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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고미 Oct 12. 2020

08. 카페 즐기기

카페를 너무나 사랑하는 한국인이 스웨덴에서 카페를 즐기는 방식

나는 카페를 좋아한다.

커피를 좋아하고

디저트를 좋아하고

특히, 빵을 좋아하고

음악을 좋아하고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고

혼자 끄적거리는 것을 좋아하고

수다 떠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니 카페는 나한테 정말 딱 걸맞는 공간.

그런데 코로나 이후로는 카페를 마음 놓고 즐기지 못했다.

한국에서 살면서 학생일 때,

특히 내가 대학생 일때 무렵부터인가 한국에서 카페 붐이 일기 시작했다.

식당은 많이 없어도 카페는 어딜 가나 보이고

나는 이제 커피 맛도 제법 구분할 정도가 되었다.

한국인이라면 이젠 카페 메뉴도 뭐가 다르고 뭐가 자기 취향인지 알지 않나.

그 정도로 한국에는 카페가 참 많다.

직장인이 되어서는 퇴근 후 밥은 안먹어도 카페에서 혼자 힐링의 시간을 보내곤 했었다.

혼자서 사색에 잠기거나 다이어리를 적거나 책을 읽거나

혹은 남은 업무도 카페에서 죽치고 고민해가며 처리하곤 했다.

그랬던 공간이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과 거리를 두게 만들었고

마음 놓고 커피를 마시거나 디저트를 즐길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스웨덴.

유럽인의 커피사랑도 한국인 못지 않다.

그러나 우리 남편은 나를 만나기 전엔 커피도 디저트도 빵도 먹지 않았다.

주면 먹었을지언정 자기 돈주고 먹지 않았던 사람인데 

이제는 나랑 커피도 마시고 빵도 먹는다. 


스웨덴에서 카페를 즐기고 싶었으나 

여기서는 더욱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그나마 날씨가 좀 온화했던 날에만 카페에 갔고

한달에 한 서너번 정도 카페에 가서

그것도 야외석이 있는 곳에서 즐기려고 했다.


첫번째, 우리 동네 최애 빵집에서 먹은 아침식사.

내부에도 테이블이 2개 정도 있는데 

빵을 계산하기도 비좁은 공간이라 바깥에 자리가 없으면 머물 생각을 안했다.

그러다 아침 일찍 마트를 다녀와서 

지나는 길에 보니 바깥 자리가 텅 비었길래

여기서 아침을 해결하기로 했다.

날씨도 많이 춥지 않았고 딱 바깥 자리를 즐기기 좋았다.

빵을 사려고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는데

입구 앞에 거리두기 안내판을 붙여 놨더라.

그런데 원래 북유럽 사람들은 다닥다닥 붙어서 줄을 서지 않으니

코로나 이전과 별 차이가 없다.

나는 남편이 내 취향을 잘 아니 믿고 바깥 자리에 자리 잡고 앉아서 기다렸다.

남편이 주문해 온 아침은

아메리카노, 샌드위치.

본인 것은 카푸치노, 카다멈번.

샌드위치는 몇 가지 종류인지 모르겠지만 아마 많지 않았을 것 같다.

가장 심플한 버전으로 사온 것 같은데

빵, 크림치즈, 파프리카, 치즈, 상추 끝. 빵이 좀 질긴 것 말곤 괜찮았다.

카다멈번은 스웨덴 빵집, 카페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스웨디시 스타일 빵.

남편 빵을 반은 뺏어 먹은 듯 하다.


두번째, 최근 알아 낸 우리 동네 가장 큰 빵집에서의 피카.

여기는 이 동네에서 가장 큰 빵집이자 카페인 듯 하다.

다들 조그맣게 운영하는 데 여긴 주방 규모부터 남다르다.

부끄러워서 내부에선 사진을 찍지 못했는데 저 건물 전체가 주방이자 카페.

여기는 내부 자리도 넉넉한 편이고 야외석도 많은 편이라 

항상 사람이 많았다.

날씨 좋은 날 오후, 남편이랑 산책하다가 

야외석에 빈자리가 꽤 많이 보이길래 사람들과 제일 떨어진 가장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먼저 안에 들어가 빵과 커피를 고르고 

나는 사람들을 등지고 앉으면서 자리를 잡고

남편은 커피를 받아서 나중에 같이 앉았다.

여기 카페에는 테이블 별로 손세정제를 두었더라.

코로나의 영향이다.

스웨덴에 와서 가게별로 손 소독제를 구비해 놓은 경우가 많아졌다.

필수는 아닌 듯하고 보통은 거리두기, 손씻기만 강조하는 데 

몇이나 지킬지는 의문이다.

아무튼 세정제가 보이면 나는 써 보는데 

여기 세정제는 물같다.

그냥 알코올인듯... 냄새도 소주냄새.

그래도 안하는 것 보단 나을 것 같아 쓰긴 쓰는데...음...

이날은 카다멈번, 애플시나몬파운드(정확한 이름은 모르겠다ㅠㅠ),

아메리카노, 카푸치노 이렇게 시켰다.

포장만 하다가 먹고 간다고 하니 예쁜 잔에 담아 준다.

여기 커피잔이 너무 예뻐서 잔만 따로 사고 싶었으나 

딱 보기에도 비싸 보였다... 직접 도자기도 만들어서 제공하는 듯.

첫번째 빵집보다 빵, 커피 모두 좀 더 비싼데 그만큼 뭔가 비싼 느낌이 드는 빵과 커피다.

날씨가 좋아서 짧지만 잠깐 이 순간을 만끽하고 

사람들이 더 모이기 전에 자리를 나섰다.


세번째, 스웨덴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카페 체인점, 에스프레소 하우스(Expresso House).

지난 주말 남편이랑 이케아에 다녀왔다.

이른 아침에 가서 이케아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쇼핑을 하려고 했는데

구글맵에 적혀 있는 오픈 시간이 되어서도 이케아 식당이 안열렸길래

스웨덴 아침의 차가운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주변 쇼핑몰 안으로 들어갔다.

주말이면 스웨덴 상점들은 더 늦게 문을 열고 더 일찍 문을 닫는다.

그래서 그런지 오전 10시가 다 되어가도 상점을 다 닫혀 있었다.

유일하게 문을 연 곳은 딱 하나, 여기 에스프레소 하우스.

에스프레소 하우스(Expresso House)는 스웨덴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카페 체인점이다.

스타벅스는 스톡홀름에서도 센트럴에 나가야 볼 수 있을 정도로 귀한데

에스프레소 하우스는 동네 곳곳에서 보인다.

자국의 커피브랜드를 더 사랑하는 스웨덴 사람들.

사실 크게 맛이 뛰어나거나 그런지는 모르겠고 그냥 스웨덴스러운?

아침식사 겸 큼지막한 샌드위치 1개를 시켜서 나눠먹기로 하고

나는 브루드커피(kaffe), 남편은 카푸치노.

가격이 저렴하진 않다... 대신 커피는 양이 많았다.

샌드위치를 시키니 옆에 샐러드처럼 드레싱없이 채소만 줬다. 뭐지... 장식인가?

사실 여기 에스프레소 규모가 커서 야외석도 있고 그랬는데

아침이라 바람이 너무 차서 실내에 자리 잡았다. 

거리두기로 몇몇 테이블엔 앉지 말라는 스티커카 붙어 있었다.

이른 아침이라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사람들이 계속 들어온다... 얼른 먹고 이케아 문열자마자 이케아로.

(이케아 이야기는 다음에~)


스웨덴에 온지 한달이 다 되었는데 카페를 즐긴 경험은 이게 전부.

평소 같았으면 책이라도 들고 가서 한참 앉아 있어야 하는데

이 서너번의 카페 방문도 정말 음식만 다 먹으면 일어나 자리를 떴다...

코로나가 나의 취미생활 마저 앗아가 버렸다. 슬프게도...

평소에는 주로 집에서 베이킹을 해서 디저트를 만들고

남편이 내려주는 커피를 마신다. 

그래도 너무너무 남이 만든 디저트와 커피를 먹고 싶은 날에는

이렇게 포장을 해서 집에서 먹었다.

첫번째 사진은 동네에서 찾은 빵집/카페 세 군데 중 마지막 한 군데.

(스웨덴어로 '큰언니'라는 이름의 카페이다. 그런데 직원이 '남자'일 때도 있었다:))

가장 최근에 생긴 듯 하고 

스웨덴에서 가장 보기 흔한 새우샐러드를 같이 사서 먹었다.

정말 짠 새우였다.

그리고 커피 사이즈가 너무 작다.

커피 값은 한국과 비슷하거나 조금 저렴하지만

양을 따지면 전혀 저렴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니면 빵만 사와서

커피는 집에서 내려 먹는다.

특히 시나몬번, 카다멈번 같은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한 것은 

동네 빵집에서 사먹는게 더 저렴한 편이고 맛도 더 좋다.

지금 블루베리 철인지 블루베리 번도 나왔길래 사봤는데

음... 시나몬번이 훨씬 낫다. 

커피 원두는 마트에서 사다 먹는데

마트에서 사는 원두 퀄리티가 좋은 것 같다.

카페에서 파는 원두랑 별 차이가 없다. 가격은 훨씬 저렴한데.


하아...언제쯤 예전과 같이 카페를 즐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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