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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고미 Jan 19. 2021

22. 스웨덴에서 맞이하는 첫 새해

2021년인데 왜 2020년에 머문 것만 같을까? 그간 나의 변화들...

오랜만에 브런치에 로그인을 했다.

처음 브런치 작가로 선정되었을 때의 기쁨, 짜릿함!

나에게 '작가님'이라고 호칭해주는 브런치가 좋았다.

별거 없는 나의 글에 

사람들이 좋아요를 눌러주거나 

구독을 눌러주는 것이 좋아서 

매일같이 드나들었는데... 

한동안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사실 그리 바쁘지 않았으면서)

막연히 글쓰는 것에 대한 부담감으로 브런치를 들어오지 않았다.

가장 큰 계기는 브런치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참가하려다

해외살이하는 사람들은 참가가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고 실망스러운 마음에

브런치를 살짝 멀리한 것도 있다.(쳇)


아무튼, 

그간의 삶의 기록은 네이버 블로그로 나름 차곡차곡 정리했었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건 '작가로서' 부담감을 갖고 글을 쓰지만

네이버 블로그에 쓰는 글은 정말 편하게 쓰기 때문인 것 같다.


12월에는 UT카드를 신청했고, 발급까지 받았다.

운좋게 방문예약에 성공해서 신청했는데 발급하는데 약 일주일이 걸렸다.

스웨덴에서의 외국인등록증 같은 게 생긴 것이다.

그런데 이걸로는 별로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PN(우리나라로 치면 주민등록번호)을 신청해야만 내가 스웨덴에서 뭐라도 할 수 있게 된다고...

예를 들어, 병원을 가거나, 외국인코스 스웨덴어 강의를 듣거나, 은행 계좌를 개설하는 등...


아무튼 PN신청은 1월로 미뤘었다.

1월 초 이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12월은 UT카드 발급까지 만족했고,

배송이 한참이나 걸리는 슬로우 스웨덴에서 이사를 하기 위해서 차근차근 준비했다.

이사업체와 연락을 하고 여러 군데의 이사업체를 알아보다 한 군데로 결정했다.(남편이 주로 한 일)

나는 천천히 우리의 짐들을 싸기 시작했고(일부러 한국에서 가져온 짐들은 거의 박스를 뜯지 않았다.)

꼭 필요한 가구들을 인터넷으로 서핑했다.

코로나때문에 집 앞까지 배송해주는 업체가 많이 없었다.


역시나... 만만한, 아니 대표적인 스웨덴 가구업체인 이케아에서 대부분을 주문했다.

배송비는 비싸지만 집 앞 배송이 가능한 게 어디... 게다가 배달 날짜도 지정할 수 있었다.

이것도 스웨덴에선 감지덕지한 서비스!


스웨덴에서 첫 크리스마스를 조용히 남편과 둘이서 맞이했고

스웨덴, 스톡홀름은 크리스마스에 눈이 펑펑 흩날렸다. 화이트크리스마스!

그리고 그 이후로 눈은 계속 되었다... 지금도 하얀 스톡홀름.


이사 준비로 어수선하게 12월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했다.

집 계약의 막바지를 부동산에 가서 처리하고

PN신청도 무사히 마쳤다.(서류 제출이 거의 다 였는데 기다림의 연속ㅠㅠ)

이것도 발급하는 데 2주에서 8주가 걸린다고 한다...


이사를 했다.

이사업체에선 정말 짐만 날라다 준다.

포장과 짐 정리는 모두 우리 몫이다.

시간단위로 요금을 계산했고

남편이 그간 혼자 사용하던 물건들을 버렸다.(버리는 데에도 돈이 상당히 든다ㅠㅠ)

딱 밥먹을 테이블 하나만 남기고 다 버렸다.

정말 필요한 것들만 갖고 살려고 했는데 왜이리 짐이 많은지...

이사정리하면서 여러 번 나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물론 남편의 짐을 보면서도 생각이 많아졌다.

은근히 짊어지고 산 것들이 많구나...

우리는 정리를 하면서 가지고 온 짐들을 버릴지 말지에 대한 결정을 나중으로 미루며 

그것들을 지하 창고에 정리했다.(자꾸만 추억을 끄집어내며 연관짓다보니 더욱 버리기 힘들다...)


이케아에서 온 가구들은 일일이 수작업 조립이 필요해서 

몇날 몇일동안 남편이 손수 가구들을 조립했고

전 주인이 다 떼어간 조명덕분에 조명도 새로 설치해야만 했다.

(건물이 오래되어서 요즘 조명 연결부분과 맞지 않아 부품을 더 사러 가야만 했었다...)


이사 온 지 거의 열흘이 흘렀다.

이젠 짐은 거의 정리되었지만 아직도 필요한 것들이 많아서 

매일같이 열심히 온라인, 오프라인 쇼핑 중이다.

짐을 줄이자고 다짐했는데... 둘이 살면서 왜이리도 필요한 게 많은지.

집은 크지 않은데 이 집을 채울 물건들은 한도 끝도 없는 것 같다.

12월에 주문한 쇼파와 테이블, 식탁은 2월 중순이나 되어야 도착한다고 한다.

슬로우 라이프를 즐겨야만 하는 스웨덴 생활.

주방에서 보이는 풍경.

이사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눈이 내렸다.

지난 주말에 조금 소강상태였는데 이번 주 예보도 거의 눈으로 덮혀 있다.

신기하게도 눈이 오면 그나마 기온이 조금 오른다. 영하 1~2도?

오히려 해가 나거나 구름이 끼면 더 춥다... 영하 8도?

눈이 올 때는 예쁘지만 녹는 과정이 참...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다.

눈이 녹아서 길이 질퍽질퍽해지고 다시 얼게 되면 걷는 속도를 한없이 늦추게 만드니까...


기분 전환삼아

처음으로 꽃을 사봤다.

마트에서 튤립이 할인하고 있길래 골랐다.

한다발만 남았있던 노랑과 빨강이 섞인 튤립이었는데

물컵에 꽂아 놓고 보니까 흰색 튤립이 하나 섞여 있었다...

의도치않게!

테이블에서 

TV를 보거나

노트북을 하거나

밥을 먹거나

티타임을 가질 때마다

꽃이 함께하니 뭔가 기분이 새롭다.

요즘같이 카페가기 힘들 때 

집에서라도 이렇게 꽃을 가까이 두고 기분 전환을 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은 것 같다.


12월에 내가 한국에 갈 줄 알고

한국에 있는 친구집으로 택배를 몇 가지 시켜놨었다.

한국가면 친구집 들려서 가져오려고...

12월 한국행이 취소되면서

친구에게 부탁해서 내가 주문한 택배들을 스웨덴으로 보내달라고 했는데

1월 중순에 도착했다.

자기 일만으로도 바빴던 친구가 1월이 되어서야 짬이 생겨 보내 준 것.

우체국에서 접수받는 한국-스웨덴 택배 방법은 4가지인데

코로나때문에 2가지로 줄었다.

가장 비싼 EMS프리미엄과 가장 저렴하지만 가장 오래 걸리는 국제선편.

음식물이 없이 보내는 거라 EMS프리미엄으로 일주일만에 택배를 받았다.

(배송비는 가장 비싸다ㅠㅠ)

사막의 오아시스같았던 한국에서 온 택배.

내가 주문한 물건들이지만

두달 만에 내 손으로 만져보니 정말 기분이 좋았다.

이것에 바로 온라인 쇼핑의 묘미! 택배 뜯는 맛인데...

스웨덴에선 이런 기분이 좀 덜하다.

집 앞 배송은 거의 드물고 보통 택배가 편의점으로 도착해서

찾으러 가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 그것도 랜덤으로 어느 편의점에 도착할 지 모른다ㅠㅠ


아무튼 한국에서 온 택배 안에 같이 있었던

'밀고가겠소'라이언 한정판 인형.

생각보다 사이즈가 컸다.

남편이 소띠라서 생일을 맞은 남편에게 조금 늦게 선물로 주었다.

말이 남편 선물이지 내가 더 좋아하게 된 인형!


2020년은 예상 밖의 바이러스 여파로 정말 다들 힘든 한 해였을 것이다.

나도 부정적인 생각에 휩싸여 2020년에 내가 겪었던 것들에 대해 부정적이기만 했는데

2020년은 나에게 개인적으로 큰 의미가 있던 한 해였다.

혼인신고를 해서 법적으로 유부녀가 되었고,

평생 얽매여 있을 것만 같았던 직장에서 휴직을 하게 되었으며,

태어나서 쭉 당연하게만 살았던 한국에서 스웨덴으로 거처를 옮겼다.

1년 4개월만에 스웨덴 비자를 취득했고 

스웨덴에서 첫 가을, 겨울을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2021년의 새해가 밝았고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대로

2021년은 2020년보단 희망적이길,

그리고 소박한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과

지금 함께하는 남편과 행복하게 잘 지내길.

조금 더 바라본다면 남편과 함께 올해는 꼭 한국에 방문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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