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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돌 May 11. 2024

안 합니다, 배달.

당분간은요



무조건 배달을 해야지~


   카페 매출을 궁금해하는 이들에게 앓는 소리라도 하면 꼭 돌아오는 말이다. 배달 시장의 열기가 아무리 가라앉았다 한들 카페도 매장 손님 외의 추가 매출을 기대하려면 배달이 필수란 식의 조언이다. 장사 쉽지 않다 겸손 부리기만 한 거면 모를까, 실제로 그러하기에 한 귀로 흘려듣기만은 힘든 참견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또 무턱대고 배달을 시작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혼자 운영하는 카페인데 수수료 엄청 지불하면서까지 이 메뉴 저 메뉴 배달 포장까지 신경 쓸 자신이 솔직히 없다. 무조건 시도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배달을 시작하는 순간 카페의 성격까지 바뀐다고 나는 생각한다.  





  배달 시장은 가게 업주가 매출액의 40% 이상을 '떼이는' 구조다. 쉽게 말해 1만 원을 주문받으면 배달 업체에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며 배달비며 부가세 명목으로 사장이 부담할 돈만 4천 원을 훌쩍 넘긴단 소리다. 업체마다 약간씩의 차이는 있겠지만 최근에 한 군데 입점 문의를 해서 다시 확인해 보니 40% 아니라 50%에 가까운 현실이었다.


  그래서 대형 프랜차이즈조차 12천, 15천 원 이상 주문 시에만 배달을 하고, 경우에 따라 식품/제품의 매장 단가보다 배달 단가를 높게 책정한다. 시켜만 먹을 땐 멋 모르고 사장들을 탓했는데, 사장이 되고 보니 유통 구조 상 어쩔 수 없는 현실의 녹록지 않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이를 두고 업체의 폭리라느니 횡포라느니 탓할 생각은 없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을 테고, 그에 따라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 수준에 의문을 제기하는 건 공정위나 소비자원, 언론 등의 역할이지 내가 해봤자 불평불만만 될 것이다. 


  높아봐야 2~30% 수준의 수수료를 예상하던 지인들이 내 얘기를 듣고 깜짝 놀라서는, '완전 ㅇㅇㅊ 아니냐'는 둥, '제대로 알아본 게 맞냐'는 둥 호들갑일 때 난 그저 '다 그런 거 아니겠냐'며 얼버무린다. 내가 뭐 여유롭고 이해심 많아서가 결코 아니다. 그저 가십으로 여길 수 있으면 모를까, 내 일과 직접 관련 있는 일인데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인 사안을 물고 뜯으며 스트레스받고 싶지 않아서일 뿐이다.





  솔직히 내가 1인 이상의 종업원을 고용한 카페 사장이라면 배달을 시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어쨌든 같은 시간에 단돈 천 원이라도 더 벌 수 있는 방법이라면 위법 행위가 아닌 이상 시도하는 게 영업적 관점(?)에서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이 그게 아니라 판단하기에 나는 당분간 배달을 하지 않을 계획이다. 서두에 밝혔다시피 배달을 시작하는 순간 카페의 성격은 바뀔 텐데, 그건 내가 지금 바라는 변화가 아니다. 배달 음료와 디저트를 매장 가격과 동일하게 책정한다 한들 포장과 배달 과정에서의 퀄리티 변화를 감안하면 어쩐지 아쉽다. 동시에 배달 주문을 받느라 매장 손님 응대가 늦어지고 부엌이 어수선해질 걸 생각하면 과연 배달로 인한 추가 매출이 내 인력 손실을 충분히 메우고도 남는 이득일까 의문이 앞서는 것이다.


  글쎄, 초보 사장 주제에 이러쿵저러쿵 단언했다만 카페마다의 사정은 다를 거라고 생각한다. 단지 나는 나의 가게 운영에 책임감을 갖고 내가 바라는 카페를 만들기 위한 선택을 해나갈 뿐. 당분간은 매장 운영에만 온 힘을 쏟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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