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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고미 Nov 25. 2020

19. 스웨덴 비자 발급기

비자 발급기간이 사람마다 천차만별인 스웨덴 비자를 드디어 발급 받다!

2020년 11월 19일 드디어 스웨덴 삼보비자를 승인받았다.

우여곡절이 많은 나의 비자 발급기.

마음고생도 많았고 중간중간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막상 이렇게 발급 받고 나니 뭔가 기분이 묘하다.


2019년 8월 19일, 

스웨덴에 있던 당시 남자친구와 한국에 있던 나는

나의 스웨덴 비자를 신청하기로 했다.

국제커플의 가장 큰 단점 중 하나가 장거리 연애를 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를 종식시키려면 둘 중에 하나가 상대방의 나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아님 아예 제 3국으로 가서 정착하거나.


처음 우리가 친구에서 진지하게 만나기 시작했을 땐 멀리 바라보지 않았다.

그냥 그 순간을 즐기기에도 우린 충분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장거리 연애에 대한 피로가 축적되면서

우린 어느 나라에 정착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한국을 사랑하는 스웨덴 남자.

한국을 사랑하지만 한국에서의 삶에 지친 한국 여자.

내가 원하면 한국에 살 수 있다는 스웨덴 남자에게

내가 스웨덴으로 가서 살아보겠다고 결국 선언했다.

이렇게 마음 정리를 하기까지 엄청난 고뇌의 시간이 있었지만 

결국은 내가 가는 것이 나중에 덜 후회를 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우리는 스웨덴에서 발급 받을 수 있는 비자들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비자는 삼보(sambo) 비자 였다.

예전 글에서도 언급한 적 있는 스웨덴의 '삼보' 즉, 동거인이 되는 비자이다.

결혼 문화가 한국처럼 강하지 않은 스웨덴에서는 삼보가 된다는 것이

거의 결혼한 부부가 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더 절차가 깐깐했을지도 모른다.

나를 초청하는 사람의 경제력과 거주 상태와 가족관계 등등 모든 것이 통과 되어야만 했으니까...


스웨덴에서 비자를 발급 받는 것은 랜덤이라고 할 정도로

발급 속도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신청한 날짜와 상관없이 몇 개월만에 받기도 하고

나같은 경우처럼 1년을 훌쩍 넘겨서 받기도 하고...

가장 힘든 건 신청하고 나서 아무런 연락이 없다는 것이다.

언제까지라는 기약없이 

그저 그들이 보내오는 메일을 확인하는 것이 오직 내가 할 수 있는 일인데, 

이 메일도 '신청되었다.', '인터뷰 날짜 예약해라.', '추가 서류 보내라.' 등

딱 필요한 경우에만 그들로부터 일방적으로 온다. 몇 개월에 한 번씩... 

답장으로 문의조차 할 수 없게 메일 자체가 'noreply'라서 정말 답답했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였다.

이메일을 잘 확인 안했었는데 비자를 신청한 이후로는

언제 어떤 메일을 받게 될 줄 몰라서

광고함, 스팸메일함까지 샅샅이 살펴봤었다.


아무튼, 

2019년 8월 19일에 신청한 나의 삼보비자,

9개월 만에 본 인터뷰(주한 스웨덴대사관)

그리고 2020년 11월 19일, 비자 승인까지

기나긴 여정을 거쳐 나는 이제 합법적으로 스웨덴에 거주할 수 있게 되었다.

장거리 연애와 혼인신고 후에도 장거리로 지내야 하는 상황과

코로나 때문에 하늘길이 막히고 비자를 막연히 기다리던 그 상황이 싫증나서

무작정 무비자로 스웨덴에 와있었는데

뜻하지 않게 갑자기 비자가 승인되는 바람에 

나는 한국으로 가지 않고 스웨덴에 계속 체류하게 되었다.


12월, 한국으로 가려던 계획을 세우던 중 

비자가 나와서 한국에서의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한국에 가면 먹을 음식들과 사올 것들을 모두 포기해야만 한다...

지금은 더구나 택배도 쉽게 받을 수 없다.

한국에서 스웨덴으로 보내는 택배가 거의 막혀서 한국에 대한 그리움이 크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한국으로 가기에는 여기도, 거기도 상황이 좋지 않다.

(망할 코로나...)


비자가 나와서 무척이나 기뻤지만 

한편으론 한국에 당장 갈 이유가 없어진 것에 대한 아쉬움도 컸다.


비자 승인은 19일이지만 

내가 최종 승인되었다는 걸 확인한 날짜는 하루 지난 20일.

우린 20일에 조촐하게 우리만의 비자 발급 축하를 했다.

축하를 위해 일부러 사온 소고기는 아니였지만

집에 있던 소고기로 로스트비프를 해 먹었다.

뭔가 기념일에 먹기에 좋은 비주얼?

스웨덴 사람들은 링곤베리잼을 고기와 먹는다. 특히 미트볼!

(이케아 가서 미트볼 시키면 나오는 잼이 바로 링곤베리잼이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이 날 남편은 링곤베리잼을 먹지 않았고 

오히려 내가 링곤베리잼과 먹었다.

나도 점점 스웨덴 생활에 익숙해지고 있나보다.

스테이크 소스를 따로 만들지 않아서 시판용 데리야끼 소스랑 먹었는데

나름 괜찮은 조합이었다.

오후에 남편의 원격 회의가 끝나고

마트와 상점에 살 것이 있어서 들렸다.

오후 3시부터 어둠이 짙게 깔리기 시작하는 이 곳...

마트는 그나마 밤 9시, 10시까지 하지만

나머지 상점들은 이르면 오후 5시, 거의 8시면 문을 닫는다.

특히 빵집, 카페들은 더 일찍 문을 닫는데

오후 5시면 거의 대부분 닫혀 있다.

우리가 장보러 간 시간이 오후 4시를 넘겼을 때였는데

5시가 되기 몇 분을 남겨놓고 축하 케잌을 사러 카페에 들렀다.

문 닫기 전이라 텅 빈 테이블...


진열장 안에 케잌들이 많아서 오히려 더 고르기 힘들었다.

선택지가 많으면 더 고르기 힘든, 선택장애...

겨우 나 1개, 남편 1개 골라서 포장을 했다.


그런데 샐러드 용기에 저렇게 담아서 주는 거다.

아무런 종이 봉투나 백을 주지 않아서 손으로 저렇게 들고 가다가

민망해서 마트에서 야채 살 때 쌌던 종이봉투를 꺼내서 덮어서 가져갔다.

아무리 추가요금을 내지 않았다지만 포장이 참 들고 가기 당황스러운 상태였다.

내가 고른 라즈베리 파이.

안에 라즈베리 필링이 꽉 차 있었고 하얀색 크림? 연유? 소스도 같이 주셨다.

파이만 먹으면 새콤하고 소스를 같이 먹으면 달콤한 맛이 더 강해진다.

나는 새콤한 것이 좋아서 소스는 거의 먹지 않았다.

남편이 고른 것은 솔티 캬라멜 블라블라 치즈 케이크.

이름이 너무 길어서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이름답지 않게 짠맛은 거의 없고 정말 달기만 했다.

치즈 맛은 약간, 캬라멜 맛은 엄청 강한 그런 케이크.


이렇게 케이크 먹으며, 서로 축하한다고 말해주고

기뻐할 수 있는 이 순간이 좋다.


이제 시작이다.

이제 비자를 받았고 앞으로 해야 할 일과 

내가 헤쳐가야 할 해외살이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당장 거주허가증(UT카드)를 직접 신청하러 가야 하는데

스웨덴의 코로나 상황이 나빠져서 11월 말까지 관공서에서 예약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언제 신청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


2020년은 코로나로 정말 힘든 한 해로 기억되겠지만

나에겐 정말 기억에 남을 큰 일들이 많이 생긴 한 해다.

한국에서의 혼인신고(유부녀 된 날!), 그리고 스웨덴에서의 삼보비자!




***좀 더 자세한 삼보비자 발급 과정은 블로그에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hyun-kyoung/222150177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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