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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자유여행, 올해도 스쿠터 #1

먹보와 털보와 진보(2023봄) - 첫날 낮

by 차돌

바이크 타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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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보, 진보와 술을 마시던 중이었다. 1년 전 이 무렵에 셋이 했던 제주도 스쿠터 여행 이야기가 나왔다. 그땐 각자의 일정이 있어 하루만 함께 했는데, 올해는 이틀 이상 같이 다니면 어떨까 했다. 다들 취해서 그냥 뱉은 말이 아니었다. 우리는 며칠 뒤 서로의 의지를 확인하고 2주 뒤에 출발하는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이틀 묵을 숙소를 정한 외에는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 진보는 하루 일찍 출발했고, 털보와 난 토요일 아침 일찍 공항에서 만나 함께 출발했다. 해외도 아니고 제주니까, 바이크 타는 자체가 목적이니까. 말이 바이크지 다들 원동기 면허는 따로 없기 때문에 125cc 스쿠터로 비교적 안전하게 돌아다니는 여행이다.




9E0E44CF-1EDD-4049-B0D1-D931909C68C9.jpeg 부캐너125, 다음에는 타 보리라.


원래는 '부캐너125'를 빌리려 했다. 수동 바이크 입문용으로 유명한 바이크다. 그런데 하루 먼저 타 본 진보가 나를 극구 말렸다. 웬만큼 익숙해지지 않고서는 시동을 꺼 먹기 일쑤라 여행하기 불편하다는 이유였다.

* 스로틀(오른손 핸들)만 당기면 자유로이 달릴 수 있는 자동식과 달리 수동 바이크는 왼손으로 클러치를, 왼발로 기어를 조절하며 타야 한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멋 부리느라 이틀 내내 불편하게 다니느니 편하게 바이크를 즐기고 싶었다. 대여점의 125cc 기종 중에서 가장 최신형인 NMAX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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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해서 작년 사진을 찾아봤더니 웬걸, 내가 빌린 바이크(사진 가운데)는 털보가 작년에 빌렸던 거였다. 같은 대여점에서 빌렸으니 높은 확률이긴 했어도 인연은 인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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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벅머리, 빡빡이, 경찰


드디어 셋이 함께 출발, 일단 동쪽으로 달렸다. 구좌읍에 위치한 식당 '치저스'에 2시 점심 식사 예약이 돼 있었기 때문. '치저스'는 내가 작년에 노홍철과 비가 출연한 넷플릭스 '먹보와 털보'를 보고 알게 된 맛집이다. 올해는 꼭 가 보려고 여행 전에 유일하게 정해 놓은 일정이다.

* '치저스'는 1주일에 한 번, 화요일 오후 6시 네이버 탭이 열리면 다음 주 식사 예약이 금세 꽉 차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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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송당리 안쪽에 위치한 '치저스'는 큰 창고? 마구간?을 개조한 듯한 깔끔한 건물과 예쁜 마당이 돋보이는 식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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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 전 문자 안내에 따라 한치새우아란치니, 라클렛(스테이크150g), 부챗살스테이크 세 가지를 미리 주문해 놓았다. 다 맛있었다. 남자 셋이 먹기에 충분하진 않았으나 가격을 고려하면 적당한 양이었다. 그럴 줄 알고 가는 길에 함덕에서 보말칼국수를 한 그릇씩 하고 카페 델문도에서 젤라또도 미리 먹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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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겁지겁 먹어치운 우리는 시계를 보고 낄낄 웃었다. 2시 식사가 2시 9분에 끝나 있었던 것이다. 물 마시는 털보의 선글라스에 비친 모습이 영락없는 '사내놈들' 테이블이었다. 주위에는 예쁜 테이블에서 예쁘게 이야기하며 식사를 즐기는 커플과 여성 여행객들 뿐이었다. 얼른 먹고 얼른 일어선 우리도 이쁘지 아니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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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후에는 작년에 들렀던 카페 '제주 여기쯤'을 다시 찾았다. 마침 식당과 가까웠다. 연세 지긋한 사장님이 올해도 여유롭게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나는 단팥죽을, 털보와 진보는 차를 주문했다. 해마다 찾는 제주에서 어김없이 들르는 곳이 있다는 건 꽤나 정겨운 일이다. 그것도 재밌는 친구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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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로 가는 선착장 인근에 위치한 숙소 '자멍 펜션'에 체크인을 했다. 말이 펜션이지 에어비앤비 숙소라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드는 감성적인 인테리어의 신축 건물이다. 들어서자마자 우리는 또 낄낄댔다. 셋이 자기엔 너무 커플 숙소 같았다. 털보가 드러누워 쉬는 모습을 보며 '젠장 다음엔 여자 친구랑 와야지'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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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의 라이딩은 이걸로 끝. 우리는 술을 마셔야 했다. 숙소 주차장에 스쿠터 세 대를 고이 모셔두고 밤을 맞이하러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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