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돌 Aug 03. 2024

쿠폰과 포인트

결국 윈-윈의 심리



  어머~ 그럼 이거 쿠폰 못 쓰는 거예요?


  개업 초기, 옛날 쿠폰을 가져와서 사용 여부를 묻는 고객들이 종종 있었다. 내가 인수하기 전 카페에서 도장 10개에 아메리카노 1잔을 제공하는 종이 쿠폰을 발행했기 때문에 주인이 바뀐 지 모르는 분들로서는 당연히 물어볼 수 있던 것이다.


  적립을 원하는 게 아니라 도장 찍힌 쿠폰으로 무료 음료를 달라고 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나로서는 그런 분들께 '사장이 바뀌어서 쿠폰 대신 포인트 적립으로 바뀌었다'라고 안내해 드리는 일은 물론이고, 기존 고객의 요청을 차마 거절할 수 없어 좋은 마음으로 커피 한 잔을 제공할 수밖에 없었다.





  놀라운 건 개업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런 분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작년 이후로 처음 방문하신다며 지갑에서 주섬주섬 종이 쿠폰을 꺼내는 고객에게 나는 새로운 적립 방식을 설명하고 쿠폰 개수에 해당하는 만큼의 포인트를 따로 적립해 드리곤 한다.


  우리 카페의 포인트 적립은 음료 구매 금액의 5% 포인트, 5천 점 이상 적립 시 현금처럼 사용하는 방식이다. 프로그램의 기본 설정값이기도 하거니와, 개인 카페에서는 이 정도 수준이 적당하겠단 판단에서 처음부터 지금까지 쭈욱 유지하고 있다. 자주 잃어버리거나 챙기기 어려운 종이 쿠폰과는 달리 매장 현장에서 키오스크를 통해 휴대폰 번호로 적립하는 방식이다 보니 단골분들의 포인트 적립 양이 결코 적지 않다.





  쿠폰이나 포인트 적립과 관련해 마케팅 측면에서 이런저런 방안들이 많다는 건 알고 있다. 처음 방문한 고객에게 도장 1개가 더 찍힌 쿠폰을 발급해 드린다든지, 첫 적립 할인 쿠폰을 제공(우리 카페에서 사용 중이다)하는 등의 방법으로 재방문을 유도하면 단골 고객 형성에 좋다는 식의 이론(?)은 장사에 조금만 관심을 두면 알 만한 상식인 것이다.


  그러나 영업을 이만큼 하고 보니 이론과 실전은 역시 다르단 걸 깨닫는다. 엄격하게 지표 측정을 하는 기업의 마케팅과는 달리, 이거 저거 하느라 바쁜 개인 카페의 사장으로서는 자주 찾아 주시는 고객의 얼굴이 그저 반가울 따름이다. 우리 가게의 포인트 적립이 얼마나 효율적인지, 그로 인한 모객은 얼마큼 이루어지는지와 같은 실질적 지표 같은 걸 따질 여력은 없기 때문이다.





  고백하건대 옛날 쿠폰이 썩 반갑기만 했던 건 아니다. 여러 번 겪다 보니 그걸 가져온 아주머님(실제로 남자들은 포인트 적립도 귀찮아한다. 100% 비율로 중년 아주머님들이 오래된 쿠폰을 챙기셨다)께서 추가 메뉴를 주문한다거나 자주 방문한 경우는 없었다. 내 이익을 줄임으로써 고객 혜택을 늘리기엔 마음의 여유는 물론이고 가게 매출이 더 필요하다고 느꼈던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럼에도 시간을 두고 다시 생각해 보면 그조차 반가운 일이다. 내가 발행한 쿠폰이 아니라 할지라도 그로 인해 가게를 찾아 준 분이라면 어디까지나 내 고객이고, 한 잔이든 두 잔이든 사 주시면 그 또한 내 매출인 게 너무나 당연한 사실 아니겠는가. 양장피 같은 요리를 만들어 드려야 하는 것도 아니고, 커피 한 잔 기분 좋게 내어드리며 다음 방문을 기대해 볼 수 있단 점에서 카페의 적절한 혜택은 고객과 사장 모두에게 무조건 좋다.


  최근에는 고객들께 신메뉴 할인 쿠폰을 발송했다. 개별로 보면 그리 큰 혜택은 아닐 수 있지만, 그걸 몇백 장 뿌리는 사장 입장에선 결코 작은 마음이 아니란 걸 고객 분들도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전 18화 좋은 시간 보내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