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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돌 May 25. 2024

단골의 행방

언젠간 또 오시겠죠

  영업 개시 두어 달 무렵부터 단골 / 비단골(?) 손님의 명확한 식별이 가능해졌다. 기존에 잘 운영되던 카페를 인수한 덕인지, 내가 친절하게 서비스 한 덕인지, 둘 다인지- 아무튼 꾸준히 카페를 찾아주는 분들이 늘어나는 모습은 하루에도 몇 번씩 나를 기쁘게 해 준다.


  그런데 세 달쯤 넘어가니 뜸한 단골도 파악되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간대에 꼭 찾아주시던 분들이 며칠 동안 보이지 않으면 은근히 신경 쓰이는 것이다.

'내가 뭐 잘못했던 게 있나?'

'음료나 디저트에 무슨 문제라도 있던 걸까?'

'너무 부담스럽게 아는 척을 했나?'

'근처 다른 카페로 옮겨 가셨나?'

등등의 의문으로 하던 일도 잠시 멈추고 생각에 잠길 때가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내가 만약 더 어렸을 때 가게를 열었다면 조바심을 냈을 것 같은데, 이 나이가 되고 보니 어찌할 수 없는 일에 대한 걱정을 그리 오래 하지 않는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랄까. 물론 장사의 관점에서 내 서비스와 상품 퀄리티를 수시로 점검하고 돌아보는 게 맞겠지만, 그랬을 때 걸리는 게 있지도 않은 지점에서 고민해 봤자 어차피 답은 나오지 않을 게 아닌가.


  단골 고객은 휴가를 떠났을 수도 있고, 일이 바빠서 카페에 들를 시간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도 아니라면 정말로 내 카페의 무언가에 불만이 생겼을 수도 있고, 인근 다른 카페가 더 좋아졌을 수도 있다. 아니면 이 모든 이유 말고도 다른 사연이 있을지 본인 외에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돌아보면 나 역시 여러 가지 이유로 카페를 옮겨 다녔다. 한 군데만 주구장창 파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쉽사리 단골매김(?) 해주지 않았던 것. 회사 근처 가게처럼 어쩔 수 없이 루틴하게 지나다니는 경우에야 마음에 들고 안 들고를 떠나 자주 방문했지만, 내 선호만으로 들르는 카페를 꼭 하나만 고집할 이유는 없었다.


  그러다 내가 사장이 되고 보니, 여러 번 찾아 주신 고객도 언제고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 같은 게 되어 있달까. 내 가게를 찾은 첫 번째 고객을 잠재적 단골 고객으로 대하는 친절과, 여러 번 찾은 고객을 첫 고객처럼 대하는 신중함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지난주에 출장 다녀오느라 오랜만에 왔네요~"

"아휴 요새 애들 보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반갑게 다시 찾은 단골 분들 중에는 이렇게 직접적으로 뜸했던 이유를 말씀하는 분도, 짐작이 갈 만한 본인의 사정을 넌지시 알려주는 분도 있다. 재방문만으로도 감사한데, 먼저 묻지 않아도 이렇게 말 붙여주는 게 어찌나 정겹고 반가운지 모른다.


  행여 '오랜만에 오셨네요~' 따위의 알은체는 절대로 먼저 하지 않는다. 내가 생각한 친절이 상대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음을 고려한 나름의 원칙이다. 솔직히 단골 고객에게는 우리 카페에 혹시 보완할 점 같은 게 있을지 여쭤보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런 말을 결코 입 밖으로 꺼내진 않는다. 보통의 인간관계에서와 마찬가지로 고객에게도 사장의 '알잘딱깔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음 같아선 단골 분들을 더 반겨 드리고 뭐라도 더 내어 드리고 싶지만 나도 어쩔 수 없는 소상공인인지라 감정만으로 응대하진 못한다. 단골과 사장도 일단은 비즈니스 관계라 서로에게 쿨해야 오히려 관계가 오래 이어질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장이 베푸는 친절이 과잉일 때, 고객이 느낄 부담보다 문제인 건 그로 인해 돌아올 대가를 바랄 수밖에 없는 사장의 욕심 아닐까? 그러다 보면 감정 소모가 생길 거고, 이는 결국 사장이, 가게가 적정 수준의 친절을 유지하지 못해 단골을 잃는 결과로 이어질 테다.


  단골도 얼마든 가게를 떠날 수 있기에 더욱 귀한 손님이다. 내가 꾸준히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로 고객에게 편안함을 드리면 그 고객이 단골이 되고, 그렇게 늘어난 단골이 '내가 떠나도 이 가게는 잘 되겠네' 싶을 때라야 비로소 사장도 단골도 편안한 비즈니스로 안착하는 것이리라. 


  언제 들러도 부담 없이 편하고 좋은 카페. 자주 가도 좋은데 혹시 못 가도 사장이 거기서 계속 잘하리란 믿음이 생기는 카페. 그게 바로 단골 분들이 그렇게 느꼈으면 하고 내가 바라는 우리 카페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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