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할인은 계속된다.
지난주 쿠폰과 포인트에 이어 가격 할인 이야기를 이어가 볼까 한다.
대개 카페에서의 할인 쿠폰은 특정 메뉴(주로 아메리카노 한정)에 대한 디스카운트 성격이다. 직접 운영하기 전에 손님으로 다니던 다른 카페에서 주로 그렇게 이벤트 형식으로 접하다 보니 업계의 일반적인 관행처럼 느껴졌다. 식당 같은 데선 SNS 리뷰를 남기면 음료수를 주는 게 흔하지만, 카페 메뉴는 보다 가격이 나갈 테니 현물 증정이나 전체 할인이 쉽진 않으리라 여긴 것이다.
반면에 나는 사용 중인 포스 프로그램과 단말기 덕분에 다양한 쿠폰 발행을 시도해 보고 있다. 정률 할인 혹은 일정 금액 할인, 전 메뉴 대상 할인 또는 일부 품목 할인 등을 골라 쿠폰을 간단히 만들 수 있는 덕이다. 이렇게 생성된 쿠폰은 카톡 메시지로 발송되고, 고객은 매장에서 키오스크에 휴대폰 번호를 입력함으로써 간편하게 혜택을 받는 시스템. 게다가 나는 이 모든 쿠폰의 사용 개수 / 전체 수량 등의 통계 데이터까지 간단히 확인할 수 있으니 마케팅 관점에서 보면 굉장히 효율적이고 편리한 이벤트 수행이 가능하다고 할 만하다.
지금껏 가장 많이 시도한 쿠폰은 일정 금액 이상 주문 시 정액 할인이다. 쉽게 말해 '만 원 이상 구매하면 천 원 할인'의 방식인데, 사실 아직까지 그리 유의미한 데이터 분석을 해내진 못했다. 예를 들어 비슷한 시기에 오천 원 이상 주문 시 오백 원 할인 쿠폰을 발행한 뒤 사용량을 비교하면 우리 고객이 전체 금액에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할인 금액을 중시하는지 파악할 수 있을 텐데, 그렇게 하지는 못했단 이야기다.
동시에 쿠폰 여러 개를 발행해 고객이 골라 쓰게 할 수 있고, 마케팅 비용이 두둑해 매출에만 집중할 수 있는 기업이면 모를까, 개인 카페에서 쿠폰 이벤트를 자주 하기란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시총 100조가 넘는 스타벅스도 생일 쿠폰이나 프리퀀시 외에는 별 게 없어 보이는데(?), 내가 뭐라고 인심 넉넉하게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랴. 아무래도 금액과 관련한 이벤트는 신중하게 펼칠 수밖에 없게 마련이다.
'마케터는 데이터로 말한다.'
한때 회사에서 마케팅 업무를 경험하며 수도 없이 들은 말이다. 감성 마케팅이니 브랜딩이니 해도 어쨌든 마케팅의 1차 목표는 매출 증대이므로 숫자로 입증해야 한다 뭐 그런 얘기. 그게 적성에 안 맞아서 관두긴 했지만 이제 와서 이렇게 장사를 하다 보니 사장이 마케팅을 몰라선 안 되겠기에 종종 떠올리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카페가 온라인 쇼핑몰이 아닐진대 마케팅 수단으로 할인 쿠폰을 너무 자주 발송하다 보면 고객의 메시지 피로도를 높일 수 있다고 본다. 물론 할인이 아니라면 안 오셨을 분들이 매장을 찾아 음료 한 잔이라도 더 드실 순 있겠지만, 그런 식으로 손님을 늘려가는 건 역시나 내 스타일(?)이 아니라 느낄 때도 있다.
핑계일까? 보다 과감하게 쿠폰을 발송해서 모객을 늘리면 매출도 오르고 카페 평판도 따라 오를까? 최근에는 여름 메뉴 일부(망고라떼, 수박주스)에 한정하여 한 잔만 사도 할인받을 수 있는 쿠폰을 발행해 봤는데 반응률이 기대만큼 높진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할인 수준을 높이기에는 순이익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작은 카페 사장으로서는 다채로운 시도로 고객에게 소소한 즐거움이나마 안겨드리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난 그저 재미있게,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고객에게 '할인의 추억'을 선사하고 싶다. 직접 매장을 찾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공간을 점유하는 분들이 절대 다수인 카페에서, 쿠폰은 비록 디지털이나 만족감만큼은 생생한 아날로그로 제공하고 싶은 거다. 맛있는 음료를 마실 때의 물성(?)에 더해, 이왕 마실 거 할인 쿠폰 덕에 평소보다 저렴해서 기쁜 감성(?)까지 제공해 드리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뭐야, 말장난하는 건가-라고 생각하는 마케터가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실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하면 어쩐지 부끄럽다. 하지만 딱히 그분께 폐를 끼치는 건 아니고 내 카페의 운영 철학을 밝힐 따름이오니 너그럽게 양해해 주시길. 그리하여 나는 앞으로도 적당한 텀을 두고 적당히 기분 좋은 쿠폰 이벤트로 많은 고객들께 연쇄 할인의 혜택을 이어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