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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고미 Dec 09. 2020

21. 꿈이 뭐죠?

꿈 꾸는 것을 강요 당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날에...

내 꿈은 뭘까?

어릴 때는 막연히 그냥 장래희망이 내 꿈인 줄만 알았다.

그래서 꼭 미래의 내 직업을 떠올리며 그게 꿈인 양 가슴에 품고 공부했다.

어른들이 꿈은 많을 수록 좋다고 했고

아주 어릴 땐 많은 꿈을 찾고 싶어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많은 꿈에서 점점 몇 가지로 좁혀 지더니

결국엔 나의 학업 점수에 맞는 꿈을 꾸어야 한다는 냉혹한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수능에 임박해서는 취업이 잘 되는 꿈을 꾸어야 한다는 걸 알고

급히 대학을 알아봤던 기억이 있다.


자영업자였던 우리 부모님은 안정된 직장이 최고라 하셨고

내가 그림이나 음악 같은 예술의 길로 빠지지 않게 

항상 배고픈 직업은 힘들다는 걸 세뇌 아닌 세뇌를 시켜 주신 것 같다.

사실 그리 예술적 재능이 있는 편도 아니었는데

어릴 때 받은 교내 상장 몇 개가 그들에겐 부담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나의 꿈은 누군가의 세뇌 속에서

그리고 학교라는 곳에서 매겨진 나의 학업 점수 속에서

자유롭지 못한 채 자리 잡았다.

그렇게 대학생이 되었다.

꿈을 꾸기 보다는 어릴 적엔 누리지 못했던 성인으로서의 자유를 만끽하기에

너무나 벅찬 시간들...


하지만 그런 기쁨들도 오래 가진 못했고

대학에서도 역시나 성적으로 줄을 세우고 점수 매김을 당했다.

그리고 졸업반이 되면서 또다른 취업의 문턱에서 

좋은 점수를 쌓기 위해 열심히 발버둥을 쳐야 했다.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들보다 높은 점수로 무사히 합격할 것인가...

그리고 합격하면서 느낀 뭔가 성취했다는 뿌듯함. 

그게 꿈인 줄 알고 살았다.


스스로 뿌듯했던 순간도 잠시...

내가 어릴 때부터 꿈꾸던 안정적인 직장에서

나는 꿈을 이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 꿈은 아무 것도 이뤄진 것 없이

나는 그냥 직장을 얹은 사회초년생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따금씩 스스로에게 물었다.

'자, 이제 너의 꿈은 뭐지?

내가 이제 정말 원하는 게 뭐지? 뭐가 되고 싶지?'

아직 고작 20대 중반 즈음이었던 나에게 

나는 앞으로 무엇을 할 건지에 대해 묻고 싶었다.


그러나 확실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냥 막연했고 

하루하루 내가 감당해야 할 현실을 마주하기도 벅찼다.

'이 일이 정말 내가 원하는 일일까?

이 일이 내 꿈이었나?

정말 아니다 싶으면 10년 정도 뒤엔 다른 일을 찾아보자.'

이렇게 마음 먹은 게 전부이지만 

10년 뒤 어떤 다른 일을 할 것인지 조차 생각하기 버거웠다.


그러다 어쩌다 남편을 만나 지금 스웨덴에 와 있다.

서른이 넘은 성인이 다른 직업을, 

다른 꿈을 꾸기엔 힘든 한국 사회에서

남편은 스웨덴에 가서 니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찾으라고 희망을 심어 주었다.

'내가 과연 다른 일을 할 수 있을까?

지금 하는 일 말고는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어...'

오랜 고민의 시간을 거쳐

지금이 아니면 아무 것도 변화를 줄 수 없을 것만 같은 

나의 안정된 생활에서 나는 쉼표 혹은 마침표를 찍고 싶었다.

그리고 마음의 준비를 한 뒤 상사에게 나의 계획을 전했다.


처음엔 모두들 말리는 분위기였다.

분명 후회할 거라고...

나는 오기가 생겨서 더 열심히 우겼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다고.

그래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사람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몇 번의 상사와의 대화에서 답답함을 느끼고 혼자 울기도 하고 그랬다.

자꾸만 나를 설득해야 하는 임무를 지닌 사람처럼 

나를 잡는 사람들이 짜증나고 미웠던 것 같다.


결국 나는 내 뜻대로 여기, 스웨덴에 와있다.

나는 꿈을 찾아서 스웨덴에 온 것이 아니라

내가 다른 꿈을 꿀 수 있는지, 무얼 할 수 있는지 

내가 나의 삶에서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싶어서 왔다.

그리고 가장 나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지켜봐 주는 사람이 있기에

그래서 여기 온 것이다.


그런데도 

지금도 업무상 연락을 취하는 상사는

항상 마지막 인삿말로 꿈을 응원한다는 말을 적어 보낸다.

그냥 인사치레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상당히 부담이 되고, 반감이 드는 문구다.

'나는 아직 꿈이 없는데 무슨 꿈을 응원한다는 거지?'


한국 사회에서 나는 꿈을 강요당했다.

그리고 내가 아이들에게 꿈을 강요하기도 했다.

꿈이 있어야 한다고...

그런데 서른이 넘어 성인으로서 내 삶을 책임지고 살려고 보니

꿈이 꼭 필요할까 싶다.

무슨 꿈을 꿔야 하는데?

자기 밥벌이하고 앞가림하고 그냥저냥 살아도 되고

정말 이루고 싶은 뭔가가 있으면 하나에 올인해서 살아보기도 하고

그건 사람마다 다른 거 아냐?

왜 꿈이 필요한지 모르겠다.

그리고 지금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나 또한 궁금한 나의 인생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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