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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고미 Oct 05. 2020

02. 스웨덴에서의 첫 날은

코로나 상황 속 스웨덴의 첫 인상, 그리고 스웨덴에 도착했다는 안도감.

한국에서 출국 전 인천공항의 모습은 평소와는 정말 눈에 띄게 달라져 있었다.

여행을 좋아해서 공항을 종종 찾았었지만 이렇게 사람이 없는 공항은 너무 낯설었다.

체크인 카운터에 줄이 없고 열린 창구도 많지 않았으며 

출, 입국 전광판은 비행기 수가 적으니 여백이 더 많았다.

이것도 그나마 여름이 지나면서 좀 는 것이겠지.

발열체크를 하고 출국 검사를 마치고 보딩 게이트로 가는 길,

면세점은 거의 문을 닫았고 사람없이 한산했다.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의 사람들.

유령도시 같은 느낌이다.


비행기에 탑승해서도 놀랐다.

예상은 했지만 사람이 정말 없었다.

3-3-3 열의 제법 큰 비행기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드문드문 앉았다.

얼핏 승객수나 승무원수가 비슷해 보일 정도로.

그렇게 9시간 반 가량 비행을 하고 핀란드 공항에 도착했다.

여기서도 사람은 많지 않았고 그나마 우리 비행기가 도착해서 

입국 짐검사에 줄이 조금 생겼고 

경유로 가는 사람들은 적어서 그런지 입국심사에는 줄이 없었다.

그리고 두번째 비행기를 기다렸고

2-2 열의 작은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핀란드, 스웨덴은 이웃나라라서 그런지 2자리 정도 빼고는 꽉 채워서 간 듯 하다.

여기서부터 한국과는 다른 모습들이 보였다.

마스크를 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고 

마스크도 한국식 KF보다는 덴탈 마스크 형태가 더 많았으며

사람들이 코로나와 상관없이 먹고, 이야기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나만 괜히 쫄아서 가나 싶을 정도로...


스웨덴 알란다 공항 도착.

짐을 찾으러 가는데 스웨덴에선 마스크를 한 사람보다 안 한 사람의 수가 더 많아 보였다.

스웨덴에 오기 전부터 남편으로부터 스웨덴은 마스크를 거의 안한다고 들었던 터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오긴 했지만 정말 자유롭게 보였다. 

마스크도 개인의 선택인가... 짐을 찾아서 출구로 나가니 마스크를 쓴 남편이 보였다.

2달 가량 롱디 상태였다가 만났는데도 매일 통화하고 그래서인지

어제 봤던 것처럼 익숙하고 편했다. 그래도 손을 잡고 온기를 느끼니 안도감이 들었다.

나, 정말 스웨덴에 와 있구나!


사람 많은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기 싫어서 남편한테 택시를 부탁했더니

미리 택시를 예약해 두었다. 택시기사가 공항에서 남편 이름을 적은 피켓을 들고 있었다.

택시를 탔는데 앞자리와 뒷자리 사이에 아크릴 판 같은 걸로 분리를 하고 

중간에 계산할 수 있는 구멍만 뚫어 놨더라. 나름의 코로나에 대처하는 방법인가 보다.

2년 전 한번 와 봤다고 스웨덴의 풍경이나 건물들이 낯설지 않다. 오랜만이야~~~

꽤 오래 달려 남편이 혼자 살던 집으로 왔다.

아직 내 비자가 나오기 전이라 우린 여기서 좀 더 머물다가 좋은 집을 찾으면 이사를 갈 예정이다.

남편이 혼자 사는 집은 내가 한국에서 혼자 살던 집보다는 상대적으로 더 크고 좋다.

(물론 월세는 더 많지만)

한국의 좁은 집에서도 우리는 부대끼면서 잘 지냈기에 여기서도 충분히 잘 지낼 거라 믿는다.


남편이 미리 사다 놓은 웰컴 빵.

스웨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카다멈번이다. 

그리고 크로와상.(크로와상은 왜 샀는지...)

동네 빵집에서 파는 게 훨씬 맛있는데

급하게 사 놓느라 마트에서 파는 걸로 사놨다고.

내 의견을 표현하는 것에 솔직한 편이라 

이 카다멈번은 별로라고 말했다. 

너무 많은 설탕과 카다멈이 부담스러운 맛. 

그래도 스웨덴에 오자마자 스웨덴임을 느낄 수 있는 음식이었다. 

남편 집 근처에 넓게 펼쳐진 들판.

스웨덴은 어딜가나 자연을 가깝게 느낄 수 있다.

언제든 걸을 수 있는 공원이 있거나 이런 너른 들판이 있다. 그래서 가끔씩 걷다가 야생 동물 친구들을 만나기도 한다. 2년 전에 왔을 때엔 고슴도치와 토끼를 봤었는데 이번에는 어떤 동물 친구들을 만나게 될 지 기대가 된다. 오랜 비행 끝에 이렇게 땅을 밟으니 내가 무사히 잘 도착했음을 느꼈다. 


스웨덴은 코로나라고 해서 14일 자가격리같은 정부 지침이 없다.

그저 서로 간의 거리두기만을 권고하고 있는 듯 하다. 한국과는 너무나 다른 정책.

이 동네 자체가 사람이 막 분비는 동네가 아니기는 하지만 간간이 만나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한국에서 마스크를 들고 올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들고 오긴 했는데 아마 여기서 마스크를 쓴다면 남편과 나 정도 뿐이지 싶다. 

스웨덴에 와서 먹은 첫 식사는 남편이 만들어 준 스웨덴의 대표 음식, 미트볼이다. 미트볼이 메인이고 매쉬드 포테이토, 피클, 링곤베리잼을 곁들어 먹는다. 그레이비 소스나 구운 당근은 남편이 더한 옵션. 스웨덴은 외식 비용이 비싼 편이라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게 일반적인데 그래서 그런지 남편은 요리를 하는 것을 즐기고 자신있는 요리가 꽤 있다. 안그래도 외식을 잘 안하는 데 코로나로 인해 하루종일 집에서 해 먹게 생겼다. 지금도 남편은 집에서 자택근무중.

회사에서는 회사에 나와서 일해도 되고 집에서 일해도 되고 직원들에게 자율선택권을 준 듯 하다. 하지만 한국에서 코로나 방역에 대해 철저히 당하고 온 남편은 사람 모이는 곳을 거의 가지 않고 자택근무를 선택했으며 장보는 것 외에 외출도 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몇달동안 교육을 잘 시켜 놔서 걱정은 없었지만 그래도 막상 여기 도착해보니 한국이 코로나에 훨씬 적극적으로 잘 대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웨덴에서의 첫날은 이렇게 보냈다. 앞으로 사람 만날 일은 없지만 14일 동안 나만의 자가격리 마인드로 조심하며 살려고 한다. 법적으로 제재하는 건 없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나도 남편처럼 장보는 것 외에는 거의 외출을 하지 않을 생각이다. 스웨덴에서의 앞으로의 시간들이 어떨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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