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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고미 Oct 13. 2020

09. 스톡홀름 벗어나기

렌트카 몰고 IKEA쇼핑 그리고 노르셰핑(Norrköping) 다녀 오기

코로나 시국에 스웨덴에 온 것이 관광을 목적으로 온 것은 아니었지만

남편과 하루종일 집에서 같이 시간을 보내거나(둘이 함께 있는 것 자체에서 불편함을 느끼진 않는다.)

이 동네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생활이 다소 지겹게 느껴졌다.

지하철, 버스, 기차 같이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은 타기 싫고

도시 밖을 벗어나 바람은 쐬러 나가고 싶고 그랬다.

게다가 남편이 혼자 살던 집에 최근 내 짐이 더해지니

(한국에서 내가 가지고 있던 살림살이의 반 이상은 처분하고 

꼭 가져 오고 싶은 것들은 선편으로 부쳤다. 

지금 14박스 중 11박스가 도착했다.)

정리할 공간이 부족해서 대부분의 박스는 풀지도 못한 채 쌓아 놓고 지낸다.

둘이 살면서 필요한 것도 많아지고 

어차피 나중에 다른 집으로 이사 갈 때 사자고 참고 지내긴 했지만

당장 필요한 것들도 꽤 되더라고...

이케아 가려고 일정을 짰다가 내 마음이 변해서 그냥 안가게 되고

그러다가 렌트카 이야기가 나와서 우리는 차를 렌트하기로 했다.

남편은 차는 없지만 운전면허증이 있다.

스웨덴에서 딴 운전면허증. 

나때문에 한국에서 체류할 때도 운전할 일이 생길 것 같아

국제 면허증도 발급받아 가지고 있다.

그러니 하루동안 차를 렌트해서 이케아도 가고 가까운 곳도 나들이 나가보자고 일정을 짰다.


차를 픽업받을 장소를 우리가 살고 있는 곳과 가장 가깝게 정하려니 

최소 2주 전에는 예약을 해야 해서 예약을 하고 2주를 기다렸다. 

차는 하루를 빌리는 데 하루의 기준이 아침 8시에서 밤 10시. 24시간이 아니더라...


차를 픽업하기로 한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씻고 집을 나섰다. 

걸어서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서 차를 받았다.

가장 저렴이 차를 예약했는데 생각보다 좋은 차로 업그레이드해서 받아서 기분이 좋았다.

요 귀요미 오렌지색 차가 하루동안 우리와 함께할 차. 처음 차를 받아서 기스난 곳이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차에 시동을 걸어보니 연료는 꽉 채워져 있었다. 나중에 반납할 때 다시 연료를 꽉 채워서 반납하면 된다고 한다. 여기는 주유소, 편의점, 렌트카도 겸하고 있는 곳. 평소에는 그냥 주유소구나 하고 지나치던 곳인데 직접 들어와보기는 처음이다. 오랜만에 운전대를 잡는 남편은 처음엔 어색해했다. 적응의 시간이 필요한지 네비가 말해주는 대로 바로 목적지로 가지 않더라고...

보통 이케아는 도시 중심부에서 많이 떨어진 외곽에 위치한다.

넓은 부지를 확보하기 위함일 수도?

그런데 남편은 자꾸만 센트럴로 향했다. 

안그래도 스웨덴 와서 센트럴 가보고 싶었는데 어찌 내맘을 알고 센트럴 드라이브까지 해 주는지:)

주말 이른 아침이라 사람도 차도 많이 없는 센트럴.

아침 일찍 출발해서 어차피 이케아 문 열 시간이 되려면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그래서 남편이 가는 데로 그냥 지켜보는 수 밖에.

바로 갈 길을 빙 둘러서 가니 오히려 이케아 오픈 시간에 맞춰서 이케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구글맵에서 이케아 식당은 9시 30분에 연다고 되어 있었는데 이케아 식당에서 아침 먹고 쇼핑하면 되겠다. 


아침이라 바깥 공기는 꽤나 쌀쌀했다. 

조금 늦게 여는가보다 하고 마냥 기다리기에는 너무 추워서 근처 쇼핑몰로 무작정 들어갔다.

스웨덴은 가게나 식당들이 주말이면 문을 늦게 열고 일찍 닫는다. 우리나라와는 정반대인 것 같다.

다행히 스웨덴의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카페 체인인 '에스프레소 하우스'가 열려 있어서 거기서 커피와 샌드위치로 아침 요기를 했다. 이케아 바로 맞은 편이라 창가로 이케아 문이 열리는 걸 확인하고 들어가려고 기다렸다.

집에서 미리 이케아에서 살 물건들을 검색해서 모델명과 위치를 적어왔는데 혹시 더 필요한 건 없나 다시 체크했다. 이케아에도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서 최소한의 시간으로 쇼핑을 하고 나가려고 우리만의 만만의 준비를 한 것이다.

오픈 시간은 오전 10시. 주말이라 오픈 시간 전부터 사람들이 모여들어서 꽤 많은 사람들이 오픈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 많네...

문이 열리고 한차례 사람들이 다 들어가고 나서 우리는 카페를 나서 이케아로 향했다. 카트를 끌고 우리가 적은 목록을 차례대로 차근차근 물건을 찾아서 담았다. 한눈 팔기 딱 좋은 구조라 다른 것들도 실컷 보고 구경하고 싶었지만 사람들이 오전부터 꽤나 많아서 그냥 살 것만 얼른 사자 되뇌이면서 쇼핑을 했다. 


30분이면 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모델명보고 찾는 게 쉽지 않아서 시간이 더 걸렸다. 셀프계산대도 줄이 생겨서 기다리고 하다보니 1시간. 식료품 코너도 가고 싶었는데 둘다 차에 물건 실을 생각이 앞서 그냥 이케아에서 빠져나왔다. DIY제품 위주로 사긴 했지만 생각보다 길이나 부피가 커서 우리의 귀요미 렌트카에 다 실어지지 않으면 어쩌나 내심 걱정했는데 다행히 자로 딱 잰 듯 실어져서 차의 트렁크, 뒷자리를 꽉 채우고 출발했다. 집에 짐을 두고 갈까 하다가 시간 아까우니 그냥 바로 우리가 가려던 곳으로 출발했다.


바로, 노르셰핑(Norrköping)

 스톡홀름이랑 약 2시간 정도 떨어진 거리의 작은 소도시. 

남편 친구가 출장으로 노르셰핑에 다녀왔는데 사람도 많이 없고 둘러보기 좋은 도시라고 추천해줘서 가보기로 했다. 스톡홀름 토박이인 남편은 스톡홀름 밖은 거의 경험이 없어서 자기도 여기는 처음 가본다고. 특히나 렌트카를 해서 다른 도시를 가는 것도 처음이고. 우리 둘다 서로 처음하는 게 많아서 신기한 게 많다. 이케아 가기 전에 운전 연습을 해서 그런지 노르셰핑 가는 길에는 그렇게 많이 헤매지 않았다. 중간에 쉬지 않고 달려서 노르셰핑에 도착. 차를 주차해 놓고 걸어다닐 계획이라 주차장을 먼저 찾았다. 그냥 마트 주차장에 대고 주차비를 내는 걸로.

하루종일 구름 낀 흐린 날씨. 바람이 불지 않으면 그렇게 추운 날은 아니였는데 바람이 한번씩 세게 불면 춥다... 노르셰핑은 아직도 전차가 다닌다고 한다. 중심 쇼핑몰 근처에는 사람이 많긴 했지만 스톡홀름에 비하면 한산한 편. 고즈넉하고 아담한 이 도시가 처음부터 마음에 들었다. 노르셰핑에 도착했을 때가 오후 1시가 넘어서 점심을 먼저 먹기로 했다. 우리 둘다 사전 조사 없이 그냥 친구분이 좋다니까 왔는데 아는 데가 없다. 그냥 무작정 구글맵을 보고 갔다.

스웨덴 식당에는 보통 식당 입구나 바깥에 메뉴판이 있어서 음식과 가격을 확인해보고 들어갈 수 있는데 우리가 구글맵보고 가려던 식당이 생각보다 가격대가 비싸더라고. 그래서 주춤거리고 있었는데 웨이터분이 직접 나와서 우리에게 설명도 해주시고 그래서 그냥 들어갔다. 여행객인데 이때 아님 언제 돈쓰겠냐며. 스웨덴 와서 거의 한달만에 첫 식당 외식이다. 감격스럽다...ㅠㅠ

점심시간이 한참 지나서일까,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정말 고요한 식당 내부. 그래서 더 좋았다. 

마음 놓고 창가자리에 앉았다. 촛불이 켜져 있길래. 

남편은 이럴 때면 꼭 말한다.

 "내가 널 위해 이곳을 빌렸어." 

그리고 또 덧붙힌다.

 "혹시 사람들이 들어오면은 그건 내가 빌린 시간이 짧아서 그래."

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들... 그래도 웃기다. 

스타터는 1개만 시켜서 나눠먹고 메인은 2개 시켜서 먹는 걸로. 각자 먹어도 우린 서로 잘 뺏어 먹으니까. 

나는 사과주스. 남편은 맥주가 먹고 싶다고 했지만 차가 있으니 그냥 맹물을 시켰다.

할루미 시저 샐러드를 스타터로 시켰다.

할루미(haloumi) 치즈는 염소 젖으로 만든 치즈라고 하는데 보통 구워먹더라고. 

스웨덴 마트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치즈다. 쫄깃쫄깃 씹는 맛이 좋다. 

새콤한 샐러드로 입맛을 돋우고 나니 메인이 나왔다.

남편이 시킨 건 스웨덴 전통 스테이크? 나무판 같은 데 서빙이 되는데 이게 스웨덴에서만 있다고.

Planksek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소고기 스테이크, 매쉬드 포테이토 위에 스테이크가 있고 불로 감자부분을 그을린 느낌. 맛있다. 

내가 시킨 건 돼지고기 뭐 였는데 좀 메마른 느낌... 소스가 필수다. 

그래도 둘다 맛있게 싹 비우고 잘 먹었다.


우리가 계산을 하고 나올 때는 두 테이블이 더 차 있었다. 

우리가 창가에 앉아서 이 가게 홍보 효과가 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소화도 시킬겸 도시 여기 저기를 걸어 다녔다.

중간 중간 전차도 만나고 도시를 가로지르는 강변도 걷고 잘 가꿔진 정원? 공원?도 걸었다. 

구글맵에 있던 카페를 가고 싶어서 목적지 삼아 걸었는데 막상 가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여름에만 반짝 여는 건가? 결국 빙빙 돌다 못찾고 계속 걸었다. 

주변 풍경이 예뻐서 걸으면서 힘든 줄 몰랐다. 

그런데 바람이 강하게 불면 추워서 어디 안으로 들어가야 하나 고민되긴 했지. 

정말 날씨만 해가 나고 좀 맑았으면 더 예뻤을 것 같다.

한참을 걷다가 춥고 쌀쌀한 기운이 돌아서 쇼핑몰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바깥 가게들은 거의 문을 닫았고 카페나 빵집도 운영을 안하더라고... 

쇼핑몰도 오후 5시가 닫는 시간이었는데 쇼핑몰 안에 카페는 문을 열어서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4시가 넘어서야 자리를 잡은 우리. 원래 시나몬번을 먹으려고 했다. 우리가 개천절 토요일에 노르셰핑에 갔는데 그 다음날이 스웨덴은 시나몬번데이라고. 크게 지키는 기념일은 아닌 듯 한데 마트에 가면 시나몬번데이라고 광고를 하거나 빵집 같은데에서 시나몬번데이라고 세일을 하면서 팔기도 했다. 여기도 시나몬번데이 문구가 있길래 시나몬번을 먹고 싶었는데 늦게 가서 이미 품절ㅠㅠ

그냥 브라우니?초코케이크?를 시켰다.

남편은 카푸치노를 주로 먹는데 사이즈를 업그레이드 시켰다. 케잌보다 저 사이즈 업된 카푸치노가 더 비싸.

따뜻한 음료로 몸을 녹이고 지친 발도 쉬면서 주변을 둘러 보니 재잘재잘 수다떠는 스웨덴 사람들의 무리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다들 행복해 보였다. 사람들과 나름 거리를 두고 앉으려고 했는데 그래도 쇼핑몰이라서 사람들이 계속 들어오고 나가고. 이 도시에서 여기에 사람들이 가장 많은 것 같다. 한참 쉬면서 시킨 메뉴를 다 먹고 자리를 나섰다. 오후 5시경... 문은 거의 다 닫히고 빗방울이 하나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비가 오니 날도 빨리 어둑어둑해지고 그래서 그냥 다른 곳을 더 볼 것도 없이 주차해 놓은 차로 가서 주차비를 정산하고 스톡홀름으로 향했다.


몇시간 안되는 짧은 시간동안 스톡홀름 밖을 나와서 바람을 쐬니 기분도 좋고 뭔가 힐링되는 느낌이었다. 

운전하느라 고생한 남편은 나보다 더 피곤했겠지만 남편도 만족한 표정이라서 다행.

먼저 집으로 가서 이케아 짐을 2번에 걸쳐 다 내리고 차를 반납했다. 다시 연료를 꽉 채우고 반납하기.

밤 10시까지 쓸 수 있는데 밤 8시경 반납하려니 조금은 아까운 생각도 들었다. 

일찍 반납한다고 렌트비를 깎아 주는 것도 아닌데...

저녁은 렌트카 바로 옆에 있는 드라이브 스루 맥도날드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맨날 먼 발치에서 맥도날드가 있구나 보기만 했는데 먹으러 들어와 보기는 처음인 이곳.

우리 둘다 햄버거, 특히 프랜차이즈 햄버거를 그렇게 즐기는 편이 아니라서 

맥도날드는 정말 일년에 한두번 올까말까하다. 이 동네에서 꽤 오래산 남편도 여기는 두번째라고.

프로모션으로 진행하는 치킨 버거 2가지와 맥너겟을 시켰다. 

남편 것은 살사소스 치킨버거. 이건 뭐 치킨 맞는데 

내가 시킨 크리스피 치킨버거?(2번째 사진)

이거 제대로 나온 거 맞아? 치킨 맛은 안나고 뭔가 크리미 하면서... 묘하게 느끼한데?

잘못 나온건가 의심하면서 그냥 다 먹긴 했다. 혹시 아시는 분 있으면 알려줬으면ㅠㅠ

구글로 검색해도, 맥도날드 스웨덴 사이트에 들어가도, 내가 먹은 이 햄버거 메뉴가 보이질 않는다.

영수증이라도 있으면 카운터에 가서 물어 봤을 건데 

우리는 무인 주문기로 주문했고 영수증이 나오질 않았다. 

그냥 주문번호만 보고 받아서 아무런 증거물이 없다... 아무튼 배가 고파서 그냥 먹고 나왔다.


아침 일찍부터 돌아다니고 쇼핑하고 돌아다니고 하루를 길게 보냈다.

운전하느라 고생한 남편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여기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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