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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돌 Jul 08. 2024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자세

더는 물 같은 건 넘치지 않길



  가게 화장실에 홍수가 났다. 본격적인 장마는 시작도 안 했는데 무슨 일이냐고? 그러게, 전혀 예상치 못한 물바다에 눈앞이 노오~래지는 기분이었다.


  양변기 뒤편에 연결된 수도관에서 물이 콸콸 나오는 거였다. 다행히(?) 역류하는 게 아니라서 깨끗한 물이 샘솟았는데, 수압이 상당한 편이라 넘치는 양이 꽤 많았다. 바닥에 깔아 둔 인조잔디는 배수가 원활한 제품이었지만 쏟아지는 수량이 원체 많다 보니 문 밖으로 물이 흘러나올 정도였다.





  급한 대로 텀벙 들어가 밸브를 잠그려 했지만 방법을 알 수 없었다. 인근 설비 가게로 뛰어가 배관공 아저씨를 모셔왔는데, 처음 보는 구조라며 고개를 젓는 거였다. 건물의 수도계량기를 찾아 가게 전체 수도를 잠글 수밖에.


  물이 나오지 않는 카페에서 어떠한 영업도 가능할 리 없었다. 애타는 심정으로 양변기 업체에 전화해 AS를 요청했다. 잠시 뒤, 연락이 닿은 수리 기사님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오늘은 갈 수가 없고요, 내일도 지금 정확히 약속드리기 어려운데..."

청천벽력. 이대로 수리하기 전까지 가게 문을 닫아야 한단 말인가? 


  천만다행으로 양변기 밸브만 찾아서 잠글 수 있나 물어보니 다행히 있단다. 사진을 찍어 전송하는 식으로 몇 번의 연락이 오간 끝에 나는 겨우 양변기용 배관 밸브를 찾아 잠갔다. 그리고 가게 전체의 수도 밸브를 열어두고 나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영업을 재개했다.

  




  날은 덥지, 두 발은 흠뻑 젖었지, 영업 중단 위기에 식은땀은 줄줄 흐르지... 그야말로 물에 빠진 생쥐꼴이었을 거다. 초보 사장은 원래 이렇게 수도관 하나만 터져도 쩔쩔매는 걸까? 아니야, 내가 너무 여유 없게 행동해서 가게에 있던 손님들이 흉봤을 거야- 이런 생각이 2차, 3차로 괴롭혔지만 그보다 중요한 게 있었다. 대체 화장실 수도는 언제 고칠 수 있을 것인가, 우리 손님들은 화장실 사용금지를 받아들여 줄 것인가- 남은 영업 내내 마음 불편하고 괴로웠던 이유다.


  운 좋게도 수리 기사님은 다음날 오전에 와 주셨다. '저희 영업하는 가게라서요, 최대한 빨리 좀 부탁드립니다...'라고 절박하게 요청한 게 마음을 울렸던 걸까? 그 대가인지 배관 부품을 이것저것 교체하느라 비용이 제법 들긴 했지만... 아무튼 최악은 면했단 생각에 하루 만에 기운을 차리고 평소처럼 영업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써 놓고 보니 세상이 무너질 만한 일도 아니었는데 당시엔 어찌나 황망하고 초조했던지. 수리 기사님이 언제 방문할지 몰라 연락을 기다리던 반나절은 또 얼마나 애가 타던지. 고백하자면 수도관에 문제가 생기기 바로 전에 화장실에 다녀온 손님이 한 분 있었다. 어떠한 이유에서든 밸브가 저절로 파손된 건지, 외부 충격에 의해 파손된 건지 알 수 없었으나 공교롭게도 타이밍이 그랬다. 


  하필 또 내가 밖에서 낑낑대다가 매장에 들어와 보니 그분은 카페를 떠나고 없었다. 내 안의 '탓'과 '원망'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걸 느꼈는데, 이게 일상이 아니라 장사와 관련한 일이다 보니 단순할 수 있던 것 같다. 만에 하나 그분이 무언가를 건드려서 문제가 생긴 거라 해도 증거가 없으니 책임을 물을 수 없었고, 그분에게 잘못이 없는 경우인데 따진다면 괜히 손님을 의심하는 사장놈이 될 것이었다. 


  초보 사장이라고 해서 모두가 나 같은 건 아니겠지만, 영업을 중지해야 할 상황이 오면 누구나 멘붕에 빠지지 않을까 한다. 어쨌든 장사에서 발생하는 돌발상황이 일상과 다른 건 생계와 직결된다는 점일 거다. 앞으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생기면 나는 문제의 원인보다는 해결에 집중하겠다. 또한 내가 할 수 없는 일과 해야 하는 일을 구분하여 스트레스와 손실은 최소화하고, 최대한의 영업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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