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서 좋아요 하나요?

feat. 저 인스타그램 속에서 ♬

by 차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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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간을 이용해 휴대폰 화면의 더블탭을 이어간다.

예쁜 풍경사진, 토톡.

멋진 여행사진, 토톡.

행복한 일상사진, 토톡.

음.. 이건 좀 별로지만 내 게시물에 좋아요 많이 해주는 사람이니까... 톡, 톡.


개인 앨범처럼 시작한 인스타그램이지만 이것도 결국 SNS인지라 어떻게든 사람들과 얽힌다. 좋아요를 많이 받으면 기분 좋고, 팔로워가 늘어나면 으쓱하고. 페이스북은 멀리했기 때문에 잘 모르겠지만, 사용법이 워낙 간편하여 시작한 인스타그램에는 어느새 꽤나 신경을 쓰고 있다. 나의 사진과 영상을 손쉽게 내보이는 동시에 남의 일상은 엿보기 쉬운 덕분이다. 처음에는 툭툭 내키는 대로 태그 몇 개만 달고 사진을 올리던 내가 어느새 '#일상스타그램, #강아지스타그램' 따위처럼 조회수 많은 태그들을 줄줄 다는 걸 보면, 올리는 데 만족하던 초창기와 마음가짐이 확실히 달라지긴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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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시간
N 낭비
S 서비스


라고 누군가 말했던가. "SNS는 인생의 낭비"라고 한 알렉슨 퍼거슨 경(축구팀 맨유의 전 감독)의 말까지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SNS에 대한 사람들의 부정적인 평가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싸이월드 시절부터 노출증과 관음증의 줄타기 위에서 아슬아슬 신경을 곤두세운 사람들은 그러나 자기 자신에게는 대체로 관대하고 남들에게는 가혹한 이중잣대를 보인다. 나도 모르게 하고 있는 그 '낭비'를 남들이 하는 걸 두고는 코웃음 치며 짐짓 자신은 아닌 척하려는 심리. 이런 말조차도 SNS 이용 당사자인 내가 내뱉는 건 위선이려나?




주위에는 물론 SNS를 아예 멀리하는 친구들도 더러 있지만 내가 보기에 그들은 자신을 드러내기 싫어한다기보다는 온라인 공간에서 스스로를 포장하는데 익숙하지 않을 뿐이다. 그도 아니라면 굳이 휴대폰 화면을 통해 남들을 지켜보는 게 귀찮아서, 혹은 그러고 있을 자기 자신이 싫어질까 봐 외부로의 관심을 철저하게 차단하는 경향을 보인다.


너무 삐딱하게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도 생각한다. 원래 냉소와 조소로 일관하는 사람들일수록 깊은 내면에는 인정에 대한 욕구가 자리 잡고 있기 마련이다. 사실은 모두들 "나를 봐"라고 외치고 있는데 그걸 얼마나 숨기느냐에 따라 SNS에 드러나는 모습에 차이를 보이는 게 아닐까? 개인의 내면으로부터 충만한 '자존감'이라면 몰라도, 타인으로부터의 관심과 칭찬을 먹고 자라는 '자존심'을 내걸고 살아가는 일반적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SNS 세계에 발을 담그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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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휴대폰 화면으로 돌아간다. 인스타그램의 '좋아요'가 과연 진짜 좋아서 하는 좋아요인지 의문이 든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어느 사진을 마주하다가 갑자기 든 생각이다. 과거에는 종종 만났지만 이제는 인친으로만 남은 어느 지인의 아주 평범한 피드다. 그걸 보고 잠시 좋아요를 할지 말지 망설이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내가 속이 좁은 걸까? 이 사람은 내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러줬는데, 뭐 어려운 일이라고 이걸 망설이지? 아냐, 내가 인스타를 그렇게 건성으로 하는 사람도 아닌데 '진짜로' 좋은 것들에 좋아요를 하는 게 사실은 맞는 게 아닌가? 참말이지 가끔 보면 나도 참 쓸데없이 피곤하구나.


어쨌거나 일단 좋아요는 했고, 잠시 생각해 본다. 지독히도 일방적인 인친들이 문득 떠오르는데 크게 두 부류다. 하나는 무조건 내 게시물에 좋아요를 해 주는 황송한 사람들, 또 하나는 내 꺼에 좀처럼 관심이 없어 보이지만 피드는 웬만한 연예인 못지 않게 왕성한 사람들. '맞팔'이라는 최소한의 형태로 묶여는 있으나 어느 쪽이든 그와 나 사이의 일방통행 도로를 바라보니 그 끝이 도무지 안 보인다. 상대방의 좋아요에 보답하러 더 열심히 답방을 가거나 반대로 내가 먼저 좋아요를 해주면 차선폭이 넓어질 수는 있겠지. 근데 좀처럼 그럴 의지까지는 생기지가 않는게 문제라면 문제다.


아, 이래서 내 팔로워 수가 생각만큼 안 느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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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 자신이 정말 마음에 드는 사진들을 정성을 다해서 올리다 보니, 때에 따라 (내 기준에서는) 반응이 굉장한 경우도 있다. 무심코 휴대폰을 봤는데 인스타그램 팝업이 무수히 떠 있다거나, 그래서 들어갔더니 하트 개수가 두 자리를 넘어가 있기라도 하면 괜히 기분이 좋은 건 어쩔 수가 없단 말이다.


그러고 보면 브런치도 SNS의 하나겠구나. 글을 잘 읽어주셨다면 좋아요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만... 아, '진짜' 좋아요 라면 말이죠.





* 멜로디가 좋아서 한창 듣다 보니 가사까지 확 꽂힌 노래, '인스타그램'(DEAN). 흥얼거릴 때와는 달리 글자로 읽으니 그 느낌이 또 다르기에 옮겨 적어본다.


내일이 올 걸 아는데
난 핸드폰을 놓지 못해
잠은 올 생각이 없대, yeah
다시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 하네

잘난 사람 많고 많지
누군 어디를 놀러 갔다지
좋아요는 안 눌렀어
나만 이런 것 같아서
저기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 속엔

문제야 문제
온 세상 속에
똑같은 사랑노래가

와닿지 못해
나의 밤 속엔
생각이 너무 많네

복잡해
틈만 나면 바뀌는 게
관둘래
이 놈의 정보화 시대
단단히 잘못됐어
요즘은 아는 게 더
괴로운 것 같은데

가면 갈수록
너무 어려워
나만 이런 건지

클럽 말고 뭐
영화 말고 뭐 없나 하다
결국 동네

내 맘에는 구멍이 있어
그건 뭘로도 못 채우는 것, yeah
난 지금 가라앉는 중인걸
네모난 바다 속에서

문제야 문제
온 세상 속에
똑같은 사랑 노래가

와 닿지 못해
나의 밤 속엔
생각이 너무 많네

뚜루루뚜 뚜루루뚜
뚜루루뚜 뚜루루뚜
all night
그렇게 시간 낭비를 하네
저 인스타그램 속에서

Lonely lonely so lonely
원래 이리도 힘든가요
no way no way
이 피드 속엔
나완 다른 세상 뿐인데

부질없이
올려 놓은 사진
뒤에 가려진 내 마음을
아는 이 없네
난 또 헤매네
저 인스타그램 속에서

그래 너는 요즘 어때
잠 못 자는 건 여전해
자른 단발이 참 예쁘던데
좋아요는 안 눌렀어
조금 웃긴 것 같아서

뚜루루뚜 뚜루루뚜
뚜루루뚜 뚜루루뚜
all night
그렇게 시간 낭비를 하네
네 인스타그램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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