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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고미 Nov 10. 2020

17. 코로나리즘

코로나(COVID)+레이시즘(racism)의 합성어, 내가 만든 말이다.

동양인으로서 타국에 살면서

한번쯤은 경험해 볼 줄 알았다... 아니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아서 덜 겪었다뿐이지 

그정도 각오는 했었다.

그런데 코로나로 전 세계가 힘들어지면서 인종차별과 함께 코로나까지 걱정거리가 되었다.

한국과 다르게 스웨덴에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한국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들을 만나는 빈도수만큼

여기선 마스크를 쓴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아예 안쓰고 다닌다고 하기에는 드물게 가끔 마스크 쓴 사람들이 보이기는 하니까)


전세계의 상황을 전부 잘 알진 못하지만 

이렇게 코로나에 둔감한 나라가 잘 없을 것 같은데...

여기 스웨덴에서는 코로나로 인해 특별히 달라진 일상이 없다.

그나마 거리두기 스티커와 포스터가 눈에 띄게 늘었다 뿐이지 

사람들은 평소처럼 얼굴을 대면하고 이야기를 하며 계산을 하고

(몇몇 상점 계산대에는 플라스틱 보드가 생기긴 했는데 별 소용은 없을 듯 보인다.) 

각자의 일상을 그냥 살아간다. 

셧다운따위는 걱정할 필요도 없다.


한국에서 온 나는 마스크가 일상이 되었다.

일을 하러 가거나 사람들을 만날 때 마스크는 필수였고

특히 지하철, 카페 등 불특정다수의 사람들을 대면할 땐 

마스크도 쓰고 손소독제도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나를 보호했다.

그것이 당연하게 느껴진 건 내가 한국에서 왔기 때문일지도...

남편도 한국에서 나와 꽤 오래 생활해서 마스크를 잘 쓰고 다니는 편인데

나보다 먼저 본국인 스웨덴에 와서 사람들이 안쓰니까 자기도 쓰기 민망했다고.

남편은 나와 몇번의 논쟁 끝에 이제는 나와 함께 유일하게 이 동네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이 되었다.

유일하다는 말이 좀 그렇지만 그정도로 여기서 마스크를 쓴 사람은 거의 없다.


매일 같이 동네 주변을 산책하는 나와 남편은 주로 장을 보기 위해서 

가게 들어가는 경우를 빼고는 야외를 산책하는 데

어젠 옆동네까지 걷다가 한번도 안 가본 빵집을 발견했다.

빵집을 최근에 가지 않았던 터라 오랜만에 빵을 사갈까 싶어

무심코 빵집을 들어갔다. 

가게 내부는 좁았고 일요일 오전이라 사람들은 자리를 가득 메우고 앉아 있었다.

(3~4테이블 정도 되는 아담한 사이즈의 가게였다.) 

그리고 쇼케이스 앞으로 2팀 정도 서성이고 있기에 주문을 기다리나 보다 생각했다.

나도 쇼케이스를 빠르게 스캔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떤 할아버지가 인상을 쓰며 내 팔을 툭 치며 뭐라고 화를 낸다.

스웨덴어를 모르는 나는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뭘 하지 말라, 또는 안된다는 말인 건 알았다.(부정사가 들렸기에...)

남편이 뭐라고 한마디, 그러자 우리 앞에 있던 아저씨도 한마디...

그리고 남편은 내 손을 잡아 채서 밖으로 나왔다.


가게 안에서 유일하게 마스크를 쓰고 있던 우리 둘...

나는 감으로 알아챘다.

그래도 혹시 몰라 남편한테 물어보니 역시나 

가게에 사람들이 많은데 왜 들어왔냐고 화를 냈던 것이다.

할아버지의 갑작스런 반응에 나는 놀라기도 했지만

남편은 대뜸 화를 내는 그 태도가 마음에 안들었다는 것.

마스크는 안써도 거리두기를 하는 스웨덴에서 

가게가 붐비면 밖에 기다리는 것 정도는 우리도 알고 있었지만

나가서 기다리라는 상냥한 태도까진 아니더라도 

이런 식의 태도는 불쾌한 게 마땅했다.

나에게 미안한 남편과, 괜히 나때문에 문전박대 당한 느낌을 받게 했다는 죄책감을 느낀 내가

아무 말없이 한동안 걸었다...

서로 자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스웨덴에서 스웨덴인보단 

동양인인 내가 더 차별받는게 당연하지 않을까 싶었다. 

아무튼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스러웠지만 그렇게 지나갔다.


그리고 오늘.

오전 화상 회의를 마친 남편과 근처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

월요일 오전이라 사람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어디서 사람들이 온건지 사람이 많았다.

여전히 마스크는 우리만 쓰고 있었고 

우리는 미리 적어간 리스트의 물건만 얼른 담고 계산을 한 다음 마트를 빠져 나왔다.

사람이 많으니 장보기를 즐기는 우리지만 마트 안에 오래 머물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횡단보도 맞은 편엔 학교 점심시간? 쉬는시간? 밖으로 나온 한 무리의 남학생들이 있었다.

(여기는 학교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학생들이 수시로 학교 밖으로 나온다...)

그들의 얼굴을 자세히 훑어 보진 않았는데 내 앞을 마주보고 지나가며

한 명의 남학생이 'safe corona(COVID)'라고 큰 소리로 외치며 지나갔다.

주변의 남학생들은 낄낄대며 웃고...

물론 중학생? 정도 되보이는 아이들이었지만 

순간 아득했다. 내가 쓴 이 마스크가 저 아이들이 보기에는 우스꽝스럽게 보였을지도.

분위기가 이상함을 감지한 남편이 아이들이라서 그렇다는데

나는 그 아이들의 비아냥이 유쾌하진 않았다.

그래도 내가 여기서 감당할 일들이 언젠가는 일어날 줄 알았던 일들이

마스크를 씀으로써 더 갑자기 닥친 것만 같았다.


코로나, 그리고 인종차별...

어느 쪽에서 내가 기분이 나빠야 할 진 모르겠지만

요즘 내가 바깥에 나갈 때 조심스러워지는 건 이런 몰상식한 상황이 닥쳐인 것 같다.


한국에 살 때 나도 모르게 가졌던 차별의식을 나도 반성하게 되었다.

인간으로서 누구나 동등할 권리를 갖는다.

그들이 나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외모만으로 생긴게 다르다는 이유로 내가 불쾌감을 주는 행동을 하진 않았나 

과거의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나의 태도가 다른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도록 조심해야 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었다.

Karma... 다른 사람에게 상처 준 이들은 반드시 벌을 받는 다는 것도 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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