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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돌 Jul 27. 2024

좋은 시간 보내세요.

손님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



  1. 주문하신 음료 나왔습니다~

  2. 맛있게 드세요~

  3. 메뉴 이름(ex.아메리카노와 라떼) 나왔습니다~


  고객에게 메뉴를 내어 드리며 할 수 있는 말의 종류다. 우리 카페는 내가 트레이로 직접 가져다 드리는 구조이다 보니 고객이 픽업데스크에서 가져가는 경우보다는 말에 신경을 기울이게 된다. 진동벨이나 호출 같은 중개 과정 없이, 사장인 내가 반드시 고객 가까이로 가서 뭐라도 말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좋은 시간 보내세요.


  내 입에 가장 잘 붙는 말은 이거다. 음료나 디저트를 막론하고 어떠한 메뉴를 드린다 해도 전혀 상관없는 안내인 동시에, 식음료 섭취 이상의 의미를 포괄하는 좋은 인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카페라는 공간의 특성상 단순히 먹고 마시는 일을 넘어 아늑한 분위기에서 일정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온 고객들에게 내가 꼭 하고 싶은 말 한마디가 바로, '좋은 시간 보내세요'다.





  사실 처음부터 의도하지는 않았다. 나도 모르게 자연스레 습관처럼 자리 잡은 멘트랄까. 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올 땐 '어서오세요' 보다는 '안녕하세요'가 좋고, 주문한 식음료를 드릴 땐 '(메뉴 이름) 나왔습니다' 대신 '좋은 시간 보내세요'를 선호하는 게 우리 카페 사장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랄 수 있겠다.


  카페를 하면서부터, 휴일에 가끔 다른 카페에 방문하면 그곳 사장님들은 어떠한 말씀을 하는지 귀 기울여 듣는 버릇이 생겼다. 그런데 아무래도 가보고 싶던 카페는 유명한 곳들이라 그런지 픽업데스크에서 직원의 간단한 안내를 받거나 그도 아니면 음료만 가져오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장님과 직접 마주하며 커피를 받는 경험이 결코 일반적이지만은 않다고 여기게 된 이유다.





  지금도 카페에는 다양한 형태(?)의 고객이 머물고 있다.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젊은 부부, 널찍한 테이블에 앉아 무언가를 논의하는 중년 남녀 네 명(아마 이들도 두 쌍의 부부일 것이다), 창가에 앉아 서로의 휴대폰을 번갈아 보는 젊은 커플, 안쪽 자리에서 홀로 아이패드에 몰두해 있는 여성...


  많고 많은 카페 중에 내가 운영하고 있는 곳에 찾아와 저마다의 시간을 보내는 고마운 사람들. 이들 모두가 좋은 시간 보내다 가시길 바라는 마음이 벅차오를 때가 있다. 서비스업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큰 보람이 아닐는지-


  오늘도, 내일도 이 말을 되도록 많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좋은 시간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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