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에서의 문화의 밤, 매년 4월 단 하루!
스톡홀름에서는 매년 4월의 어느 토요일 단 하루
문화의 밤 이벤트가 있다.
스톡홀름의 대부분의 박물관, 미술관 등 관광지를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꽤 큰 메리트가 있는 행사이다.
다만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열리기 때문에 시간을 잘 배분해야 한다.
한군데 다 모여있는 것도 아니고
4월에는 낮시간이 꽤 긴 편이긴 하지만
저녁 7시 즈음이면 어두워지고 4월의 스톡홀름은 꽤 쌀쌀하다.
(보통 기온이 10도 안팎이고 아침 저녁으론 2-3도로 떨어지기도 한다.)
이상하리만치 올해는 딱 이 날 날씨가 정말 좋았다.
바람은 좀 차가웠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정말 좋았던 날씨,
낮기온이 18-19도까지 올랐다. 초여름 날씨다.
사람들도 많을 것이고 많이 걸을 예정이라서 일찍부터 서두르진 않았다.
작년에 처음으로 우리도 이곳저곳을 둘러봤다.(3곳 정도 보고 지쳤었다...)
우리처럼 박물관에 큰 뜻이 없는 사람들에게 입장료는 꽤나 부담스러운 장벽인데
이런 무료개방 행사는 평소 궁금했던 박물관들을 한번쯤 가볍게 둘러보기 좋은 기회였다.
스웨덴의 여러 박물관, 미술관들은 우리나라 기준으로 보기에 꽤나 비싸다.
대부분 한화로 2만원은 훌쩍이고 비싸면 3만원도 넘는다.
이런 비싼 입장료를 지불하고 막상 들어가면 사실 이게 다야? 싶기도 했다.
(아마 배경지식이 부족해서 그럴지도...)
점심으로 집에서 남편이 해 준 음식을 먹었다.
스웨덴 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돼지고기요리.
크림소스가 특히 맛있었다.
스웨덴의 주식은 감자라서 대부분의 스웨덴 음식에선 감자가 빠지지 않는다.
자주 먹으면 질릴 수 있는데 우리집은 스웨덴 음식보단 한식을 더 자주 해 먹는 터라
이런 음식이 오히려 더 별식이 되곤 한다.
든든히 배를 채우고 늦은 오후 집을 나섰다.
날씨도 좋았고
4월의 스톡홀름은 낮이 길어서 좋다.
오후 2시면 어두워지던 겨울에서
낮이 점점 길어지는 중인 4월의 스톡홀름.
아직 벚꽃이 만개할 시기는 아니지만
여기저기 성격 급한 꽃들은 다른 무리와 달리 일찍 개화를 서두르기도 했다.
참 예쁘다.
정말 봄이 왔구나 느낄 수 있는 건
낮의 길이도 있지만
이런 꽃들이 가시적으로 많이 보일 때부터 인 거 같다.
센트럴에서부터 박물관들이 많이 모여있는 Djurgården[유고르덴]쪽으로
해안 길을 따라 걸었다.
날씨가 좋아서 현지인들도 많았고 행사에 맞춰 다양한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도 많았다.
작년에 가봤던 Nordiska Museet
올해 150주년 기념으로 행사중인 거 같다.
우린 작년에 가봤으니 올해는 패스.
사실 올해는 다른 곳 다 떠나서 한 곳만 볼 예정이었다.
바로 Skansen[스칸센]
야외박물관이라고 불리는 곳인데
유원지 같은 곳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오래된 스웨덴식 집들을 볼 수 있고
공원처럼 잘 가꿔진 길들을 걸을 수 있고
동물원도 있다.
한 단어로 설명이 잘 안되는 곳이다.
나는 작년에 처음으로 스웨덴어 공부하는 코스에서 소풍으로 다 같이 나가서 가봤다.
선생님의 인솔에 따라 단체로 간 거라서 입장료를 따로 내고 들어가지 않았다.
우리 남편은 어릴 적 가보고 한 20년 만이라고 한다.
그만큼 현지인들은 아이가 있거나 가족단위 멤버쉽이 있지 않는 이상 자주 찾지 않는 곳인 거 같다.
입장료는 245크로나, 약 3만 2천원 정도로 비싸다.
조금씩 해가 지는 무렵 들어갔다.
무료입장이라서 입장권을 사서 들어가야 하는 문이 아무도 없이 훤히 열려 있었다.
스톡홀름 뷰
동물원을 좋아하진 않지만
자연스레 내려 가는 길에 만난 동물원.
우리에 갇힌 동물들이 참 안쓰럽다.
그나마 여기 스칸센 동물원은 자연적으로 거의 풀어놓다시피 한 것 같다만
그래도 뭔가 짠했다.
역시나 우린 산책하듯이 가볍게 둘러보고
우리의 최종목적지로 향했다.
스칸센을 나왔을 때엔 이미 해는 뉘엿뉘엿지고 있었다.
작년에 와보고 두 번째인 박물관식당 맛집 VASA museets restaurang을 찾았다.
여긴 바사박물관에 딸린 식당이다.
평소라면 오후 4-5시면 문을 닫는 곳이지만
이날만큼은 자정까지 운영을 한다.
바사는 여기 박물관에 커다랗게 전시된 배이름이다.
배 한척이 전부인 것과 다름 없는 이 박물관이 생각보다 굉장히 인기가 많다.
나도 작년엔 여기저기 꽤 꼼꼼히 살펴봤는데
1628년 배가 지금까지 이정도로 복원되서 전시되었다는 게 신기하긴 했다.
배 하나 뿐이지만 규모가 상당히 커서 여기저기 보려면 시간이 꽤나 걸린다.
우린 작년에 봤으니까 바로 식당으로 직행!
스웨덴의 여러 박물관, 미술관에는 신기하게 식당이나 카페, 바(혹은 펍)이 딸려 있다.
먹고 마시고... 참 신기한 문화인 거 같다.
가볍게 먹을 걸로 햄샌드위치랑 당근케잌을 고르고
각자의 커피
그리고 남편의 메인메뉴 소고기요리를 시켰다.
굉장히 부드러운 소고기에
역시나 감자, 당근, 샐러드채소 그리고 소스
다 먹고 한숨돌리는 데 남편 뒤로 보이는 장식이 눈에 들어왔다.
천장에 웬 나뭇가지가?
이것도 스웨덴 인테리어인가 싶어서 남편한테 돌아보라고 하니까
남편도 처음보는 컨셉이라고...ㅎㅎ
먹고 얘기하고 쉬다보니 어느 새 밤 9시를 넘겼다.
여전히 길에는 사람들이 많았고 차들도 많았고
스웨덴 답지 않은 활기가 느껴졌다.
하늘에 구름한 점 없다보니
초승달과 별 하나가 정말 예쁘게 빛나고 있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눈으로 보는 걸 사진으로는 다 담을 수 없어 아쉽다.
밤에 보는 노르딕박물관의 외관.
야경이 왜 더 근사해 보이는지.
왔던 길로 다시 해안가를 따라 걸었다.
날씨는 좀 더 추워져서 자꾸만 자켓을 여미고 몸을 웅크리게 되지만
밤에 잘 나오지 않는 우리 부부에게는 정말 색다른 데이트였다.
최강 집돌이인 남편도 일년에 한 번은 이렇게 나오는 게 좋은가 보다.
소소한 우리만의 전통을 만드는 걸 좋아하는 우리 남편은
내년 문화의 밤에도 같은 식당에서 밥 먹자고 한다.
좋지!
아마 우린 내년에도 또 같은 코스로 걷고 밥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