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고미 May 30. 2023

42. Nice, France

파리, 리옹에 이어서 세 번째 도시, 니스

남편이 가장 기대가 컸던 도시이기도 했다.

프랑스하면 보통은 파리를 많이 떠올리지만

북유럽사람들은 따뜻한 도시, 남부 유럽에 대한 여행을 더 선호하고 좋아하는 거 같다.


전날밤 늦게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고 씻고 자기 바빴다.

긴 기차여행에서 피곤하기도 하고 여행중에 처음으로 몸이 많이 안좋다는 느낌을 받아서

자기 전에 약도 챙겨먹고 잤다.


다행히도 아침엔 말끔히 나았고

날씨도 남부도시답게 맑고 밝았다.

우리 방 발코니에서 보이는 뷰

바로 길가고 바로 앞엔 아파트라서 바로 마주볼 수 있다.

프랑스의 대부분의 건물들이 이렇게 마주볼 수 있게 만들어진 거 같았다.

걸어서 5분 정도면 바로 보이는 해변.


이상하게 산과 가까운 도시에 살 땐 바다가 그립고

바다가 가까운 도시에 살 땐 산이 그리웠다.

스톡홀름은 굳이 따지자면 바다가 가까운 도시인데...

이런 널따란 바다를 자주 보지 않아서 그랬는지 이 탁트인 바다가 너무 반가웠다.

(스톡홀름은 바다가 가깝지만 이상하게 호수가 많아서 그런지 호수가 더 익숙하다.)

정말 물감을 타놓은 듯한 에메랄드빛 바닷물

니스에도 트램이 다녔다.


한국에선 없지만

스웨덴도, 프랑스도 트램이 다닌다.

자주봐도 반갑고 신기하다.

유명한 마세나광장

호박꽃을 먹는다고 한다.

따로 모아서 이렇게 파는 걸 보니 색감이 너무 예뻤다.


프랑스 남부하면 레몬도 유명하다고!

병아리콩으로 만든 빈대떡? 같은 음식, 쏘까.

이상하게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다정하게 손 잡고 다니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다.

단 둘이 같이 걸어왔을 거리들이, 삶들이 얼마나 길었을까.

그래도 여전히 애틋하고 사랑스럽게 서로를 바라보는 게 너무 예쁘다.

젊은 커플들이 다정한 모습도 아름답지만

내가 가장 이상적으로 꿈꾸는 건 나이들어서도 호호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서로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손잡고 걷는 것.

프랑스 여행을 하면서 먹은 음식들은

일본음식 혹은 이탈리아 음식들이 많았다.

프랑스음식만을 먹기엔 우리 취향에 그렇게 맞지 않았던 거 같다.

바다뷰가 보이는 유명한 음식점

여기서 주는 기본 올리브유가 은근 포인트였다.

바닥에 깔린 페페론치노가 매콤하게 맛있었다.

남편이 먹고 싶어하던 젤라또.

여행하면 서너번은 먹었던 거 같다.

아직은 아이스크림을 즐기면서 먹기엔 좀 추웠다.

5월초중반의 프랑스는 쌀쌀했다.

그래도 이럴 때 아님 먹기 힘드니까 평점 좋은 젤라또가게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다른 호텔들과 다르게 이번 호텔은 발코니에 나가 앉을 정도로 공간이 있었다.

조식을 먹고 잠깐 남편이랑 발코니에 나가서 앉아있기도 했다.

남편이 미리 신청해 둔 푸드트립.

운이 좋았는지 어땠는지 신청한 사람들이 오직 우리 둘뿐이라

가이드랑 셋이서 약 3시간동안 니스 시내를 누비며 이것저것 먹고 설명듣고 했다.

당시 우리 가이드는 N잡러였고 그 중 하나가 이 가이드였다.

그녀의 삶은 참 영화같이 변화무쌍했고 푸드투어라기 보다는 그냥 니스현지인과의 만담에 가까웠다.

내 또래 즈음 보이는 그녀가 어떤 인생을 앞으로 살아갈 지 궁금했다.

이것저것 맛보기로 먹고 다니다가

자리 잡고 앉아서 먹은 건 바로 이 타파스식 식당.

먹고 싶은 메뉴를 쇼케이스에서 골라서 자리 잡고 먹는 시스템이었는데

나중에 설명하기론 니스가 예전에 가난한 도시였어서 이런 음식들이 거지들의 음식이었다고...

이런;;; 먹다가 내가 뭘 잘못 들었나 싶었는데 남편도 홈리스라는 말에 꽂혔는지,

표정이 요상했다...ㅎㅎㅎㅎㅎ


그래도 인상적이었던 

호박꽃잎 튀김과 

드디어 먹어본 쏘까

90여가지의 아이스크림을 판다는 곳

나는 라벤더맛, 남편은 선인장맛

라벤더는 은은하게 괜찮았지만 선인장맛은 내 취향에서 많이 멀었다.

마지막 코스였던 와인파는 가게

와인에 관심이 전혀 없었지만 여기 들어오는 순간 와인을 막 사고 싶어졌다.

가격을 보고는 그 마음을 살포시 접었지만 

와인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었다면 엄청 좋아하지 않았을까 싶다.

우린 그냥 한번 와 본 것으로 끝!


3시간 넘게 쉴 새 없이 떠들었던 가이드와 헤어지고 숙소로 돌아와서 쉬었다.

정말 유쾌하고 말이 많았던 가이드... 그녀와 함께한 시간이 꿈만 같았다.

정신을 홀딱 빼놓고 사라진... 호텔에서 쉬다가 

흐르는 오후 시간이 아까워서 겨우 추스리고 다시 카페로 나왔다.


프랑스도 스웨덴처럼 커피만 파는 카페는 오후 5시 즈음이면 문을 닫았다.

(프랑스에선 카페라는 이름이 커피만 파는 곳이 아니라 식당인 경우도 있었다.)


커피만 먹으려다가 당근케잌까지 주문한 우리

생당근에 휘핑크림이 올라간 당근케잌이 인상깊었다.

보통 당근케잌에는 크림치즈가 많이 올라가는데 휘핑크림도 나쁘지 않았다.


저녁먹으러 간 일본라멘집.

맛은 있었지만 오픈시간부터 줄을 서서 1시간 꽉 채우고 대기했다가 자리를 안내받았다.

오픈 시간에 딱 맞춰서 갔는데 대기줄이 있었고

우리 앞앞앞에서 끊겼다. 그리고 천천히 먹는 프랑스인들답게 1시간을 넘겨야 조금씩 테이블이 빠졌다.

진짜 기다린 게 아까워서 오기로 기다렸던 거 같다.

배가 고파서 사이드를 2개나 시켜서 먹었다.

맨 처음 먹은 교자는 6개가 한 접시였는데 평범한 맛이었다.

(솔직히 우리나라 비비고가 더 맛있었을지도... 시장이 반찬!)

마지막으로 시켰던 따끈한 가라아게가 맛있었다.

전반적으로 맛있었고 음식은 만족했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 힘들었던 곳...


밝을 때 기다리기 시작해서 다 먹고 나오니 밤;;

니스에서 샤갈미술관이 있다길래 야간개장하는 날 찾아갔다.

생각보다 샤갈의 작품을 많지 않았고

프랑스에서 본 미술관 중에 가장 규모가 작았다 생각이 들었다.

샤갈의 유명작품들은 오히려 파리 퐁피두센터에 있는 듯.

숙소로 돌아와서 유로비전 결승 시청하기.

유로비전은 유럽국가들이 서로 노래로 겨루는, 매년 열리는 행사 같은 건데

올해는 스웨덴이 우승했다.

사실 우린 핀란드 노래가 너무 인상적이었어서 핀란드가 우승할 줄 알았는데

새벽 1시가 넘도록 배심원 투표, 시청자 투표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스웨덴 우승!

우리 남편 기대안한다더니 이기니까 쓰윽 웃는다.

역시... 어쩔 수 없이 자기 나라가 이기면 기분이 좋을 수 밖에 없나보다.

모나코 여행하기

당일치기로 잠깐 다녀와보기로 했다.

전날 기차표를 미리 예매하고 기차역으로 왔는데

기차가 지연되서 또 한시간 가까이 기다렸다가 탔다.

니스에선 정말 계속 기다림의 연속...

모나코

세계에서 바티칸에 이어 두 번째로 작은 나라라고 한다.

부자들이 많이 사는 나라

EU국가는 아니지만 유로를 사용하고 프랑스어를 쓴다고.

(근데 우리가 만난 식당, 카페 사람들은 이탈리아어를 더 능숙하게 잘 쓰는 거 같았다.

프랑스 안에 있지만 국경이 이탈리아와도 무척 가까워서 그런 거 같았다.)

작지만 뭔가 부티가 나보이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도착했을 땐 구름이 많았는데 점점 비로 바껴서 식당을 찾아가는 길에 비를 맞아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찾아간 식당

화려한 그릇...


내가 먹은 물 중에 가장 비싼 생수

한병에 8유로, 만원이 넘었다.

맛은 괜찮았지만 식당 분위기나 

특히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로 인해서 기분이 많이 좋지 못했다.

아무리 부자들이 많이 사는 나라이고 우리가 프랑스어, 이탈리아어를 못한다지만

우리같이 부티나지 않은 관광객을 이렇게까지 대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모나코에 대한 인상이 좋을 수 없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여기.

카지노

여기 앞에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지만 우린 건물만 보고 지나갔다.

곧 그랑프리 대회가 열린다고 해서 곳곳이 공사중이었다.

돌아가는 길.

깔끔한 도시 아니 나라... 관광객도 많고 부자들도 많고 

한번쯤 와도 좋을 곳이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와야 할 것 같았다.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식당에선 모르겠지만

현지인들이 가는 식당에선 주눅들 수도 있으니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할 것 같은 그런 곳.


그래도 무사히 잘 다녀와서 다행!

남편이랑 나랑 가장 만족했던 브런치식당.

친절했고 맛있었다.

가격은 좀 나가는 편이었지만 

식당분위기나 일하시는 분들 덕에 마음이 편안했던 곳.


프랑스를 여행하면서 느낀 건데

식당이나 카페에서 맛도 맛이지만 

일하는 사람들의 태도나 그 식당이 풍기는 분위기가 굉장히 중요했다.

남편도 처음엔 식당에서 맛만 있음 되지 하다가

몇 번의 경험으로 본인도 여기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또 이탈리안...

또 젤라또

여긴 특히 꽃으로 만들어 주는 게 인상깊었다.

다만 체인점.

마세나광장 야경

공항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 식사.


전날 해변에서 앉아서 멍하니 바다를 보는데

우리 앞으로 여자 둘이 햄버거를 포장해와서 먹방을 하는 거다.

굳이 우리 시야 앞에서 햄버거를 먹는 사람들이 좀 이해가 안가긴 했는데

마침 상표를 보니까 우리도 그 햄버거가 얼마나 맛있나 궁금해졌다.

영업당해서 우리도 마지막 식사로 결국 사먹었다.

수제패티, 수제번이 맛있었다. 특히, 번!

그런데 프렌치프라이는 그냥 그랬다.


음식도 음식이었지만 여기서 보는 바다가 정말 예뻤다.

눈에 계속 담고 싶어서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니스는 바다가 8할인듯.

아쉬운 마음에 손으로 바닷물도 한번 만져보고

숙소에 맡긴 짐을 찾아서 공항으로 향했다.


에어프랑스를 타고 왔는데 돌아가는 비행기는 KLM

둘이 제휴를 맺어서 그런가보다.

그런데 이 KLM에서 주는 샌드위치가 맛있다.

지난번에 탔을 때도 이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었는데

별것없이 빵에 소스 치즈만 들어있는 이 샌드위치가 이 항공사에서 가장 인상 깊은 거 같다.

니스에서 스톡홀름으로 바로 가지 않고

암스테르담을 경유에서 갔다.

니스에서 암스테르담 2시간, 암스테르담에서 스톡홀름 2시간

총 4시간에 걸쳐서 우린 다시 스톡홀름으로 돌아왔다.

해질녘을 보면서 스톡홀름으로 가는 중


스톡홀름에 도착했을 땐 이미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었고

우린 우버를 타고 집으로 갔다. 

집에 오니 자정이 넘었고 2주간의 프랑스 여행도 막을 내렸다.


작가의 이전글 41. Lyon, Franc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