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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고미 Nov 07. 2020

16. 오후 4시의 저녁 풍경

스톡홀름의 오후 4시는 이제 어둠이 내려 앉은 완연한 저녁이다.

나는 어둑해지는 저녁 하늘을 좋아했다.

한국에서 퇴근 길에 맞이하는 어스름이나

저녁 약속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보는 밤하늘 그리고 달.

달을 올려다 보고 있으면 어떤 소원이라도 다 들어 줄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 들곤 했다.

그래서 종종 난 '낮보단 저녁이 더 좋다.'라고 말하고 다니거나

혹은 스스로를 '어둠의 자식'이라 칭하며 밤을 즐겼다.

한국의 밤이 어느 나라보다도 안전하기도 하고 

한국에서의 낮과 밤은 계절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어도 공평하게 나누어져 있다고 느꼈기 때문에

낮의 소중함, 햇빛을 마주하는 소중함을 잊고 살았다.


그런데 스웨덴에서 두달 남짓 지내 보니 

왜 유럽사람들이 햇빛만 나면 그렇게 좋아하며 일광욕을 즐기는지 

이제는 알 것만 같다.

(나도 이젠 날씨 좋고 햇빛 나는 시간대가 되면 자꾸만 뛰쳐 나가고 싶으니까...)


멀리 가진 못하고 항상 동네 주변,

조금 더 걸어도 옆동네 숲길 정도로 걷는데

지난 사진들과 최근 사진들을 업로드하려다 보니 정말 계절의 변화가 확연히 느껴졌다.

10월 초순에는 이렇게 알록달록 예뻤던 나무들이

비가 좀 오고 나면 잎이 후두둑 떨어졌다.

그리고 기나긴 우기가 있었고(열흘 정도 되었던 것 같다.)

중간중간 소강상태를 보이기도 했지만 그 기간동안은 절실히 햇빛이 더욱 그리웠다.

날씨 영향을 많이 받아서 비가 계속 내리니까 괜히 기분도 많이 가라앉기도 하고...

비가 오고 나면 나뭇잎은 더욱 짙어지는 것 같다.

붉게 붉게 물들다가 결국엔 바닥으로 톡 떨어지게 되는 나뭇잎의 운명.

바닥에 소복소복 쌓여서 길을 걷다보면 나뭇잎이 폭신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10월 말 서머타임이 끝이 났다.

3월 말에 시작해서 10월 말에 끝나는 서머타임.

서머타임이 적용되면 스웨덴과 한국 간의 시차는 7시간. 

(스웨덴이 7시간 늦다.)

서머타임이 끝나고 나니 지금은 8시간 차이가 난다.

그래서 그런가 서머타임이 끝나고 나서는 해가 빨리 짐을 실감하고 있다.

나무에서 나뭇잎은 이제 거의 떨어져 

같은 곳이지만 다른 풍경처럼 느껴진다.

나뭇가지가 앙상한 나무들이 있는 숲은 뭔가 황량한 느낌이 든달까...

비가 오고 나서 폭신하게 느껴졌던 나뭇잎도 이제는 바스락 거리며 말라 부서지는데

뭔가 겨울이구나 느낌이 확 와닿았다.

내가 찍은 사진들의 노을은 대부분 오후 3시가 조금 지났을 때였다.

오후 3시부터 하늘 빛이 붉어 지면서 해가 뉘엿뉘엿 진다.

오후 4시 경이 되면 확연히 저녁이라 부를 만한 어둠이 깔린다.

길고 긴 밤이 있는 이곳, 북유럽의 겨울은 이미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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