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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고미 Oct 08. 2020

07. 스웨덴인 남편이 만든 음식들

외식보다는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게 일상인 스웨덴 남자의 요리 실력

스웨덴은 외식 물가가 비싼 편이다. 음식의 종류도 그리 다양하지 않고

배달 어플을 깔아서 확인을 해 봐도 대부분 피자, 햄버거 종류... 

그래서 여기서는 집에서 해 먹는게 일상적인 듯 하다.

남녀 구분없이 자기가 해 먹고 싶은 건 자기가 만들어 먹는 스웨덴 사람들.

요리를 하는 걸 그리 어렵게 느끼지 않고 그냥 알아서 뚝딱뚝딱 잘 만들어 먹는 것 같다.


2년 전 처음 스웨덴에 놀러 왔을 때도 남편은 자신있게 요리를 만들어 주곤 했다.

그래서 남편이 요리를 즐겨 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런 모습이 좀 더 나한테 어필 된 것도 있다.

한식과는 다른 서양식 요리들을 주로 만들어 왔던 남편.

그리고 나를 만나고 한국에 여행을 다녀오고 나선 한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서

한식까지 만들어 보고 싶다고 항상 입에 달고 산다. 재료만 충분하다면?


1. 라자냐

남편이 나한테 처음 해 준 요리였지 않나 싶다.

식당에서 한 조각씩 접시에 서빙된 것만 보다가 홈메이드 스타일의 대용량 라자냐를 처음 봤을 때 깜짝 놀랐다. 우리 둘다 손이 크긴 하지만... 이렇게 집에서 만들면 재료도 아낌없이 넣고 양도 푸짐하게 만들 수 있다. 스웨덴의 가정집에는 오븐이 없는 경우가 거의 없기에 오븐을 활용한 요리가 거의 대부분인 것 같은데 오븐에서 갓 구워져 나온 라자냐는 정말 냄새부터 너무 맛있다.

2가지 소스를 만들어서(하나는 베사멜, 다른 하나는 토마토 베이스)라자냐 면과 함께 켜켜이 쌓고 마지막엔 치즈를 토핑으로 올려서 오븐에 넣어주면 오븐이 이렇게 마법을 부린다. 크게 한 조각 덜어서 집에서 키우는 싱싱한 바질을 올려 먹으면 정말 맛있다!

나는 특히 바질 향을 좋아해서 바질과 함께 먹는 라자냐가 너무 좋다.

하루 지나고 전자레인지로 데워먹는 라자냐도 나름 맛있다.  갓 만들었을 때 보단 좀 단단하고 층이 더 뚜렷하게 잘 보이는 것 같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남편의 요리!







2. 샌드위치

요리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 간단하게 즐기기 좋은 음식이다. 북유럽 사람들은 오픈 샌드위치 형태의 샌드위치를 주로 먹는데(카페에 가면 새우가 듬뿍 올려진 오픈샌드위치를 쉽게 볼 수 있다.) 나는 집에서 만들어 먹는 전형적인 샌드위치를 더 선호한다. 마음에 드는 빵을 고르고 속재료를 마음대로 정해서 넣어 먹는 홈메이드 샌드위치. 남편은 머스타드를 선호하고 나는 케찹을 좋아하니까 서로 넣고 싶은 대로 넣어 먹으면 된다. 

치즈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데 이 때 우린 에멘탈 치즈를 골라서 넣은 것 같다. 샌드위치용 햄과 치즈는 마트에 가면 쉽게 고를 수 있다. 우리가 소위 '식빵'이라고 부르는 빵들도 마트에 가면 종류가 천차만별로 많다. 흰빵류보단 우리가 고른 빵처럼 어두운 계열의 건강한 색 빵들이 훨씬 더 많은 듯하다. 재료를 푸짐히 넣어서 양 손 가득 버려 가며 먹는 샌드위치 맛은 정말 신선하고 든든하다.



3. 양배추롤

이건 내가 요청해서 만들어 준 요리이다. 양배추를 좋아하는 내가 집에 양배추가 너무 많아서 양배추 요리를 해 달라고 하니 만들어줬다. 간 돼지고기와 양파 등을 넣어서 양배추 잎으로 돌돌 말아서 치즈 얹고 오븐에 구운 요리. 소스로 뭘 넣었는진 모르겠는데 맛이 참 담백하고 건강한 느낌이 나는 음식이었다. 나는 피클류를 좋아하는 편이라 피클과 곁들어 먹으니 딱이었다.

뭔가 한국식 양배추쌈 느낌도 나고...

이것도 이렇게 한가득 만들어서 두끼에 걸쳐서 먹은 듯하다. 한번 만들때 한끼 분량으로 만드는 건 참 어렵다. 최소 4인분... 둘이서 양껏 먹어도 항상 남는다. 그래도 음식물이 많이 남아 고민한 적은 없다. 남은 것도 잘 보관했다가 또 금방 다 먹거든.





4. 볼로네제 파스타

볼로네제는 간 고기와 채소, 토마토소스를 끓여서 만든 소스. 채소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넣으면 되는데 남편은 고기를 듬뿍 넣어서 채소보다 고기양이 많은 걸 좋아한다. 면의 종류는 주로 스파게티면을 고르는 편이긴 한데 나는 펜네를 더 선호하기 때문에 펜네 파스타면과 먹기도 한다. 바질 토핑은 옵션이긴 하지만 있는 게 더 풍미를 살려 주는 듯 하다. 

나는 한국에서 스파게티를 만들 때면 소스랑 면이랑 같이 한 데 팬에 넣어 섞었는데 남편은 꼭 면과 소스를 따로 만들어서 각각 담아서 먹는다. 이렇게 먹으니 음식이 남아도 보관하기 좋다. 내가 스파게티 면보다 펜네 면을 더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포크로 쉽게 퍼먹을 수 있다는 것. 스파게티면을 돌돌 말아 먹는 건 성질 급한 나는 잘 못하겠더라고ㅠ



5. 스트로가노프(Stroganoff)

러시아 요리라고 하는데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완전 다른 요리 사진들이 나오더라... 그런데 남편은 자기의 소시지 요리를 '스트로가노프'라고 칭한다. 어디서 배웠는진 모르겠는데 러시아요리에서 영감을 받아서 만든 건 맞는 것 같다. 약간 로제 소스 맛이고 소시지가 들어간 것이 특징이라는 데(남편의 말에 의하면) 아마 원래 요리랑은 다르게 많이 변형된 듯 싶다. 밥을 좋아하는 남편은 냄비밥을 지어서 밥이랑 먹고 빵을 좋아하는 나는 빵이랑 먹었다.


6. 로스트치킨

스웨덴의 마트에 가면 이미 구워진 노릇노릇하고 따끈한 치킨이 있다. 사서 바로 먹으면 맛있을 것 같은 그런 비주얼로 따끈하게 팔긴 하는데 우리는 생닭을 사다가 집에 있는 채소랑 같이 구웠다. 다른 양념없이 소금, 후추 간만 해서 구웠다고 한다. 표면에 버터 살짝 바르고. 나는 소스가 필요할 것 같아서 한국식 간장 소스를 만들어 찍어 먹었다. 담백하고 그냥 오븐에서 폭 구워진 것 만으로도 풍미가 예술이었다.



7. 찜닭(한국 재료 하나없이 한국식 찜닭)

한국에 있을 때 찜닭을 너무너무 좋아하던 남편은 스웨덴으로 돌아가서 혼자서도 찜닭을 만들어 먹었다. 내가 인터넷으로 알게 된 콜라찜닭 레시피를 알려주고 나서부턴 간단하게 만드는 법을 터득했다. 콜라랑 간장만 있으면 양념 끝. 간장은 한국 간장이 마트에 없어서 중국 간장을 썼다는데 중국 간장은 색이 훨씬 진하다. 맛이 살짝 다른 듯한데 이만하면 한국 음식 느낌이 난다. 한국 간장을 쓸 때보다 훨씬 색이 진해서 꼭 식당에서 파는 비주얼이 되었다. 찜닭이랑 갓 지은 밥이랑 같이 먹으니 정말... 밥 도둑!!


8. 칠리 콘 카르네(chili con carne)

이건 원래 멕시칸 요리라고 한다. 커다란 냄비에 간 고기, 강낭콩, 칠리파우더를 넣고 끓인 스튜 같은 음식. 남편은 매콤한 맛을 즐기는 편이라(특히 할라피뇨의 매운맛에 강하고 한국식 매운맛에는 살짝 약한데 외국인치고는 한국의 매운 맛도 좋아한다.) 칠리 콘 카르네를 본인만의 스타일로 매콤하게 잘 만든다. 섬세하기보단 투박한 스타일이라 재료 손질도 그냥 툭툭, 조리할 때도 그냥 슬렁슬렁 하는 것 같은데 막상 맛을 보면 생각보다 괜찮다. 비주얼은 좀 손이 안 가게 생겼더라도 먹어보면 괜찮은 경우가 많아서 이젠 좀 신뢰하고 먹는다. 처음엔 먹는데 예민한 내가 적응하기 좀 힘들었지만 이제는 뭐... 믿고 맡긴다. 


나열해보니 꽤 많이 해 먹었다는 걸 느꼈다. 여기에 나열한 것들은 자주 해먹는 편이고 남편이 자신있어 하는 요리들만 적었는데 이외에도 도전정신이 강한 남편은 이것저것 많이 도전한다. 인터넷으로 보거나 유투브로 본 건 따라해 보고 싶은가 보다. 남편은 언젠가 꼭 김치를 만들어 보고 싶어하는데 과연 스웨덴인이 만든 김치는 어떤 맛일지 궁금하다. 사실 걱정된다... 일 벌리면 뒷 정리가 참 힘들거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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