다.
* 저녁&술집 코스 링크
식사 - 소금바치 순이네(https://naver.me/5PS2RWY8)
가맥 - 취하도(https://naver.me/xjeakYSM)
바(bar)- 성산 히셰드X쉬셰드(https://naver.me/5wHW8BO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