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인 듯 무인인 듯 편해요
아메리카노 두 잔이랑...
우리 카페는 입구에 들어서면 카운터가 바로 보이는 구조다. 대부분의 개인 카페가 그렇듯 손님은 메뉴판을 바로 살피며 주문하기 마련. 카운터 너머에 있는 사장이 바쁘게 일하는 중이면 모를까,보통은 처음부터 서로 마주하는 게 당연하다.
내가 고객일 때, 맞은편으로부터 가게 점원이나 사장의 시선을 받으며 메뉴 고르는 일은 어쩐지 부담스러웠다. 그들이라고 일부러 그랬겠냐마는, 식당처럼 앉아서 메뉴를 찬찬히 고르다 직원을 부를 수 있는 식당과 달리 카페에서 이뤄지는 주문은 서서 대면하는 식이라 불편함을 느낀 것이다.
그래서 난 카운터에 키오스크를 들였다. 마침 대기업에서 새로 출시한 기기가 미니멀한 사이즈에 포스 프로그램도 잘 돼 있어 보여서 주저 없이 골랐다. 남들 당연하게 여기는 주문 과정을 내가 좀 배려한답시고 카운터를 뜯어고칠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커다란 키오스크를 놓기엔 매장 규모에 맞지 않아 나로서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봤다.
알려져 있다시피 키오스크의 장점은 여러 가지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기대한 건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 주문받으랴 포스 조작하랴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는 거였는데, 이게 효과가 상당하다. 점심시간에 직장인 분들이 몰려도 나는 주문서만 확인하고 음료 만드는 데 집중할 수 있으므로 대기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많은 고객들이 '키오스크 귀엽네~'를 연발하며 주문 과정을 즐기는 건 덤이다. 흔히 볼 수 있는 커다란 스탠드식 키오스크와 달리 카운터 위에 조그맣게 놓인 우리 기기를 재밌어하는 분들이 꽤 많다. 나도 다른 매장에서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아직은 희소한 기기라서 더 그런 듯하다.
키오스크의 크기가 작다 보니 처음에 못 알아채는 분도 많다. 한가한 시간대나, 연세 있는 분들이 오셨을 때 내가 직접 주문을 받기도 하는 이유다. 포스 화면 버튼만 누르면 주문 모드를 간단하게 전환할 수 있어서 편하다. 그럼에도 키오스크가 뭔지 눈치채지 못하는 분들을 위한 보완책도 마련해 뒀다. 키오스크와 어울리는 작은 안내 표지판을 붙여놓음으로써 고객이 확실히 인지할 수 있도록 한 것.
가게를 운영하며, 작은 변화가 제법 큰 차이를 낳는단 걸 자주 확인한다. 테이블과 의자 배치를 약간 바꾸기만 해도 고객 동선이 확 바뀌거나, 주문서 인쇄기를 메뉴판 뒤로 숨기기만 해도 고객이 영수증인 줄 알고 가져가는 일이 없어지는 일 등이 그렇다.
내가 편한 방식이 고객의 편의로까지 이어지면 금상첨화다. 전부를 고객 관점으로만 본다는 건 사실 너무 이상적이고, 일하는 사람이 편해야 서비스의 질도 올라간단 사실을 인정하는 거다. 이는 카페뿐만 아니라 모든 서비스 매장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사장이 불편하게 일하는 곳에서 고객이 편안함을 느낄 리 없다.
작은 카페에서의 이런저런 시도가 이러할진대 큰 매장은 오죽하랴 싶다. 초보 사장으로서는 여전히 오묘하고 복잡한 장사의 세계에서 미션을 수행해 나가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