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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돌 Oct 17. 2023

러닝머신 계기판을 보지 않기로 했다.

더 멀리, 오래 달리기 위해.



  헬스장 러닝머신 위를 달리다 문득 생각했다. 실내 달리기가 삶의 모습을 꽤나 닮았다고. 뛴 거리며 소모 열량을 확인하며 달리면 지루해서 오래 하기 힘든데, 이게 마치 SNS를 확인하며 지내는 일상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러닝머신에 오르기 전에 나는 보통 결심한다. 전보다 오래, 더 먼 거리를 뛰어서 체력을 키우겠다고. 후후- 하하- 후후후- 하하하- 그런데 속도를 올려서 뛰다 보면 어느새 시선은 계기판을 향해 있다. 5분 24...25...28초, 소모 열량 55... 58kcal... '이것밖에 안 지났어?'란 생각이 절로 든다.




  헉, 헉... 후... 슬슬 호흡이 불규칙하게 흐트러진다. 팔뚝엔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 나도 모르게 계기판을 또 쳐다 보고 만다. 9분 12초... 13초... 시간은 여전히 더디 흐른다. 아직 10분도 안 지났다니! 그리 힘든 건 아니지만 너무 지루하다. TV에 몰입하기도, 러닝에만 집중하기도 애매한 느낌. 실내 러닝은 역시 재미가 없다.


  그렇게 나는 20분 남짓한 시간을 달리다가 STOP 버튼을 누른다. '달릴 시간에 웨이트나 더 하자'라는 식으로 타협하지만 실은 귀찮은 거다. 달리는 동안 계기판을 몇 번이나 봤는지 모른다. 아무래도 끈기가 부족한가 싶어서 고쳐보려고 했지만 그게 참 쉽지가 않다. 목적지를 정해 놓고 완주하는 야외 러닝과는 다르게 제자리를 뛰는 실내 러닝은 체력이 아닌 시간과의 싸움처럼 느껴진다.       





  어제는 조금 다르게 달려 보았다. 달리는 중에 고개를 내려 계기판을 쳐다보지 말고 오로지 달리기에 집중하리라 마음을 단단히 먹은 것이다. 그랬더니 느낌이 확실히 달랐다. 수시로 시간을 확인하며 '언제 끝나지'라는 생각을 하던 때보다 지루하지 않아서 더 오래 달릴 수 있었다.


  이러한 차이를 삶의 모습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시간이며 칼로리가 표시되는 계기판을 하나의 SNS라고 생각해 보자. 이용하는 사람의 현재 상태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러닝머신 계기판과 SNS의 속성에는 공통점이 있다. 때때로 옆 사람이 얼마나 잘 달리나 흘끔흘끔 쳐다보며(설마 나만 그래...?) 비교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왜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앞으로 곧게 나아가려면 발밑을 볼 게 아니라 먼 곳을 바라봐야 한다는 명언 말이다. 목표를 향하는 과정에서 현재 상태를 파악하는 일도 때로는 중요하겠지만, 변화를 지나치게 자주 확인하려 들 경우에는 눈에 띄는 차이가 적어서 쉽게 지치거나 의욕을 잃을 우려가 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달리기를 삶에 비유하나 보다. 인생은 단거리 경주가 아닌 장거리 레이스이기에- 우리는 더 멀리, 더 오래 달리기 위해 때로는 발밑을 보지 않고 그저 달리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겠다. 나는 앞으로 러닝 머신을 달릴 때 되도록이면 계기판을 보지 않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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