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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자유여행, 올해도 스쿠터 #3

먹보와 털보와 진보(2023봄) - 둘째 날

by 차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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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진탕 마시긴 했지만 우리는 여덟 시 무렵 채비를 마치고 숙소를 나섰다. 숙취에 정신 못 차릴 정도로 ㅈㅂ들은 아닌 것이다. 마침 근처에 전복 콩나물국밥을 파는 곳이 있길래 가봤다. 콩나물국밥은 정통 전주식을 먹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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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부터 서쪽, 제주시 방면으로 향했다. 스쿠터로 한참 달리던 털보 진보는 술이 올라온다며 중간에 쉬기도, 목적지에 도착해서는 어묵이랑 이온 음료를 챙기기도 했다. 워낙 술꾼들이라 전날 나보다 더 마시긴 했을 거다. 술이 어느 정도 깬 나조차 같이 다니면 계속 취해있는 느낌이라 때론 좋기도 하고, 때론 단명할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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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제주에서 핫하다는 미디어 아트 전시 장소인 '노형 슈퍼마켙'에 들렀다. 입장권을 끊고 안에 들어가면 복고풍 소품들이 가득하며, 어떤 계기를 통해 내부의 환상의 세계(?)로 진입한다는 컨셉의 커다란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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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다들 술이 덜 깼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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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공간은 이렇게 체육관 식으로 넓은 공간에 벽면을 중심으로 사방에 미디어 아트가 펼쳐진다. 조카랑 함께 오면 너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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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웬걸. 털보는 구석에서 자기 시작했다. 슬 둘러보던 진보도 잤고, 나도 그러려니 하고 드러누워 잤다. 남자 셋이서 미디어 아트를 온전히 즐기기는 역시 무리였나.

* 공간이 넓고 평일에 한산했던 편이라 다른 이들의 관람에 해를 끼치지는 않았음을 덧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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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3월 20일 즈음) 제주에는 벚꽃이 얼굴을 드러내고 있었다. 사진이며 여행기를 정리하는 지금 4월초엔 이미 다 져 가는데 말이다. 매년 느끼는데 벚꽃은 피기 전부터 확실히 대비해 놓지 않으면 놓치기 십상이다. 사랑의 속성을 참 닮았기에 그렇게 흐드러지게 아름답고 데이트 코스로 딱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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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행선지는 노형에서 가까운 '한라수목원'이었다. 마침 전날 만났던 동생들이 들른다길래 시간이 맞아 함께 산책했다. 10년째 매년 제주를 찾는 나로서도 처음인 명소였다. 생각해 보면 제주에서 굳이 수목원을 들를 필요는 못 느꼈기 때문인데, 막상 가보니 산책로도 좋고 식물원이며 넓은 대숲도 힐링 코스로 딱 좋았다. 무료입장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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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뭐 먹을까 뭐 먹을까 하다가 한림읍에 있는 분식집으로 향했다. 내가 제주에 들르면 종종 찾는 '명랑스낵'이라는 곳인데, 떡볶이랑 튀김이 맛있고 무엇보다 옥상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맥주도 함께 마실 수 있어서 좋다. 오른쪽 사진 분위기가 칙칙한 건 그날 날이 흐렸어서다. 털보 진보 탓은 아닐 거다.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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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도 부르겠다, 서귀포까지 스쿠터를 타고 내리 달렸다. 그리하여 커피 한 잔을 때리러 들른 곳은 '아미고라운드'라는 카페. 마침 털보의 지인이 작년쯤 크게 여신 곳인 데다 또 다른 지인의 포토 스튜디오까지 있는 곳이었다. 털보는 사람을 되게 좋아하고 사람들도 털보를 꽤나 좋아한다. 매력은 가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타고난 것 또한 중요하단 걸 녀석을 보며 종종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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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에는 실제로 운행하는 회전목마가 있는 데다, 실내는 독특한 컨셉으로 잘 꾸며놓은 카페였다. 중문 근처에서 이색적인 카페를 찾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떠날 땐 털보랑 친한 형님이 직접 영상도 찍어줬다. 그냥 배민 크루 같긴 한데 막상 스쿠터를 타고 밟는 입장에선 여느 오토바이 못지않음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괜히 작고 귀여운 스쿠터를 찾느라 애매한 속도로 느리게 다니느니 최상급(?) 125cc는 타야 그나마 밟는 느낌을 낼 수 있다(영상 보며 괜히 변명하는 느낌이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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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굉장히 멀리 갔기 때문에 돌아오는 길 자체가 여행이었다. 벌써 밤이 찾아왔고, 우리는 인근 해녀의 집에서 1차로 식사 겸 술을 마시고 숙소로 돌아와 또 술판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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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빔프로젝터가 있었기 때문에 술을 마시며 영상과 함께 음악을 잔뜩 들었다. 셋 다 음악을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저런 쓸데없는 취향들을 주장하다 보면 술자리는 때때로 뜨거워진다. 그날의 리스트를 돌이켜 보자면 대충 이렇다. 강산에, 이선희, 레드벨벳(이상은 아마 평양공연으로 인한 알고리즘 흐름이었던 듯), 엠씨더맥스, 엑스재팬, 브루노 마스 등등. 사진은 술 먹다가 그냥 찍었다. 맥스 형 마스 형 미안.


둘째 날 밤도 술로 적시며 우리의 스쿠터 여행은 어느새 저물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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