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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고미 Oct 07. 2020

06. 스웨덴에서 '한식'해먹기

어디를 가나 한국인은 한국음식이 필요하다. 외국에서 한식 챙겨먹는 한국인

1. 칼국수

날씨가 쌀쌀하면 생각하는 따끈한 국물 요리.

한국에서 칼국수 건면을 사서 왔다. 그리고 국물내는 다시팩도 챙겨왔다.

칼국수에 건더기는 좀 있어야 할 것 같아서... 해물 건더기... 마트에서 고민 끝에 사온 냉동 홍합.

박스 안에 비닐 포장. 한번 삶아서 냉동된 제품이라길래 해동해서 따로 손질하지 않고 바로 투하.

맨 처음 다시팩으로 국물을 우리다가 

홍합을 넣고 팔팔 끓이고 

한번 삶아낸 칼국수면과 채소를 넣고

또 팔팔 끓여서 만든 간단 버전 칼국수.

국물이 엄청 맑고 해물맛이 나서 좋았다.

스웨덴에서 와서 처음 해 먹은 나의 한국음식.

한국에서도 칼국수를 좋아하던 남편도 맛있게 같이 잘 먹었다. 시원한 겉절이 김치가 있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렇게라도 한국의 맛을 느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2. 떡볶이

독일에 있는 한국마트에서 온라인 주문을 해봤다.

 스톡홀름 센트럴에 나가면 한국 식재료 파는 곳이 있다고 하는데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고 싶지 않은 우리 부부는 그냥 배송비를 내더라도 온라인 주문을 해 보기로 했다. 4만원 조금 넘게 주문한 것 같은데 배송비가 주문한 물건 값정도로 나와서 총 8만원 정도를 결제했다. 비싸서 자주는 주문하지 못 할 듯 싶다ㅠㅠ


배송은 2-3일 정도 걸렸는데 냉동, 냉장식품도 저렇게 종이박스나 스티로폼에 온 게 다... 따로 보냉팩 따윈 같이 오지 않았다.(아님 따로 사서 주문해야 하나보다.) 그래도 날씨가 덥지 않으니 상하지 않았을 거라 믿고 그냥 먹기로 했다. 김치를 주문했는데 김치는 이미 신김치 상태이긴 했지만... 요리해 먹으면 되지~~~



배송 온 날 바로 해먹은 떡볶이.

떡볶이 소스는 저렇게 대기업에서 만든 걸로 해야 더 맛있다.ㅎㅎ 

자취할 때도 자주 애용하던 소스. 매콤버전이라 남편한테는 좀 맵지만 나는 저정도의 맵기가 좋더라고.

넣고 싶은 재료를 듬뿍 넣고 물이랑 소스랑 같이 넣고 끓여주면 끝.

열심히 먹고 밥까지 볶아서 먹었다.


집에서 만든 떡볶이도 좋지만 한국에 있을 때는 길거리음식으로 먹거나 배달 앱으로 주문하는 큰 용기에 담아져 오는 떡볶이도 즐겨 먹었는데... 종종 그런 떡볶이가 그리워진다. 한국가면 먹어야 겠다ㅠㅠ





3. 콩나물국, 소시지볶음

스웨덴에 콩나물이 있는지 몰랐다...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동네마트에서 장보다가 발견했다. 이탈리아에서 기른 콩나물이라고. 

스웨덴은 농작물이나 과일들이 거의 수입산이다 보니 유럽 각지에서 온 채소나 과일들을 볼 수 있다.

가격은 우리나라 콩나물에 비하면 정말 비싸다. 양은 적은데 비싸... 그래도 궁금해서 샀다.

콩나물국만 먹기 그래서 같이 만든 소시지 볶음.

케첩을 즐기지 않는 남편을 위해 독일 한인마트에서 주문한 굴소스를 가지고만 양념을 했다. 소시지는 스웨덴 소시지를 사용하니 짜다... 한국의 소시지는 여기에 비하면 밍밍할 듯.

한국 콩나물보다 길이가 짧고 더 아삭하다. 한국 콩나물이 씹는 식감은 더 좋은 것 같다. 그래도 콩나물 맛이 비슷해서 좀 놀랐다. 일부러 콩나물 본연의 맛을 느껴보려고 아무것도 안넣고 마늘만 넣고 끓였는데 나름 괜찮은 것 같다. 자주는 못 사먹을 것 같고 진짜 먹고 싶을 때만 먹을 듯 하다. 스웨덴에도 콩나물이 있다는 것만으로 뭔가 위안이 되는 느낌이다.




4. 라면

한국에서 혹시 몰라서 라면을 비상용으로 2개 가지고 왔는데

여기에도 한국식 라면을 종종 만날 수 있다. 가격은 비싸다. 한봉지에 2400원 정도.

우리 동네에는 3가지 한국식 라면이 있었다.

그 중 2가지 해물탕면, 너구리 순한맛을 사왔다.

여기 와서 잘 먹고 잘 지냈는데 한번 속이 안좋고 몸이 안 좋은 날이 있었다. 뭘 먹고 탈이 났는지...

그리고 나서 아무것도 못먹을 것 같았는데 라면은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라면을 끓여 먹고 괜찮아졌다.

한국인에게 한국음식은 약과 같은 존재인가 보다.

자극적이지 않을 것 같은 너구리 순한맛을 끓여 먹었다. 너구리를 영어로 적어놓으니 뭔가 어색하다. 

racoon도 아니고 너구리를 소리나는 대로 영어로 적었더라고.

유럽용이라고 따로 적은 건 뭘까?

한국에서도 라면을 자주 먹지 않아서, 특히 너구리를 사 먹어 본 게 언제인지 몰라서 한국에서 파는 너구리와 맛을 비교할 수가 없다ㅠㅠ

아침부터 라면 끓여서 한사발 싹 비우고 

그 뒤로는 아무거나 잘 먹었다. 진짜 하나도 맵지 않고 일반 라면보단 덜 자극적인 맛이었다. 원래 너구리엔 너구리 얼굴 어묵같은 게 들어 있는 건지? 너무 귀여워서 먹기 아까웠다. 

단무지는 독일 한인마트에서 주문할 때 같이 산 것. 아껴 먹고 있다.




5. 김치전

비오는 날이면 전이 생각난다.

한국에서도 번거로워 잘 안 해먹었는데 부침가루를 주문해서 열심히 먹고 있다.

부침가루에 김치만 넣어도 되는데 우리 김치는 이미 많이 쉬어서 양배추를 섞었다.

비오는 날 김치전. 

막걸리가 있었으면 정말 금상첨화였겠지만 그냥 김치전만 열심히 먹었다. 손이 커서 크게 3장을 부쳤더니 다른 반찬없이도 든든하게 잘 먹었다.







6. 추석맞이 전 3종.

동그랑땡

호박전

산적


이렇게 3가지 전을 부치기 위해 재료를 준비했다.

유럽에서 파는 비비고는 맛이 조금 다른 것 같다. 향신료맛이라고 해야 할까? 뭔가 이국적인 맛이 났다.


그리고 스웨덴에서 발견한 냉동 맛살. 햄은 한국처럼 네모난 공장형 햄을 못 찾아서 소시지로 대체하고 당근까지 넣어서 3가지 재료로 산적을 만들었다. 꼬치를 안끼우고 재료를 가지런히 팬 위에 올리고 반죽물을 넣어서 부치니 다 부서지고 난리ㅠㅠ 모양은 망했지만 맛은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호박은 한국에서 사는 것 보다 가격이 비싸서 세일할때 사 놓았다. 네덜란드산 쥬키니 호박을 일정한 간격으로 썰어 부침가루-달걀 순으로 묻혀 구웠다. 단순하지만 담백한 맛.


7. 소고기미역국, 돼지고기불고기

이것도 추석연휴에 해 먹은 한국음식.

추석 연휴에는 왠지 한국음식을 먹어줘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 열심히 만들어 먹었다.

한국에서도 미역국 끓일 땐 소고기를 안 넣었는데 여기선 비싼 소고기도 듬뿍 넣고 끓였다. 한솥 끓여서 이틀동안 먹기.

냄비밥은 나보다 남편이 더 잘해서 남편이 만들고 

돼지고기는 스테이크용으로 사서 얇게 썰어 불고기를 만들었다.

스웨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쌀은 소위 우리가 동남아쌀이라고 그런 퍼석퍼석하고 찰기없는 쌀이다. 그나마 이번에 새로 산 쌀은 한국쌀 만큼은 아니지만 찰기가 조금 있어서 한국 쌀밥맛에 조금 가까웠다. 그리고 미역국은 우리가 잘 하는 그 맛. 

불고기는 독일 한인마트에서 주문한 소갈비 양념을 넣고 만들었는데 갈비나 불고기나 맛이 비슷해서 그런지 맛이 괜찮았다. 

둘다 손이 커서 이렇게 많이 만들어서 2~3번에 걸쳐서 먹어야 한다...


해외에서 맞이하는 첫 명절이었는데 한국에서 낸 것처럼은 못하지만 이렇게 나름 한식을 해먹고 지내니 추석느낌도 나고 잘 보낸 것 같다. 

사진으로 남겨 놓은 것 외에도 몇 번 더 한국음식을 해 먹었는데 외국에 있으니 자꾸만 한국음식이 더 생각나는 것 같다. 외국에 나오면 모두가 애국자가 된다고 하지 않나. 한국에 살 때도 이렇게 열심히 한식을 찾아 먹지 않았던 것 같다. 당연하게 느껴서 그랬는지 그땐 또 이국적인 음식이 더 땡기더라고. 스웨덴에 있으니 어딜가나 한국 제품, 한국 음식이 있으면 반갑다. 삼성, 현대, 기아 로고만 보여도 뭔가 뿌듯하고 마트 진열대에 한국 식재료가 있으면 아는 척 하고 싶고. 


이렇게 먹고 살아보니 외국에서도 적당히 한국음식 해먹으면서 잘 적응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아직은 스웨덴에 한식당이 거의 없어서(스시나 태국음식은 상대적으로 많은데ㅠㅠ) 한식을 내가 만들어 먹지 않으면 먹기 힘드니까 다양한 한국음식 만들기에 도전해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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