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고미 Oct 05. 2020

03. 셀프 이발, 피카(FIKA)타임

집에서 머리를 자른 남편, 스웨덴 고유문화 '피카' 즐기기

스웨덴은 인건비가 우리나라에 비하면 많이 세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의 손이 타는 것은 모두 가격이 높게 책정된다.

미용도 그 중 하나. 스웨덴에서 미용실에 가 본 경험은 없으나 

스웨덴에서 머리를 하려면 현지인 피셜 한국의 3~4배는 줘야 한다고.

남편은 예전부터 혼자 미용도구를 사서 직접 잘랐는데 이번에는 내가 왔으니 내가 도와주기로 했다.

남편의 머리를 잘라 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고 2번째인 듯 한데 

다른 사람의 머리를 자른 다는 건 엄청난 부담이 된다.

혹여 잘못 잘라서 땜빵이라도 생기면 머리카락이 자라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기르는 데 시간이 꽤 걸리지 않나... 그래서 엄청 조심스럽다.

남편이 세팅해 준 도구들(일명 바리깡)로 조심스럽게 다듬어 나갔다.

내가 스웨덴에 오기 전 본인이 직접 한번 잘랐던 머리라 베이스부터 삐죽삐죽... 이런;;

완성된 뒷모습. 

일자로 예쁘게 다듬고 싶었는데 아무리 빗질을 해가며 잘라도 잘 안된다. 이래서 미용실에 가서 다듬나보다... 한국 같았으면 바로 손잡고 미용실 갔을텐데 코로나도 있고 미용실 비용이 비싸서 가기 싫다고 하니 이만큼 다듬은 걸로 만족했다. 

우리 둘 다 그렇게 미용에 예민하지 않아서 크게 기대감이 높지 않은 것도 한몫했다. 다행이다. 휴~~~

한밤 중에 머리를 자른 우리... 비닐을 깔고 잘랐음에도 불구하고 카펫 여기저기 머리카락의 잔재가 널려있어서 이웃들에게 죄송했지만 잠깐 청소기를 돌려서 치웠다. 머리 자르는 것도 피곤하고 치우는 것도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하루 종일 집에서 시간을 보내니 집밥을 계속 만들어 먹어야 하는데 남편이 해 준 음식을 계속 먹다가 한식이 땡겨서 내가 요리를 자청했다. 거창한 것은 아니고 그냥 소소하게 볶음밥?

한국식 쫀득한 쌀이 있다면 좋을 텐데 이 근방에서 그런 쌀을 찾지 못해 우린 그냥 인도 쌀을 가지고 밥을 했다. 동남아 쌀과 매우 비슷한데 찰기없이 퍼석퍼석한 느낌이다. 그래도 쌀이 있는 것 만족하며 만들었다.

냉장고에 있는 채소들을 다져서 볶고 밥을 같이 볶다가 후추를 넣는데 구멍을 잘못보고 큰 구멍 쪽을 열어서 톡톡 뿌리다가 훅 나와버렸다. 

듬성듬성 보이는 검은 점들은 태운 게 아니라 후추가 많이 들어간 것. 의도치 않게 매워졌다. 그리고 소금, 참기름으로 마무리. 소금은 최소한으로 넣고 케첩을 뿌려서 먹었다. 밥이 좀 퍼석하고 후추맛이 강했지만 스웨덴와서 먹은 첫 한식으로 만족했다. 


한국에서 올 때 한국음식을 많이 쟁여오고 싶었는데 내 짐을 위주로 싸다 보니 음식을 많이 가져올 수 없었다. 캠핑용 사이즈로 나온 조그만 고추장, 간장 그리고 몇 가지 재료들이 전부. 아껴 먹으려고 했는데 남편이 예전에 내가 알려 준 독일에 있는 한국음식 파는 마트에서 온라인 주문을 해보자고 해서 처음 주문을 해봤다.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 비싼 가격에 독일에서 스웨덴까지 배송을 받아야 하니 배송비도 엄청났다. 유로로 계산했는데 우리가 주문한 음식들의 가격은 4만원대 였지만 배송비까지 붙으니 총 8만원대까지 올라갔다. 처음이니까 한번 시켜보는 걸로... 너무 비싸서 자주는 못 시키겠다. 스톡홀름 센트럴 부근에 한국마트나 아시안재료마트가 있다고 들었는데 코로나때문에 사람 많은 센트럴은 나가기 싫어서 그냥 독일에서 공수해서 먹는 우리. 뭐가 더 경제적인지... 처음이니까 경험삼아 사 본 걸로.


 스웨덴은 '피카(Fika)'라는 고유 문화가 있다. 우리나라 말로는 브레이크타임? 티타임? 정도가 되지 않을까?

스웨덴 사람들은 '피카하자!'라고 동사로도 이 말을 쓴다고 한다. 차나 커피를 마시면서 디저트도 먹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쉬어가는 그런 문화. 회사에서는 주로 동료들과 피카를 하기도 하는데 지금 재택근무 중인 남편은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서 화상회의를 하면서 동료들과 만나거나 그냥 혼자 일하기 때문에 피카를 따로 즐기기 어렵다. 그래서 나랑 근처 카페가서 피카할 것들을 사서 조금이나마 브레이크 타임을 갖기로 했다.


 나를 만나기 전엔 커피도 마시지 않았고 디저트에도 큰 관심이 없었던 남편. 오래 살고 있는 이 동네에서도 카페나 빵집이 있는지도 모르고 살았던 남편이다. 한국에 와서 나랑 주구장창 카페나 빵집을 다녔고 이제는 나랑 같이 커피를 마시면서 디저트를 즐긴다. 동네에 뭐가 있는지도 잘 모르는 집돌이 남편을 데리고 구글맵에서 찾은 자그만 동네 카페로 향했다. 누가 현지인이고 누가 외국인인지...

 스웨덴에서 피카하면 빠질 수 없는 카다멈번(Kardemummabulle)과 시나몬번(Kanelbulle).

 스웨덴 카페나 빵집 어딜 가나 꼭 볼 수 있는 빵이다. 시나몬은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향신료이지만 카다멈은 좀 생소해서 나도 처음 카다멈번을 먹었을 땐 많이 낯설었다. 지금은 꽤 익숙해서 잘 먹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시나몬번이 더 내 스타일이다. 그리고 커피도 시켰는데 한국에서 먹던 사이즈에 비하면 여기는 사이즈의 옵션도 없을 뿐더러 양이 너무 작다. 한 3~4잔은 시켜서 먹어줘야 할 정도... 가격보면 그렇게 못하겠지만.

 

 코로나 영향으로 가게마다 거리두기 제한에 관한 포스터를 붙여 놓거나 이렇게 테이블 수를 줄여 놨다. 이 자리에는 앉지 말라는 뜻이라고. 우리가 갔을 땐 가게 안에 손님이 하나도 없었는데 손님이 와도 이렇게 붙여 놓은 테이블은 앉을 수 없다고 한다. 


 그나마 이런 것들이 있어서 여기도 코로나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줄을 설 때에도 거리두기 스티커가 바닥에 붙어 있긴 하지만 원래 북유럽 사람들은 다닥다닥 붙어서 줄을 서지 않고 일정 거리를 두면서 줄을 서기 때문에 크게 의미는 없는 것 같다.

평소 같으면 나도 카페에서 앉아서 피카를 즐기자고 했겠지만 이 날은 마스크를 쓰고 가게에 가서 포장을 해 온 뒤 집에서 피카를 즐겼다. 나중에 야외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그때는 카페에서 피카를 잠깐 즐겨 볼까 싶다.


 9월의 스웨덴 날씨는 오락가락.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해서 초겨울 같다가도 낮이면 날씨가 완연한 가을이라 긴팔 맨투맨에 청바지만 입고도 바깥 날씨를 즐길 수 있다. 아직 반팔을 입거나 반바지를 입는 사람이 보일 정도이니 그리 추운 날씨는 아닌 듯 하다. 스웨덴의 가을은 짧고 겨울은 길다고 한다. 언제 갑자기 겨울 날씨로 돌변할 지 모르니 지금의 이 가을가을한 날씨를 열심히 즐겨야 겠다.

작가의 이전글 02. 스웨덴에서의 첫 날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