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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돌 Jul 13. 2024

카페의 피크타임

점심 무렵



  우리 카페의 피크타임은 평일 12-1시 반 점심 무렵이다. 서대문역 인근 직장인 분들이 빠르게 점심을 먹고 들러주는 덕분이다. 강남 같은 오피스 상권에 비할 바 아니지만, 자리가 없어 발길을 돌리는 분들이 생길 정도이니 제법 붐빈다고 할 수 있는 시간대인 것이다.


  내가 영업하기 전에는 그래서 이 시간에만 사장과 직원 둘이 카페를 지키기도 했다. 인수인계 과정에서 모두가 제일 걱정할 수밖에 없던 지점이다. 손이 느린 새 사장이 과연 피크타임을 견뎌낼 수 있을 것인가-

손님이 많아도 걱정인 게 초보 사장의 숙명이라 각오하며 일단 부딪혀 보기로 한 나였다.




  역시나 혼자서 피크타임 주문을 쳐내기(?)란 쉽지 않았다. 앞선 회차에 밝혔듯이 미니 키오스크를 도입한 덕을 톡톡히 봤음에도 불구하고 바쁜 시간에 손님 대여섯 명이라도 한꺼번에 들어오면 어찌나 긴장이 되던지. 게다가 단순한 커피가 아니라 제조 음료 주문이라도 섞여서 들어오면 그야말로 폭풍 같은 시간이었다.


  다행히(?) 매일이 그렇진 않았다. 종잡을 수 없는 상권 패턴 속에 어떤 날은 피크타임에도 손님이 좀처럼 오시지 않아 수월히 일할 수 있던 것이다. 그러면 또 매출 걱정으로 마음 편하지 않다 보니 영업 초반에는 손님이 몰리면 몰리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고된 나날이 쭈욱 이어졌던 것 같다.





  어쨌든 더 많은 손님이 오시길 바라야 했다. 피크타임의 수준이 곧 그날의 매출로 이어진다고 봐도 무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손이 아무리 빨라져도 여러 잔의 음료를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였다. 보완책을 궁리해 봤다. 손님이 몰리지 않는 시간대에 특별 할인을 하는 방법이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유동인구가 어느 정도 확보된 경우라야 효과가 있지, 우리 카페에 적용하면 매출만 깎아먹을 거란 판단이 들었다. 더욱이 그렇게 하면 피크타임에 오시는 분들은 할인에서 제외됨으로써 정가임에도 비싸게 느낄 우려가 있었다.


  또 한 가지 생각한 건 바로 메뉴의 단순화였다. 상대적으로 제조가 쉽고 빠른 아메리카노나 라떼 정도에만 피크타임 할인을 적용하면 손님들의 주문이 통일되지 않을까 하는 발상이었다. 며칠 동안이나 제법 고민했을 정도였으나, 이 역시 시도한 바는 없다. 객단가 작은 카페에서 획기적인 할인은 애초에 불가능할뿐더러, 제값 내고 딸기라떼를 드시려고 온 분이 할인에 혹해서 커피로 주문을 바꿀 정도로 장사가 단순할 리 없었다.

  




  영업시간이나 메뉴 가격, 할인 적용 등은 쉽게 변경해서는 안 되는 장사의 핵심 요소라고 생각한다. 반면 내부 인테리어라든지 신메뉴 도입 같은 건 생동감 있는 가게를 만들기 위해 보다 가볍게 변화를 시도해 볼 수 있는 요소라고 본다.


  내가 이 둘의 차이를 가른 기준은 '원상 복귀를 하거나 새로 바꿔도 괜찮은가?'이다. 가게 운영 시간이나 가격이 자꾸 바뀌면 고객에게 혼란과 불만을 일으킬 수 있기에 신중하게 변경해야 한다. 하지만 영업에 방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의 인테리어 변화야말로 주인장 맘일 테고, 신메뉴는 인기가 없으면 알아서 도태될 것이므로 터무니없는 품질이 아닌 이상 얼마든 도입할 만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대체 피크타임은 어떻게 했냐고? 운 좋게도 가게 근처로 이사를 했고, 그 덕에 함께 살게 된 분(이에 대해서는 추후에 다룰 계획...)께서 열심히 와줘서 우리 카페도 요즘엔 점심시간에 나를 포함해 두 명이서 손님을 맞이한다. 가히 인복으로 장사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할 만하다.


  어쨌든 홀로 피크타임을 견뎌내던 영업 초반에 나름의 인사이트는 있었다. 손이 빨라지는 거야 시간이 해결해 주는 거고, 그에 따라 사장이든 직원이든 수용 가능한 주문량은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이렇게 측정한 카페의 수준 이상으로 피크타임이 붐비는 걸 방치한다면 손님들이 떠날 것이므로, 주문 접수와 음료 제조의 속도를 높일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내 경우엔 결국 찾아낸 해결책이 키오스크 도입과 직원 추가였던 거다.


  조력자 덕에 이제 난 한 번에 더 많은 손님을 매장에 모실 테이블 확충을 고민할 단계에 슬슬 접어들었다. 당장 급할 정도는 아니지만, 보다 많은 분들이 찾아 오셔서 내 마음이 급해지고 그에 따라 마련할 대안을 조만간 또 여기에 끄적일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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