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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돌 Jul 20. 2024

친절은 힘들어

과소 친절보단 그래도 과잉 친절



  겸~손, 겸손은 힘들어��


  제법 알려진 곡을 가끔 흥얼거린다. 때론 여기에 가사를 약간 바꿔 부른다. 장사를 하다 보니 '친절'이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아서 겸손 대신 친절을 넣어 혼자 중얼거리는 것이다.


  사실 카페를 하며 내가 가장 잘할 수 있으리라 여긴 게 친절이었다. 아르바이트도 아니고 내 가게인데, 까짓 거 아무리 힘들어도 손님들께 친절하지 못할 이유가 있으랴 싶던 거다. 내가 손님일 때 사장님의 친절에 감동받은 기억을 떠올리며,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러한 사장으로 남길 바라는 마음만은 처음부터 확실했다.




  오빠, 잘했는데 내 생각엔 조금만 더 친절하면 좋을 것 같아.


  고객의 어떤 요구(?)에 응하고 난 뒤 카운터로 돌아온 내게 그녀가 말했다. '어? 내가 불친절해 보였어?'라고 묻자, 그건 아니지만 조금 더 친절한 말투였으면 좋겠단 조언에 CCTV를 돌려 내 모습을 확인해 보았다.


  화면 속 사장은 결코 불친절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막 친절하다고 할 정도도 아니었다. 고객을 대할 때 스스로가 생각한 친절 지수가 100이었다면, 찍어놓은 영상을 통해 확인한 점수는 70점 정도에 그치는 듯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봤다. 솔직히 내 마음에서 우러난 친절을 베풀지 못했다. 고객이 카페에 들어서면서부터 내 인사에 친절히 호응하지 않아 내심 서운했고, 다른 손님은 괜찮은데 유독 그분만 무언가를 요구한 지점에서 내 안의 불편한 마음이 태도로 드러났던 것이다.





  '과잉 친절은 오히려 고객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라는 명제에 가끔 숨을 때가 있다. 내가 고객일 때 일부 사장님의 지나친 친절을 불편하게 느꼈던 기억을 핑계로, 사장인 나는 '적당한' 친절을 베풀어야겠다는 인식을 나도 모르게 품었던 것 같다.


  매 순간 활기 넘치고 친절한 사장이 되는 게 마음만 먹는다고 간단하게 될 일은 아니다. 주에 6일을 꼬박 나오고, 이런저런 개인사로 바쁘고, 날이 우중충해서 어떻고... 핑곗거리가 많기도 해서 어떤 때는 상당히 피곤한 상태로, 어떤 때는 심지어 우울한 상태로 손님을 맞이하는 게 개인 카페 사장의 현실이라면 현실이랄까.

 




  나는 불친절했던 게 아니라 자만했던 건지도 모른다. 설령 고객이 불편함을 느낀다 해도 과잉 친절의 불편함과 불친절의 불편함이 같을 리 없다. 고객이 부담을 느낄 정도의 과도한 언행만 경계하면 될 일이지, 친절의 수준을 조절해도 된다는 식의 생각을 갖다 보면 컨디션에 따라 태도가 달라지는 꼴만 될 테다.


  고객이 인사를 받든 안 받든 매장에 들어오고 나갈 땐 내가 무조건 힘차게 인사할 것, 물음이든 요청이든 일단 고객이 건네는 말에 대해서는 부정어 아닌 긍정어로 응답할 것, 의식적으로라도 입꼬리를 올리고 밝은 표정을 유지하고 있을 것. 매장에서 몇 가지 기준을 지키는 일만으로도 일정 수준의 친절은 유지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뭐든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말이야말로 옳은 명제 중의 명제일 것이다. 가장 쉬운 줄 알고 소홀히 여기느라 기본을 놓치면 모든 게 무너질 수 있음에, 어떤 일이든 기본을 챙기는 태도가 가장 기본이 아닐까 한다.


  카페는 서비스업, 서비스업의 기본은 친절. 이를 항상 명심하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손님이 오나 언제나 한결같이 친절한 카페 사장으로 거듭나기 위해 오늘도 거울을 보며 미소 짓는 연습을 한다(얼굴이 부담이라 더욱 더 연습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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