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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돌 Aug 17. 2024

카페의 품격

드러내고 싶지 않은



  자기 품격을 드러내려고 하는 사람치고 품격을 제대로 갖춘 이는 드물다. 품격 있는 이의 품격은 그가 드러내려 애쓰지 않아도 누구나 수긍할 정도라 절로 드러나는 것이지 말로 증명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품격 없는 이가 품격을 내세울수록 그의 품격은 오히려 떨어져 보이게 마련이다.


드러나지 않아 드러나는 품격


KCC의 하이엔드 창호 브랜드 클렌체(Klenze) 광고의 카피 문구다. 보자마자 너무 와닿아 바로 메모해 두었다. 품격이란 결코 드러내는 게 아니라 드러나는 거란 사실을 너무나 잘 표현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카페에도 품격이 있다. 사실 카페뿐만 아니라 식당, 과일가게, 옷가게 등 모든 가게에는 품격이 있다. 이를 책임지고 운영하는 게 사장이므로 어쩌면 가게의 품격은 곧 사장의 품격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장이 품격 있게 가게를 운영하면 가게의 품격은 알아서 오를 테고, 반대라면 아무리 품격을 강조해도 고객으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여기서는 어쨌든 카페에 한정지어 말하고자 한다. 카페의 품격을 결정짓는 요소는 무엇일까.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걸 몇 개 꼽자면 커피와 디저트의 품질, 사장을 비롯한 직원의 태도, 매장 인테리어와 분위기, 청결/위생 상태 정도가 있겠다. 이 모든 사항을 겪은 고객이 판단하기에 좋은 카페일 때 비로소 그 카페의 품격은 뛰어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맛있는 카페, 분위기 좋은 카페, 전망 좋은 카페 같은 말은 흔히 들을 수 있지만 품격 있는 카페란 표현은 매우 드물다. 사람에 대해서도 어떤 특정한 점이 좋다 나쁘다 하지 인격이니 품격이니 따지는 건 흔치 않듯 말이다. 아마도 '품격'이라는 말이 지닌 무게 때문이 아닐까? 품격 운운하는 건 좋게 말하면 고상하고, 나쁘게 말하면 고루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리라.


  어느 쪽으로든 그래서 품격을 증명하기란 쉽지 않다. 드러내려 할수록 격이 떨어져 보일 수 있는 데다, 그다지 쿨한(?) 표현도 아니다 보니 '우리 카페에는 품격이 있어요'라며 홍보할 이유가 없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카페 역시 여러 가지 요소들의 퀄리티가 충분히 충족돼야만 고객의 입에서 '이 카페 품격 있네'와 같은 감탄이 절로 나올 텐데, 쉽지 않을 일이다. 





  그래서 난 품격을 '지향점'으로 삼고 싶다. 분위기 좋은 카페, 커피 맛 좋은 카페, 깨끗한 카페란 평가는 당연히 받아야겠고, 그걸 뛰어넘어 종합적으로 '품격 있는 카페'로 내 가게를 키우고 싶은 거다. 또한 인격과 비슷하게 카페에도 격이 있다면 저절로 그 품격이 드러날 것임을 믿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지향하는 지점이 높고 머니 진작에 각오했다. 앞서 연재한 글을 통해 여러모로 드러나지 않았을까. 여전히 사업적인 판단이나 비즈니스 마인드가 철저하다고 볼 순 없지만, 이런저런 시도 중에 하나둘 인사이트를 얻어 가는 초보 사장이기에- 내 카페는 비교적 천천히 순항 중이다.




  품격 있는 손님이 잘 알아보리라 생각한다. 그분들이 보기에 카페가 단지 고가의 재료나 장비를 쓴다 해서, 사장이 친절하다고 해서 충분한 품격을 갖추었다 판단하진 않을 테다. 여러 가지 기본 요소들을 충족한 상태에서 어떤 '특별함'까지 갖추었을 때 비로소 카페의 품격은 드러날 것이다.


  드러내려 할수록 드러내기 힘든 게 품격이라면, 드러날 때까지 진중하게 기다릴 줄 아는 여유와 태도를 갖고 싶다. 품격 있는 카페의 품격 있는 사장이고 싶다면 꼭 그리 해야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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