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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돌 May 04. 2024

고객 마음, 사장 마음

인간관계 대개 그러하듯



진상 손님은 없었어?


  지인들로부터 종종 듣는 소리다. 카페든 식당이든 진상 고객이 어떻고 갑질이 어떻고 하는 뉴스가 많아서인지 연예인 가십처럼 궁금해하는 모양새다. 하긴 나부터가 유튜브나 인스타에서 그런 영상(?)들을 보며 '세상에 진짜 별 사람 다 있네'하며 재밌어할 때가 많았다. 서비스업을 경험해 본 적 없는 사람들이 서비스업에서 겪는 '별 일'을 궁금해하는 건 당연한 호기심일지도 모르겠다.


  딱히 없었어~ 분위기 좋은 카페라 그런가?


  난 그럴 때마다 이런 식으로 대강 둘러대며 화제를 돌린다. 영업을 개시한 지 이제 막 3개월 차에 접어들었을 뿐인 초보 사장. 한 분 한 분 귀한 고객들에 대해 농으로라도 이러쿵저러쿵 하는 건 어쩐지 죄스럽다.





  솔직히,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전혀 없지는 않았다. '진상'이라 할 만했는지 판단하는 건 차치하더라도, 영업하는 입장에서 곤혹스러웠던 적이 몇 번 있기는 했던 것이다. 술집처럼 취객이 있다거나 식당처럼 컴플레인 요소가 많은 게 아니므로 장사 초보가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 사건이 있지 않았을 뿐이다.


  다만 익숙하지 않은 거라고 생각한다. 고객에게는 고객의 입장이, 사장에게는 사장의 입장이 있는데, 사장은 하나고 고객은 불특정 다수이니 사장이 고객 마음에 맞출 수밖에. 게다가 처음 방문한 고객으로서는 사장의 응대가 처음이자 마지막일 지도 모르는데 사장이 전심전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그 한 번의 만남으로 모든 걸 판단받지 않겠는가.





  다양한 고객들을 접하다 보면 나 자신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내가 고객 입장이었을 때 가게 사장에게 당연히 기대했던 게 실은 당연하지 않았을 수 있고, 기대하지 않았던 건 원래 당연했을 수 있단 걸 수시로 깨달아 가는 중이다.


  쉬운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하고 싶지만, 앞서 말했듯 실제 고객들에 대해 언급하는 건 실례라고 생각되기에 밝힐 수 없음을 밝힐 따름이다. 설령 뒷담화가 아니고 재밌는 이야기라 할지라도, 영업 중인 사장은 마주했던 고객의 이야기를 어디에도 말하면 안 된다는 바텐더들의 불문율을 스스로 적용하고 있다.





https://youtube.com/shorts/p3lQ2A9H_d0?si=lWLwiMDRyiq03UUx

  

  유튜브 쇼츠를 넘기다 공감한 백사장님의 조언이다. 과잉 친절을 베풀면 오히려 고객을 잃을 수 있음을 명심하란 말,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다. 입장 바꿔 보면 나 역시 어딘가에서 사장의 지나친 친절이 부담스러워 발길을 망설였던 기억이 있으므로.


  다양한 고객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사장이되, 당사자가 원치 않는 친절을 베푸느라 에너지를 소진하지는 않으련다. 때론 건네는 인사조차 안 받고 차갑게 돌아서는 고객도 있지만, 때론 내가 베푼 보잘것없는 성의에 비해 과한 친절을 돌려주는 고객도 계시기에- 세상사 가만 보면 공평하단 이치를 깨달으며 그저 내 태도만을 돌아보며 경계할 뿐이다.


그 카페 친절하던데?


  사장에게는 사장의 마음이, 고객에게는 고객의 마음이 있다. 인간관계란 게 대개 누가 옳으냐 그르냐가 아니라 나와 맞느냐 안 맞느냐에 달렸듯, 사장과 고객 사이라 해서 별반 다르지 않으리라. 모자라지도, 과하지도 않아 마음 편한 친절로 고객이 자꾸 찾고 싶은 카페를 만드는 게 사장으로서의 내 마음가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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