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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고미 Feb 03. 2021

23. 결혼을 한다는 건

나도 결혼을 했지만 다른 사람의 결혼 소식을 듣는 건 언제나 신기하다.

옛 직장 동료의 결혼 소식이 전해졌다.

직접 전해온 건 아니고 돌아돌아~

신기하다.

어리게만 보였던 동생이었는데 결혼을 하는 구나.

내가 먼저 해 놓고선 

다른 사람, 그것도 같이 일을 시작한 동생의 결혼, 

그리고 그 상대가 같은 직장에서 사내 연애에서 결혼으로 이어졌다는 게 신기했다.

한때는 사내연애가 궁금하기도 하고 좋아 보이긴 했었는데...ㅎㅎ

막상 다른 사람이 하는 건 쉬워 보이고 부러워 보여도

내가 해보면 별 것 아니거나 좋지만은 아닌 그런 게 있는 것 같다.

아마 결혼도 그런 것들 중 하나 인듯하다.

난 결혼식에 대한 경험은 없다.

제 3자로 하객이 되어 보긴 했지만

내가 신부가 되어 입장해 보진 않았다.

이상하게도 나는 그것이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컸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없다.

결혼식이 없는 결혼을 했다.

그래서 우리의 결혼은 조용조용 우리만의 시간을 만들어 가고 있다.

누군가는 아직 모를 나의 결혼소식... 

숨기려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연락이 닿으면 전해주고 싶다.

좋은 사람을 만나 인연이 깊어져 함께 하게 되었다고.

(결혼식 청첩장을 돌리게 되면 결혼 소식에 대한 축하가 아니라 

축의금에 대한 부담감을 먼저 떠안겨 주는 것 같아서 더 싫었다.

그냥 소식을 전하고 진심으로 축하받고 싶다. 

돈으로 받는 축하가 아닌 마음으로 받는 축하를 받고 싶었다.

내 주변 친구들에게선 충분히 그 마음을 받아서 고마웠고 좋았다:))

이상하게 나는 제도로 얽매이는 것에 대한 반감이 좀 있었다.

'그냥 좋으면 좋은 거지'가 아닌 

'의무적인' 책임감이 지워지는 게 싫었다.

내가 하는 일에서도 어찌나 책임이 많았던지... 

다른 사람의 잘못까지도 

뭐만하면 내 책임이라고 했었다. 

그리고 남녀 사이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하면

그게 바로 결혼이지 않나 싶다.

연애만 하고 그냥 쿨하게 각자 갈 길 가는 

각자의 삶에 충실할 수 있는 그런 관계가 아닌

결혼을 한다는 것은 서로의 삶에 관여하는 묘한 신경전이 생기는 것.

내 기준에서 판단하다가는 자꾸만 오해가 생기는 이상한 관계.

그냥 좋은 감정이 같이 산다는 조건이 더해지면서

온갖 사소한 감정들이 부딪히게 되다가 구질구질한 관계가 되기도 하는 것.

그게 바로 나는 결혼이라고 생각한다.

결혼을 찬성한다. 반대한다. 의견을 낼 수 없다.

내가 해 보니까 결혼에는 답이 없다.

이제 고작 1년 정도 지난 나의 결혼 생활에서 나는 여러 감정을 느꼈고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건 엄청난 이해심과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피를 섞은 가족이 아닌 생판 남이었던, (혈육, 가족과도 같이 살면 불편함이 생기게 마련인데...)

우리 같은 국적이 다른 커플이라면

정말 정말 조율할 것들이 많다.

피터지게 쌍방으로 싸우거나 

일방적으로 한쪽이 터지거나

아님 꽁하게 싸매고 있다가

언젠가 누군가 털어내거나...

다양한 방법으로 언젠가는 터질 문제들...

'니가 원하는 대로 스웨덴 가서 사니까 좋아?'

'거기선 행복하니?'

이 질문들을 가장 많이 받은 것 같다.

(코로나때문에 스웨덴 코로나 상황을 묻는 질문 외엔)

그냥 저냥 괜찮게 산다. 이게 정말 적절한 답이고

행복에 대한 기준은 나는 좀 복잡하게 생각하는 지라... 섣불리 '네!'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우리 단순하신 남편님은 언제나 '난 행복해'라고 표현하지만...(단순함이 부러울 때가 있다.)

예전에 내가 처음 직장생활을 할 때

먼저 일을 시작한 친구가 해 준 말이 있다.

'시험 공부할 때보다 행복하다고 말할 순 없어. 그런데 시험 준비할 때보다 일을 하고 있는 지금이 덜 불행해.'

이 말이 나에겐 명언이었다.

무슨 소리인가 일을 시작하기 전엔 몰랐다.

학생 신분, 취준생 신분에선 

일을 하는 것이 가장 부러운 모습이었는데

막상 일을 하면서... 나는 혼자서 서럽게 운 적이 많았다.

내가 꿈꾸던 일의 모습과 현실은 정말정말 괴리감이 많았기에...

일하다가 혼자만 있는 빈 공간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지거나

자취집에 가서 눈물이 터지는 날엔

그냥 울었다. 그래야만 했다.

결혼도 그렇다.

무조건 행복하거나

무조건 좋은 결혼 생활은 없다.

누구나 말 못 할 고민이 있을 수 있고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표현하기 힘든

그 사람의 입장, 처한 환경에서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그래서 나는 '행복하다'라는 말을 아끼고 싶다.

지금 나는 만족하고 살고 있다. 

나는 좋은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무조건 한국에서 일하면서 혼자 살때와

지금을 같은 기준으로 놓고 비교하긴 힘들다.

나는 경제적으로 능력이 되고 정신적으로 힘들지 않으면 혼자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국사회에서도 결혼은 요즘 필수가 아닌 것 같다.

대부분의 기사에선 집이나 경제적 문제 때문에 젊은이들이 결혼을 미룬다고

아니 포기한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꼭 그것만이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예전 시대에선 남녀가 연애하면 결혼이 결과물인양 받아들여 졌다면

지금 시대에선 '나'라는 존재를 더 소중히 여기고

'나'라는 존재의 자립이 최우선이기에 결혼도, 아이도 우선 조건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결혼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결혼을 했다가 맞지 않아서 갈라설 수도 있고

요즘 시대엔 정말정말 다양한 선택지와 다양한 경험들이 존재한다.

어느 한 잣대를 가지고 맞다 틀리다라고 단정지을 수 없는 것이다.

나에게 던져진 여러 질문들과

갑자기 들려온 옛동료의 결혼소식.

그리고 나의 결혼 생활을 

조금 깊게 생각하다보니

말이 길어진... 의식의 흐름 단상.

정답은 없다.

궁금하면 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본인 몫인 것...

난 안해보고 후회하는 것보다 해보고 후회하는 게 모토인지라 하는 쪽을 택했다.

책임은 내가 지는 거니까.(하... 이놈의 책임감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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