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고미 Nov 17. 2020

18. 글뢰그(glögg)만들기

글뢰그(glögg), 뱅쇼(Vin chaud)의 스웨덴 버전이다.

glögg

한때 한국에서도 뱅쇼가 카페 메뉴로 자주 등장했었다.

스타벅스나 투썸 같은 대형 체인에서 볼 수 있는 음료였는데 

올해도 파는 지는 잘 모르겠다. 


뱅쇼(Vin chaud)는 프랑스,

글루바인(Glühwein)은 독일,

멀드와인(Mulled Wine)은 영국이나 미국,

글뢰그(glögg)는 스웨덴에서 부르는 말이다.

이름은 다르나 이것들은 와인을 끓여서 만든 음료라는 공통점이 있다.


와인에 과일과 향신료를 넣고 푹 끓여서 차처럼 마시는데 감기 예방에 좋다고 한다.

스웨덴 버전인 글뢰그(glögg)는 와인에 과일을 넣고 끓여서 

보드카를 살짝 섞어서 아몬드나 건포도를 띄워 먹는 다고 하는데

스웨덴 사람인 남편도 잘 모르는 걸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북유럽은 추운 나라라 보드카로 알콜 도수를 높이고

열량도 높이려고 견과류 같은 걸 띄워 먹나보다.(이건 내 생각)


글뢰그 용으로 저렴한 와인을 사러 알코올 전용 매장에 갔다.

(스웨덴에는 술을 마트나 편의점에서 팔지 않는다.

술을 사려면 국가에서 운영하는 systemboroget이라는 술 전용 상점에 가야 한다. )

저렴한 레드 와인 중 괜찮아 보이는 것으로 고르고 계산을 하러 가는 중에

(우리에게 글뢰그용 와인의 기준은 가격과 레드와인 둘 뿐이었다...)

계산대 근처 매대에서 제품으로 나온 글뢰그를 발견했다.

그래서 비교도 해 볼 겸 시판용 글뢰그와 직접 만들어 먹을 저렴이 레드와인을 샀다.

재료 준비

: 레드와인, 시나몬스틱, 레드자몽, 사과, 오렌지








생각해보니까 냉장고에 레몬도 있길래 레몬도 추가!

이 때만 해도 내가 다른 게 더 필요할 거란 생각을 못했다...







재료를 얇게 썰어야 좋다고 해서 얇게 썰어서 준비.

썰다 보니 양이 제법 많아서 오렌지는 2개에서 1개로 줄였다.

냄비에 레드 와인 1병을 콸콸 부어주고 준비한 재료를 모두 투하. 그리고 팔팔 끓였다.

팔팔 끓이면서 중간 점검으로 맛을 봤는데...

헐... 쓰다!!!


그래서 남편과 상의한 결과 설탕을 듬뿍 2숟갈 넣었다. 그리고 또 맛보고 또 2숟갈... 또 맛보고 또 넣고...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한 5-6숟갈을 듬뿍 넣었다.

한참을 끓이니까 과일도 뭉근하게 졸여져 흐물어지고 와인도 걸쭉해지고(설탕을 넣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온 집안에는 와인 냄새가 퍼졌다. 

그런데... 30-40분정도 와인 냄새를 자꾸 맡으니

간접 음주?가 되었는지 술기운이 오르는 것이다. 

속도 안좋고 처음에는 향긋하게 느껴지던 와인과 과일 냄새가 점점 역하게 느껴졌다. 내가 만들자고 해서 시작한 글뢰그였는데 점점 정이 떨어졌다... 결국 나는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뻗어서 잠이 들고 남편이 40분 정도 끓였을때 불을 끄고 건더기를 체에 걸러서 마무리를 했다.

잠에서 깨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렇게 유리잔에 반 정도 찬 글뢰그가 놓여 있었다. 이게 다야?!

남편은 자기 몫으로 똑같은 양 정도 마셨다며 

한번 먹어보라고. 헐... 설탕 넣은 거 맞지?

왜 이렇게 맛이 없지ㅠㅠ 쓰다... 여전히 쓰다...

그리고 와인을 1병을 다 넣었는데 꼴랑 잔으로 2잔, 아니 가득 채웠으면 1잔 정도 분량이 남았다. 

너무 오래 끓였나... 하...

처음 만들어 본 글뢰그, 처참히 실패했다.

남편과 실패 원인을 분석한 결과 2가지 정도로 정리되었다.

1. 레드 와인을 글뢰그용으로 잘못 샀다. - 와인 정보를 자세히 보고 단맛이 좀 강한 와인을 샀어야 했다...

2. 산미가 강한 과일을 많이 넣었다. - 오렌지가 단맛없이 신맛이 강했고 자몽은 쓴 맛도 나는 데 넣었으며 심지어 레몬까지 넣었다...


아무튼 나의 첫 글뢰그 만들기는 이렇게 끝났다.

한번 실패하고 나니 시판용 글뢰그도 먹기 꺼려져 사 놓고 한동안 방치하다가 

결국 마셔보기로 했다.

이 과자는 페퍼코카(pepparkakor)라는 스웨덴 국민간식? 같은 과자.

요즘 한국에서도 이마트24나 파리바게트에 가면 볼 수 있는 브랜드의 과자인데

로투스와 맛이 흡사하면서 가볍게 먹기 좋다. 진저쿠키라고 하지만 흑설탕 맛이 강하다.

글뢰그와 같이 먹기 찰떡이라서 같이 먹었다.

특히 이 과자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많이 나오는데 

요즘 마트에 가면 어디든 이렇게 큰 틴케이스통 버전으로 파는 걸 볼 수 있다.(틴케이스 또는 플라스틱통)


시판용 글뢰그는 단맛도 나고 특히 향신료의 맛이 강했다.

도수가 제법 높은 글뢰그를 사서 그런지 알코올도 쎄하게 느껴지면서...

냄비에 한번 끓여서 데워 먹은 건데도 알코올 도수가 느껴졌다(10도였나...)

한잔 마시니 몸도 따뜻해지고 제법 알딸딸하게 느껴진다.


날도 추워지고 이제 겨울 분위기도 물씬 나니까 따뜻한 음료나 차를 자꾸만 찾게 된다.

요즘 같을 때는 감기라도 걸리면 안 될 것만 같아서 더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이번 경험으로 느낀 것은 만들어 먹느니 사서 먹는 게 낫다! 라는 것...

글뢰그 만든다고 레드와인사고, 시나몬스틱사고, 과일사고... 돈이 훨씬 많이 들었는데

사먹는 것 한병은 그에 비하면 저렴한 편인 것 같다. 


이제 확실히 알았다. 카페에서 팔던 그 단맛 나는 뱅쇼들은 엄청난 양의 설탕을 들이부어서 만들었을 거라는 걸...



작가의 이전글 17. 코로나리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