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돌 Jun 08. 2024

일희일비가 나쁘기만 할까?

기쁘면 기쁘고 슬프면 슬프고



  일희일비는 대개 긍정어로 쓰이지 않는다. 인생사 새옹지마이기에, 좋을 때 지나치게 좋아하고 슬플 때 지나치게 슬퍼할 필요 없다며 "일희일비하지 마"라는 식의 조언으로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다.


  개업을 앞두고 주위로부터 일희일비하지 말란 말을 제법 많이 들었다. 장사 하루이틀 하는 거 아니라며, 매출이 많든 적든 너무 신경 쓰지 말고 길게 보라는 식의 격려(?)였다. 실제로 카페를 열고 하루이틀이 지날수록 그날그날의 매출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기에 왜들 그렇게 말하는지 이해가 갔다.

 




  고백하자면 나는 일희일비를 잘한다. MBTI로 따지자면 극 F라 그런가, 좋을 땐 흥을 주체하지 못하다가 안 좋은 일이나 고민거리가 생기면 팍 가라앉는 일이 잦다. 근데 그걸 또 굳이 숨기지 않고 '나 원래 일희일비 대마왕이야~'하는 스타일이랄까?  보통은 '희'인 경우에 이렇게 까불거리는 거고, '비'일 땐 혼자 조용히 지내느라 일희일비하는 걸 남에게 들킬 일이 별로 없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이런 내가 카페 운영이라고 해서 무던~하게 평정심을 유지하며 해 나가기가 어디 쉽겠는가. 앞서 말했듯이 오픈하고 며칠도 지나지 않아 포스에 찍힌 매출을 수시로 확인하며 때로는 기뻐하고 때로는 실망하는 나 자신을 자주 발견했다.


  북적이는 상권에 위치한 게 아니기에 아무래도 기쁠 때보다 아쉬울 때가 많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애초에 돈에 대한 기대치가 그리 높지 않아서였을까, 

'오늘은 가게가 한산했지만 그 덕에 글도 쓰고 좋았지 뭐~'

'어제보다 매출은 적었지만 테이크 아웃 손님은 늘어났네? 이거 좋은 징조 아냐?

등의 럭키비키 원영적 사고로 손님들께 짓는 미소는 유지해 올 수 있던 것 같다.





  따지고 보면 일희일비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자기 감정대로 기쁘고 슬픈 걸 가지고 못난 사람 취급하는 건 너무 비인간적인 것 같다. 모든 일이 그렇듯 적당하지 못해 지나칠 경우는 당연히 문제인 것이니 논외로 하고, 감정에 솔직한 일희일비 자체를 부정어 취급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장사는 감정으로 하는 게 아니고 냉철한 시각을 지녀야 한다는 조언은 오케이, 하루이틀 영업할 게 아니면 짧은 흐름만 놓고 지나치게 기뻐하거나 실망할 필요가 없다는 조언도 오케이.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말에 대한 수용은 여기까지다. 


  하루하루 그저 열심히 가게 열고 닫고 쉬고 하다 보니 어느덧 네 달째. 솔직히 말하자면 내 관심의 초점은 아직도 손님을 직접 상대하는 일에 온통 맞춰져 있지, 계산기 두드리는 일에 있지 않다. 가만, 장사를 수익의 관점에서만 보는 게 아니라면 일희일비에서 비보다 희가 더 늘어나겠네? 


  난 아무래도 일희일비 대마왕이 아니라 희희낙락 대마왕일지도 모르겠다.





이전 10화 단골의 행방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