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인듯 싱글 아닌 싱글 같은 나
침대를 퀸사이즈로 업그레이드했다. 잠자리가 한결 편해졌다. 지금껏 몇 년이나 슈퍼 싱글도 아닌 그냥 싱글 침대를 사용한 나였다. 마침 최근에 이사를 한 덕에 침대를 바꿀 수 있었다.
사실 싱글 침대가 엄청 불편하진 않았다. 보통 체구인 데다 얌전히 자는 나로서는 적당히 몸을 누일 만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나처럼 자취하는 친구 집에 갔는데 커다란 퀸 사이즈 침대가 눈에 들어오는 거였다. “난 이 정도 크기가 아니면 불편해서 못 자.” 친구가 말했다. 그는 나와 비슷한 체격이었다. 그때부터 당연했던 내 잠자리에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간혹 느끼던 불편함이 하나 둘 떠올랐다. 팔다리를 쭉 뻗으면 침대 밖으로 늘어지거나 벽에 막혀 몸이 구부정해지곤 했다. 조금만 뒤척여도 공간의 한계가 너무 명확해서 자세를 고쳐 누울 때가 많았다. 당연한 거겠지만 둘이 자기에(그럴 일도 있었다)는 너무너무 좁았다. 싱글 침대는 마치 나의 삶을 독거로 규정하는 듯했다. 동침을 금지하는 일종의 규제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후로 침대에 누울 때면 나는 종종 생각했다. ‘조금 더 넓으면 편할 텐데’, ‘그동안 너무 좁게 자서 몸이 피곤했나?’ 같은 생각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침구를 정리할 때면 침대가 유난히 작아 보이기도 했다. 그전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한 번 싹튼 아쉬움(기존 침대에 대한)과 갈망(새 침대에 대한)은 좀처럼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사할 시기가 온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더 넓은 보금자리를 찾은 데다 침대까지 새로 들였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지 않았으면 나는 더 많은 시간을 싱글 침대에 대한 불만으로 지냈을 게 뻔하다.
마음속에 한 번 뿌리내린 불만은 떨치기 쉽지 않다. 아무리 자기 물건이나 공간에 애착이 큰 사람이라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기 것보다 좋은 게 눈에 띄면 어느새 그걸 원하는 게 보통의 사람 아니겠는가.
어제는 새 침대에 누워서 문득 생각했다. ‘퀸 사이즈에 계속 만족할 수 있을까?' 혼자 살면서 킹 사이즈 침대를 사용하는 친구는 아마 없을 것이다. 며칠 자 보니 퀸사이즈 정도면 혼자서 눕기에 아주 넉넉해서 좋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싱글일 때의 이야기일 테다. 이제 언젠가는 혼자 지낼 침대가 아니라 함께 누울 침대 사이즈를 고민할 날이 올 지도 모르겠다.
아, 물론 퀸사이즈 침대도 둘이 눕기에 꽤나 넉넉...하다고들 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