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여행을 준비하면서
나는 파리를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했고
우리 남편은 프랑스 남부를 궁금해했다.
파리에서 남부로 가기 전 한 도시를 거쳐가고 싶었는데
구글맵을 이리저리보다가 찾아 낸 도시, 리옹
아무런 정보없이 그냥 리옹을 지나가야 겠다 생각했다.
알고보니 리옹은 프랑스의 제 2의 도시였고, 미식의 도시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여행지로서는 그리 유명한 거 같진 않았지만
프랑스 내에선, 음식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아는 그런 곳으로 보였다.
파리와 남부도시가 우리가 집중적으로 보고 싶은 곳이라
리옹은 거쳐가는 느낌으로 2박만 머물렀다.
첫날 리옹에 도착했을 땐 비가 꽤 많이 내리고 있었다.
파리에서 떠날 때 비가 내렸는데 리옹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걸어서 10분 남짓 거리에 우리가 예약한 호텔이 있어서
우비를 입고 큰 캐리어와 배낭을 메고 무작정 걸었다.
그리고 비맞은 생쥐꼴로 도착한 우리의 호텔
연식이 있는 곳을 나름 현대적인 감성으로 리모델링한 듯 보였다.
파리에서 머물렀던 호텔과 마찬가지로 창문이 있었다.
더 크고 열 수 있는 폭도 넓어서 아마 이것도 발코니라고 부르는 것 같다.
건너편 거주하시는 분들이 훤히 보인다.
비가 오니까 거리를 다니는 게 힘들 거 같아서 기차역 건너편 큰 쇼핑몰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짐을 대충 풀고 나와서 쇼핑몰을 이리저리 휘젓고 다녔다.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마트구경이 가장 큰 관심사!
사람을 만나기보단 혼자 해결하는 걸 좋아하는 남편은
프랑스까지 와서도 셀프체크인, 셀프계산대를 찾아다닌다.
프랑스어를 모르지만 영어지원이 되면 영어로, 안되면 안되는되로 추측해가면서 계산을 했다.
막히거나 오류가 생기면 그땐 내가 점원을 불러서 도움을 받곤 했다.
쇼핑몰안에서 만난 한국음식점
한국식치킨을 팔고 있었고 핫도그, 떡볶이 같은 사이드메뉴도 보였다.
먹을까 말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먹지 않았다.
뭔가 확 와닿지 않았다. 토종 한국인에겐 그렇게 막 한국적인 느낌이 안들었던 거 같다.
쇼핑몰에서 뭐라도 먹어야 할 것 같아서 한참 고민하다가 먹은 건
나름 프랑스 느낌나게 갈레트, 그리고 샐러드
그리고 한참 뒤... 결국 다른 한식당을 찾아갔다.
프랑스 식당들은 점심, 저녁 영업을 나눠서 많이 운영하고 있었다.
점심은 보통 12시부터 2시까지
저녁은 7시부터 9-10시까지...
그래서 저녁을 먹으려면 대부분 오후 7시까지 기다렸다가 먹어야 했다.
여기 한식당도 저녁 7시 오픈이었어서 오픈시간을 기다렸다가 들어갔다.
평점이 꽤 높았고 메뉴구성도 마음에 들었다.
리옹 한식당에서 찌개메뉴가 이렇게 귀할 줄이야... 비가 와서 그런지 난 찌개같은 국물이 땡겼다.
홀에서 일하던 2명의 프랑스인. 과연 여기 사장님이나 주방장님은 한국인일까 궁금했다.
남편이 먹고 싶어서 시킨 양념치킨
나쁘지 않았다.
내가 시킨 김치찌개는 김치찌개라기보단 고추장찌개에 가까운 맛이었다.
그래서 더 이 음식이 한국인의 손맛인가 궁금해진 것도 있었다.
시키지도 않은 반찬이 따라나오는 건 유럽에서 굉장히 드문일이라 이건 반가웠다.
그런데 어찌 다 단맛이 엄청 강했다.
그래도 나름 만족하고 음식을 남김없이 다 먹고 나왔다.
리옹도 파리처럼 도시 중간에 강이 흐르고 있었다.
뭔가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의 도시였다.
처음에 이 느낌이 나중에는 두 도시는 정말 다르구나로 변하게 되었다.
여행의 딱 중간이 흐르고 우린 빨래가 필요했다.
2주간의 여행에서 2주치 속옷과 양말을 다 싸오지 않았기에 빨래가 필요했는데
리옹에서 꼭 해야 할 일이 바로 빨래였다.
호텔 바로 앞에 있던 빨래방에 가서 셀프로 빨래를 시도했다.
죄다 프랑스어였고 역시나 도움없이 혼자 하는 걸 좋아하는 남편의 주도로 빨래를 진행했다.
안에 이미 빨래 중이던 프랑스인 남자와 할머니는 간단한 인사만 할 뿐 우리를 도와주지 않았다...
우리도 도움을 청하지 않았으니 뭐 할말은 없다.
그런데 우린 바보같이 결제를 2번이나 해서 2배의 가격으로 빨래를 돌려야 했다.
환불도 안되고 기계도 2번 결제했다고 뭐 알람을 주거나 그렇지도 않았다.
어찌저찌 빨래가 끝나고 건조기까지 돌려놓고 나서 한숨을 돌렸다.
근처 빵집에서 갓 나온 크로와상과 커피
남편은 치킨커리샌드위치 그리고 라떼를 시켜서 먹었다.
긴장이 풀리니까 허기가 지더라.
건조까지 끝난 빨래를 호텔에 두고 다시 시내로 나왔다.
트램이 다닌다.
그리고 트램과 비슷한 느낌의 버스도 다녔다.
뭔가 옛것과 현대적인 게 묘하게 섞인 듯한 느낌을 받았다.
광장도 엄청 넓고
골목골목도 되게 개성이 강한 느낌이 들었다.
반전의 매력이 있었다.
리옹에도 노트르담대성당이 있길래 가보고 싶었다.
구글맵이 이끄는대로 갔더니 정말 어마무시한 계단이 기다리고 있었다.
내 인생 가장 가파르고 가장 많은 계단이 아니였나 싶었다.
끝도 없었고 중간에 뒤돌아보면 아찔했다.
계단이 끝나도 오르막은 계속 되었고 정상에 올라서야 대성당을 만날 수 있었다.
차타고 오면 훨씬 쉬울 일을 걸어서 걸어서오니 고생스러웠다.
그런데 아마 이런게 가장 기억에 남을지도 모르겠다.
꼭대기에 있으면 뷰하나는 끝내준다.
내부는 정말 화려했다.
한참을 앉아서 바라보다가 나왔다.
근처 야외극장도 둘러봤는데
공사중이라서 위에서 내려다 보는 게 가장 좋았다.
리옹대성당
노트르담대성당과는 다르게 뭔가 되게 심플하고 깔끔한 느낌
남편이 찾은 미국인이 운영한다는 카페
치즈케이크를 꼭 먹어야 한단다.
남편은 바닐라피칸치즈케이크를
나는 한국식 케이크가 항상 그리우니까 딸기롤케이크를 시켰다.
그런데 이름은 일본식롤케잌...유럽에선 일본식이 웬만하면 한국식이랑 가장 비슷하다.
이름은 마음에 안들어도 그래도 고맙게 먹을 수 밖에 없다. 귀하니까.
유명한 실내시장, 폴보퀴즈시장
오후 늦게 갔더니 절반은 문을 닫았다.
오전에 가라는 이유가 있었다.
그래도 열려있는 가게 위주로 둘러봤다.
화려한 시청건물
유명한 벽화
나중에 니스에서 가이드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인데
프랑스에선 예전에 발코니 크기와 규모로 부를 나타내곤 했다고 한다.
발코니가 크고 화려하면 부잣집이고 발코니는 커녕 창문도 없으면 가난한 집이었다고.
아예 창문도 낼 형편이 아님 그림으로 그렸다는데... 이 벽화는 그런 의미로 그린 건 아닌 듯 싶다.
진짜 실제 창문인듯, 발코니인 듯 생생했다.
남편이 찾은 퓨전일본식 식당.
타파스형태로 작은 접시에 여러 음식을 시켜 먹는 식당이었다.
예약없이 왔는데 자리를 안내 받았고 총 다섯가지 음식을 되게 흥미롭게 체험했다.
먹었다는 느낌보단 그냥 체험했다는 말이 더 적합하지 싶다.
실제 일본인이 와서 먹었다면 어떤 느낌을 받을까 싶었다.
계산할 때도 매니저인지 사장님인지 모르겠지만 그분이 하시는 말이
이건 일본음식이 아니라 우리(프랑스인)가 재해석한 음식이라고 어필하셨다.
나를 일본인으로 보셨나?!
리옹에서의 마지막 식사는
유서깊은 식당에서.
조지양조장이라는 식당이었는데 평일점심인데 금방 사람들로 가득찼다.
우리가 가본 식당들 중에선 가장 넓은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었다.
관광객도 많아보였고 현지인도 많아보였다.
대부분 유럽 아저씨, 할아버지들이 많이 찾는 곳인 듯 보였다.
우리가 아마 튀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우린 여기서 여행 중간에 쌓인 서로 간의 서운함을 풀고 있었다.
정확히는 거의 내가 혼자 서운함을 토로하는... 그래서 먹는 것보단 둘만의 대화에 빠져서 좀 심각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중간중간 웨이터님이 오셔서 테이블세팅하고 음식주고 뭔가 되게 대접받는 느낌으로
우리를 대해주셔서 되게 황송했다.
맛있게 먹고 나왔는데 뭔가 우린 잘 어울리지 못한 느낌을 받은 것 같기도 하고.
마지막으로 공원을 산책하고 호텔에 맡겨둔 짐을 찾아서
우리가 왔던 기차역으로 갔다.
세 번째 도시로 향하는 기차를 타러.
기차역에서 기다리는데 기차가 살짝 연착되었다가
무사히 기차에 잘 올랐다.
파리에서 리옹올 땐 직행으로 와서 2시간이면 왔는데
이번엔 여러 도시를 거쳐서 도착하는 거라 4시간 반이나 기차를 타야한다고.
역시나 올 때와 같이 리옹을 떠날 때도 비가 내렸다.
안녕, 리옹
그런데 점점 남부로 내려갈수록 날씨가 맑아졌다.
밤 11시가 다 되어서야 도착한 우리의 세 번째 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