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기 나름
봄부터 유난히 비소식이 잦았다. 기상청 통계 같은 걸 분석한 건 아니지만 체감상 비 예보가 어느 때보다 자주 들려온다고 느낀 것이다. 아무래도 가게 영업을 하면서부터는 날씨에 신경 쓰는 일이 많아졌다.
비가 오면 카페 인근의 인적은 뜸해진다. 성수동 연희동이 아닐 바에야 추적추적 비 내리는 날 돌아다니는 사람이 줄어드는 건 당연하다. 자연히 카페로 들어서는 손님도 적어지다 보니 가게 입장에서 어찌 아쉽지가 않으랴.
비 오는 날과 장사의 상관관계(?)를 생각하다 보면 종종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다. 우산 장수 아들, 짚신 장수 아들 형제를 둔 어머니에 관한 동화다. 옛날 어느 마을에 비 오는 날엔 짚신 장사 하는 아들을 걱정하고, 맑은 날엔 우산 장사 하는 아들을 걱정하느라 매일매일 걱정 마를 날 없는 어머니가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 이를 두고 '맑은 날엔 짚신 파는 아들이 좋을 거고, 비 오는 날엔 우산 파는 아들이 좋지 않겠소?'라고 하면서부터 걱정이 사라졌다고 한다- 뭐 그런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커피장수(?)인 난 어떨까? 짚신장수와 마찬가지로 비 오는 날만 걱정할까? 아니다, 몇 달 영업을 해보니 날이 추우면 추운 대로, 더우면 더운 대로, 비 오면 비 오는 대로 걱정은 끊이지 않는다. 장사 경험이 적어서 그런지 작은 변수에도 민감한데, 눈에 확 띄고 피부에 와닿는 날씨 변화엔 오죽하겠는가. 사람들의 나들이 패턴이 곧 카페 방문 여부로 이어지는 듯한 기분에 어느새부터인가 습관처럼 일기예보를 들여다 보게 되었다.
그렇게 몇 달을 보내고 나서 요 근래에 생긴 작은 마음의 변화가 있다. 어차피 날씨는 내가 컨트롤 할 수 없고, 거리의 유동인구도 컨트롤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걱정한다고 뭐가 달라지랴 싶은 거다. 어떻게 보면 뻔한 말이지만 손님 유무와 매출 등락을 처음 겪느라 정신없던 장사 초반에는 쉬이 갖기 힘든 마인드였다.
우산 장수 짚신 장수 어머니의 일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바꿀 수 없는 상황을 걱정으로 채우느니 긍정적인 면을 보는 게 마음에 이롭다는 그런 이치랄까. 그런데 모든 교훈이 그렇듯 가르침 자체보다 중요한 건 이를 복잡 다단한 일상에 적용하여 태도로 만드는 일이 아닐는지.
날이 맑으면 창가 테라스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화분에 물을 준다. 비가 오기 전엔 미리 우산꽂이를 꺼내 놓고 현관 매트를 깔아 놓는다. 날이 더우면 아이스 음료 컵과 빨대를 넉넉히, 날이 추우면 컵 홀더며 따뜻한 라떼 제조에 필요한 스팀기, 우유 재고 등을 다시 한번 점검한다.
날씨가 어떻든, 유동 인구며 상권이 어떻든, 경기가 어떻든 그저 할 일을 찾아서 하는 거다. 장사 초반부터 내 안의 이런저런 걱정이며 불평불만에 솔직히 귀 기울인 덕에 그나마 이렇게 원점으로 돌아온 게 아닌가 한다. 개인의 성장이든 사업의 성공이든 외부 요인을 탓할 시간이 있으면 내부 요인부터 통제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벌써부터 장마 소식이 들려온다. 카페를 운영하며 맞이하는 첫 장마의 풍경은 또 어떠할지 몹시 궁금하다. 어차피 오실 손님은 오고, 가실 손님은 가시리라. 매장에 물자국 남는 일 없게 부지런히 점검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택배 시킬 재료 확보는 평소보다 확실히 해 두어야겠다.
카페 사장은 짚신 장수와 우산 장수 모두를 둔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리는 동시에, 때로는 짚신을 팔고 때로는 우산도 파는 변화무쌍한 장사꾼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